부산 영도등대 전경
부산 영도등대 전경
우리 해운업의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돈줄이 마르는 산업이 제대로 살아남기는 어렵다. 대외적인 원인으로는 세계경제를 견인하는 주요국가의 경기침체, 이에 따른 해운경기의 침체, 호황기의 폭발적 신조발주에 따른 선복과잉 등을 들 수 있다. 세계해운기업 모두가 불황의 여파를 받아서 수익창출이 아니라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고 각국의 해운정책도 자국선사의 생존지원을 위한 선박금융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선박금융의 문제점으로 (1) 국내 금융기관이 원화가 아닌 외화대출에 의존하는 문제 (2) 해외 선박금융기관에 의존 (3) 전문인력 및 노하우 부족 (4) 달러화금융 의존도 심각 (5) 법무법인 등 다양한 참여기관 부족 (6) 선화주협력 부족 등이 있다. 이를 위한 해결방안으로 (1) 선박금융 재원 다양화 (2)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및 제도 개선 (3)선박금융 전문인력 양성 (4) 해운조선연계강화 (5) 해운사는 금융안정기에도 국내 금융기관과 거래관계 유지 (6) 외국계 은행의 계속적인 한국시장 지원을 유도 등이 얘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해법들은 어느 것 하나도 단기적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작금의 해운계의 급박한 현실을 해결할 수는 없다.

긴급수술을 필요로 하는 급박한 상황에 대한 적절한 응급조치가 없을 경우, 우리 해운, 나아가 우리나라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나 크다. 이야기를 되돌려 1980년대 초반 해운합리화정책이 실시된 때로 돌아가 보자. 해상운임율이 급락하기 시작한 것은 1981년 초반, 중소선사의 도산은 1982년 7월, 금통위의 대책은 1982년 12월, 범정부차원의 해운불황 대책반이 만들어진 것은 1983년 10월, 주지의 해운산업합리화 정책이 입안된 것은 1984년 5월이었다.

해운업계의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해서 정책으로 결정된 것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뒤였다. 그 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나에 대해서는 연구자에 따라 관점이 다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정책의 실시 시기를 조금만 더 앞당길 수 있었다면 우리는 보다 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선박금융정책의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현재의 해운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선박금융공사, 해양금융공사, 해운보증기금 등 다양한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빨리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해운보증기금도 빨라야 내년에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들이 실행될 때를 기다리다가 해운업체가 대중소 가릴 것 없이 힘들어지는 상황을 앉아서 맞이할 수는 없다. 작금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정책당국은 해운보증기금 등이 현실화될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단기와 중장기로 구분된 해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면 단기적으로는 선제적 방어를 위한 금융지원의 강화, 장기적으로 해운업계 전체의 구조조정과 일본적 거래관행의 구축을 통한 국내선주 보호가 오늘날의 세계 제1의 일본해운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선제적 방어란 해운시황의 변동성을 고려하여 국내의 선주를 보호하기 위하여 장기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이 수립될 때까지 우선적으로 국책금융기관이 중심이 되어 해운업계의 유동성 공급을 증대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미 민간상업은행은 해운업계에 대한 자금공급을 차단하거나 줄이고 있는 상황하에서 국책산업인 해운업을 위한 금융지원은 국책은행, 국부펀드 등이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독일, 프랑스 등 최근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들 뿐 아니라 우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해운국인 일본이 지난해에 도입한 선박투자회사제도 등은 국책선박금융기관이 중심이 되어 국내의 피폐한 중소조선소와 중소선주에게 자금공급을 함으로써 정부와 선주, 조선소가 하나가 되어 일본 해운을 지킨 좋은 사례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운업계 전체의 구조조정이 반드시 따라야 하고 해운업에 대한 한국적 거래관행의 구축을 통해서 정부정책과 업계의 투자관행을 연동시켜야 한다. 이는 일본의 사례처럼 선박관리-선주-운항사-화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국내 대형화주와의 장기운송계약을 바탕으로 한 초대형 글로벌운항사의 육성과 화주 및 운항사와의 운송계약에 기반을 둔 선박발주를 강화하는 선주사의 육성, 선주와 선종별로 전문화된 선박관리회사, 선박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하여 선박 자체보다는 운송계약을 평가하는 선박금융 등을 위한 업계의 구조조정이 장기적으로 따라야 한다. 그리고 외국선사의 무분별한 국내해운시장 진입을 막는 비제도적 장치를 구축함으로써 국내선사의 안정적인 활동기반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선박금융이야 말로 타이밍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해사보증기금 등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우선적으로 캠코나 산업은행 등의 국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연기금 등의 자금을 활용한 선박투자 스킴을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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