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로 인한 일본선사의 강세가 예상되고 일본조선업 부활의 찬가가 울려 퍼지고 있다. 엔저 추세가 지속되면 일본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산업의 수출입물동량 감소로 인한 피해뿐만 아니라 엔저에 따른 경쟁력 강화가 예상되는 일본의 해운조선항만산업으로 인하여 우리의 해사산업은 결국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일본 엔저정책의 최대 피해국이다. 일본해운, 조선업은 현 상태에서는 우리나라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고 이들의 경쟁력 동향에 대하여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먼저 엔화의 절하동향에 대해서 알아보자. 지난해 연말에 들어선 아베정권의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엔화 평가절하정책에 국내 산업계가 비명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엔저현상은 우리 경제 전반의 기반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로 정부와 업계의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은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하고 있다. 일본엔화의 절하속도는 일본의 경제 각료가 “과도한 엔화약세는 일본경제에 해가 될 수도 있다”고 걱정할 정도로 지난 5월 17일 103.32엔으로 4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 지난해 연말부터 5개월 만에 25%나 떨어졌다.

엔저의 효과는 일본경제의 물동량 증가로 나타나 북미 동항 컨테이너화물량에서 일본발이 한국발을 추월하는 결과를 낳았다. 근래 일본발 컨테이너물동량은 한국이나 대만 뿐 아니라, 아시아 신흥국의 물동량 신장의 영향으로 북미동항항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적으로 하락되어 왔다. 하지만 금년 3월에는 우리나라 선적량을 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년 3월 일본발 미국향 화물량은 전년 동월 대비 12.9% 증가한 6만 3000TEU으로 한국발 물량은 5만 8000TEU을 뛰어 넘어 아시아 18개국의 물동량 순위에서 중국에 이어 2위(7.2%)가 되었다. 이처럼 아시아발 북미향  컨테이너 항로(동항)에서 금년 들어 일본 수출 화물의 존재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엔저는 일본조선소의 경쟁력회복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엔고가 엔저로 변화하면서 일본의 조선소도 신조선을 수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다. 신조선가가 바닥 시세권을 형성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고성능의 일본 에코십을 저가로 구입할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일본정부 주도로 설립된 선박건조펀드를 활용한 해외선주에 의한 직접 발주 거래 뿐 아니라, 유력 일본 국내 선주에 의한 신조 발주 및 해외 용선도 부활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주요 조선 각사가 경쟁력 있다고 여기는 벌크는 주로 중국 야드와 경합하고 있기 때문에 신조선가 면에서 뒤쳐지는 측면도 있지만 엔저로 인하여 가격경쟁력을 회복하고 있고 아베노믹스 효과로 선박 융자에 신중했던 금융기관이 최근에 적극적인 자세로 변하였다.

그렇다면 일본선사들은 엔저로 인하여 얼마나 이익을 보게 되었을까? 일본선사는 매출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이 8할 전후로 높기 때문에, 엔저가 계속되면 일본선사의 매출액은 증가한다. 엔저 효과는 1달러=99엔 수준이 유지될 지에 달려 있다고 작년에는 예상하였으나 금년에는 벌써 103엔을 돌파한 상태이다. 엔저효과는 달러기준으로 운임을 수취하는 영업이익의 증가와 환율조정이익의 증가로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환율조정 수익만으로 2012년 4-12월기에 NYK가 662억엔, MOL 604억엔, K-LINE 395억엔을 얻었다.

엔저는 일본선사의 경영체질을 강화시키고 있다. 일본 대형 3개 해운사의 2013년 3월기 말 시점의 현금 보유고는 NYK 2,984억엔, MOL 2,006억엔, K-LINE 1,590억엔이다. 일본선사들은 용선 시장에서의 연쇄도산이나 시황 폭락 등 예측불허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캐쉬를 많이 가져야 한다고 하면서 현금 보유고를 늘리고 있다.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100% 융자로 신조선을 건조하는 케이스도 있을 정도로 금융기관의 일본선사에 대한 자금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외부차입에도 불구하고, 대형 3사 모두 2배미만의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엔저는 일본선사에게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국의 경쟁자들이 제대로 대응을 못할 때 일본선사들은 미래의 수익선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MOL은 벌크와 탱커시황이 침체하고 있는 가운데,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LNG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경영 자원을 집중시키고 있다. 동사는 2020년을 목표로 LNG선 운항 규모를 현재의 약 70척에서 110척 체제로 확대할 방침이다.

엔저의 지속은 우리 해운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첫째, 경쟁력이 강화된 일본선사의 시장선점으로 인하여 우리선사의 신규 비즈니스 진출은 매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북미산 세일가스 수송 등을 위한 LNG선 등 수익선종에 일본선사가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보면서도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인하여 신규투자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선사와 일본선사의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둘째, 국내 항만배후지에 일본기업 진출이 약화될 것이다. 엔저는 일본 기업의 수출품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투자보단 자국 생산을 선호하게 되기 때문에 부산항 배후부지 등에 진출을 추진하던 일본 기업은 일본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한국 투자 기피 흐름이 점차 뚜렷해질 것이다. 국내 기업과 전략적 관계가 필요한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투자를 지속할 이유가 사라진다. 따라서 국내항만배후단지에 일본기업의 진출동력 저하가 우려된다.

셋째, 일본선박관리를 유치하려는 국내 선박관리업계에 있어 엔저는 사활을 결정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현재 일본선주가 달러로 지불하는 선박관리료가 엔화베이스로는 30%이상 인상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보다 값싼 선원과 선박관리가 가능한 곳을 찾아서 이동하거나 일본국내선원으로의 회귀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1년 이상 엔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엔환율이 1% 하락할 경우, 우리나라의 총 수출은 0.18%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다. 다른 산업분야에서는 수출 중소기업의 엔저피해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신용보증기금이 하나가 되어 엔저피해특별대책을 수립하여 지원하고 있다. 엔저로 인한 일본선사의 경쟁력 강화, 일본발 물동량의 증가는 우리 해운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하여 체계적인 연구와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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