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조세도피처’와 ‘페이퍼 컴퍼니SPC’로 술렁이고 있다. 여러 대기업 관계자들이 탈세나 비자금 조성을 위해 조세도피처에 명목상 회사인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고, 해운기업도 일부 거명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해운업계의 이미지 손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몇 년간 역외 탈세와 세금기피 등을 이유로 해운기업들에 대한 세무사찰이 강화되고 있으며, 일부는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 세금 추징을 당했고 아예 해운업을 접은 회사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해운기업이 관행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SPC 설립은 자본집약산업인 해운업계의 국제관행이며, 국내법에서도 허용하고 있는 합법행태이다.

해운업에서는 국제적으로 선박도입시, 자금을 확보해 선박을 매입, 대선, 매각해 수익을 창출하고 분배, 운영하는 선박펀드를 명목상 회사SPC로 설립, 운영함으로써 선박금융의 역량을 확대해 국가가 해운업 특성에 맞춘 경쟁력 강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박투자회사제도라는 정부의 선박금융정책을 통해 2004년 선박전용펀드가 탄생했고, 올해 4월기준 138개의 선박투자회사가 9조여원의 선박금융을 조성했으며, 이를 통해 199척의 선박이 확보됐다. 이는 한국해운의 외항상선대가 2004년 420척에서 2012년말 1,034척으로 급성장해 세계 5위의 지위를 이룬 토대가 되기도 했다.

조세도피처 연관어로 급부상한 SPC는 불법이 아닌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적법한 존재도 많다. 선박도입을 위해 설립, 운영되는 해운계의 SPC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해양수산부 관할법에 의거한 선박투자회사는 주식발행과 차입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선박을 매입-대선-매각해 수익을 창출하고 분배하는 명목상 회사, 즉 법적인 선박의 소유주(선박투자회사법 제13조)이다.

따라서 선박투자사의 업무는 대행사인 선박운용회사(선박투자회사법 제31조)를 통해 선박금융선 확보와 매입, 대선, 매각등 업무가 처리되고 있고, 선박 유지보수와 선원관리등 업무는 선박관리사가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여기서 선박투자회사SPC는 금융지원을 위해 제도권내에서 편의상 만들어졌다.

이렇듯 해운업계에서 설립하는 페이퍼 컴퍼니의 대부분은 합법적인 존재이고, 탈세목적의 회사와는 전혀 다른 실체이다. 물론 그중에는 불법적인 조세도피 목적회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의 특성상 합법적으로 진행돼온 그 많은 명목상 회사들까지도 일반국민들에게 불법적인 존재로 비춰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해운업은 국제경쟁력 차원에서 해외에 선박을 등록할 수 있는 ‘편의치적’이라는 관행도 있다. 편의치적은 세계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자국 해운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행한 제도로서, 국내외 해운기업들이 선박금융과 절세 등을 이유로 불가피하게 해외 편의치적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이 또한 단순 탈세를 목적으로 한 조세도피 문제와는 분명히 다르다. 일본과 그리스의 선박 대부분이 편의치적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추면서 세계 최강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조세도피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들의 탈세혐의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공개된 기업과 관련자들의 불법성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우려하는 바는 장기불황으로 해운의 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이때 자칫 조세도피 이슈 속에 해운업의 특성이 묻혀 일반국민에 잘못 인식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차제에 정부와 관련업계는 해운업의 특성과 가치를 바로 알리는 적극적인 홍보전략을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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