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만-신선대 통합 추진, 신선대 부채 해결 등 난항 예상

 
 
부산북항의 경쟁력 강화와 요율안정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북항 운영사 통합이 ‘반쪽’ 통합이냐, 감만-신선대간 통합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해 9월 전격적으로 합의됐던 감만-신감만 통합 과정 중 신감만 부두 운영사인 DPCT(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가 통합에서 빠지기로 결정됐기 때문. DPCT가 통합에서 빠지면서 북항 통합논의는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감만(한진해운, 세방, 인터지스)-신선대(CJ대한통운) 운영사간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북항 통합운영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부산항 하역요금 덤핑과 북항 물량부족으로 인한 운영사간 과당 경쟁을 막을 수 있는 정부의 ‘카드’였다. 2010년부터 하역요금 덤핑과 운영사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항만업계와 정부는 컨테이너 풀링제도, 임대료체계 개선, 하역요금 인가제 등 다양한 방법을 논의했다. 그 중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북항 운영사 통합이었다. 운영사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9월,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부산북항 감만-신감만 부두 통합 조인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주성호 당시 국토해양부 제2차관,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 등 정부 및 BPA 관계자와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 정주섭 동부익스프레스 대표이사, 김학용 세방 대표이사, 정표화 인터지스 대표이사가 참석해 두 부두의 통합운영을 합의했다. 당시 주성호 국토해양부 제2차관은 “어렵게 추진되는 통합운영 합의인 만큼 글로벌 선사 뿐만아니라 연근해 선사들도 통합회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부두가 조기에 활성화되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축하했다.

DPCT 대주주 에버그린 반대로 통합 무산
감만-신선대 통합 여부에 ‘촉각’

그러나 이날 참석했던 정부 관계자와 운영회사 사장단의 바람과는 달리 감만-신감만 통합운영사 설립은 글로벌 선사의 반대로 무산됐다. DPCT의 지분을 갖고 있는 에버그린이 통합운영사 설립에 반기를 든 것. 글로벌 선사인 에버그린은 DPCT의 3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동안 신감만 부두를 이용해왔다. 항만업계 한 관계자는 “에버그린과 동부익스프레스가 DPCT의 주주관계로 서로 물량을 주고 처리하는 관계였다. 어떻게 보면 DPCT의 선석을 에버그린이 배타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던 셈인데, 통합운영사가 설립되면 에버그린 입장에서는 DPCT 이용 메리트가 없어진다고 판단한 것 같다. 운영사 입장에서는 고정적으로 물량을 주던 주주이자 글로벌 선사 의견에 따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전했다.

 
 

DPCT가 통합 논의에서 빠지면서 이제 북항 통합은 감만부두 운영사(세방, 한진해운, 인터지스)간 통합, 아니면 감만부두-신선대부두(대한통운)간 통합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통합 운영사 논의 자체가 ‘없던 일’로 될 가능성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통합에 참여하고 있는 감만부두 운영사의 관계자는 “우선은 기다리고 있다. DPCT의 불참은 확정된 것이고, 운영사간 통합의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감만 운영사끼리 진행하건, 신선대까지 포함하건 통합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항 운영사 통합 추진은 정부(당시 국토해양부)가 거의 사활을 걸고 추진한 일이고 작년 9월 통합 조인식도 크게 치렀는데, 현 상황에서 감만 운영사만 통합한다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이라면서, “신선대가 포함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는가”라고 예상했다.

 
 

CJ대한통운 신선대 5번 선석 건설비 부채 처리가 열쇠
그렇다면 감만-신선대간 통합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애초 신선대 운영사인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은 지난 감만-신감만 통합 조인식에 배제된 상황이었다. 북항에서 5개 선석을 운영하고 있는 대한통운이 배제된 점에 대해 업계에서는 “운영사간 지분문제로 인해 배제됐다”는 소문도 나왔으나, 당시에도 대한통운은 북항 통합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DPCT가 빠진 지금, 감만 운영사인 한진해운, 세방, 인터지스와 신선대 운영사인 CJ대한통운은 통합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문제는 신선대 부두 운영사인 KBCT(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 현 CJ KBCT)의 부채 문제이다.
복수의 부산항 관계자의 따르면, 운영사간 지분 문제는 과거 감만-신감만 합의대로 2:2:2:4를 이어 받을 계획으로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의 신선대 부두 5번 선석에 대한 부채가 아직 남아있어, 감만 운영사들은 우선 동 부채가 먼저 해결이 돼야 통합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선대 부두 5번 선석은 비관리청항만회사 사업으로 건설해서 국가에 기부체납하고 그 투자비만큼 무상사용권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투자비용을 조달할때 제작금융을 통해 자금을 융통했는데, 현재 차액이 약 200억원 정도 남아있는 상황으로, CJ대한통운이 통합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동 부채를 먼저 해결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BPA 관계자는 “감만-신선대 운영사간 논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자세한 경과는 알 수 없으나, 5월 전에 통합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만일 CJ대한통운이 동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면 감만-신선대간 통합은 불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감만-신선대간 통합에 대해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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