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망갈리아, 현대미포 비나신 수주곳간 비어간다


삼성重 동남아나 브라질 진출 검토, “신중” 지적도

경기침체에 따른 해운·조선시장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해외 조선소들이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조선소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적극적인 해외진출에 나섰다. 이들의 해외조선소 인수·건설은 값싼 노동력과 넓은 부지의 장점을 살린 생산성 강화가 주된 이유였다. 현대미포조선의 베트남 비나신 조선소, STX의 중국 대련조선소, 대우조선해양의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조선산업의 초호황기였던 2000년대 중반까지 해외조선소들은 값싼 노동력과 시장 접근성에 따른 경쟁력으로 국내 조선사의 ‘첨병’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현대미포조선의 비나신 조선소, 현대중공업의 칭다오 현대조선소, 대우조선의 망갈리아 조선소 및 DSSC, 삼성의 닝보 선박블록 공장은 핵심 기술력을 국내에 남겨두고 기술적 난이도가 낮은 블록 및 수리조선 부문을 해외 조선소를 통해 해결했다. 반면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와 STX조선의 대련조선소는 국내 야드의 협소함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다. 설계 등 각종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야드의 협소함으로 인해 건조선종과 크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해외조선소의 활약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및 선박수주 급감의 여파를 타고 위축되기 시작해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국내 조선사의 해외조선야드인 대우조선해양의 망갈리아 조선소와 현대미포조선의 비나신 조선소는 최근의 수주부진으로 모회사의 영업실적까지 깎아먹고 있는 형편이다.

 

대우 망갈리아 조선소
대우 망갈리아 조선소

대우 망갈리아 수주잔량 4척 불과, 대우조선 순익 81% 급감
지난해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하게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한 대우조선해양은 해외 자회사인 망갈리아 조선소의 부진으로 전년도에 비해 81%나 급감한 순익을 기록했다. 망갈리아 조선소의 무담보채권 충당금 적립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망갈리아조선소는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1997년 유럽 조선시장 공략과 현지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한 조선소다. 당초 노후 선박을 유지·보수하는 수리조선소였지만, 대우의 설비 및 인력, 생산공법 등이 투입되면서 중형 상선까지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망갈리아 조선소는 2000년대 초중반, 조선 호황기 때 대우가 수주한 10척의 선박 중 4척을 건조할 정도로 활발한 생산활동을 했다. 하지만 최근 유럽 재정위기로 신주 수주가 거의 끊기자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자동차운반선PCTC 2척을 수주하면서 1년여 넘게 이어져온 ‘제로수주’의 터널을 벗어나긴 했지만, 2월 클락슨 기준 수주잔량이 4척에 불과해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담보채권 및 루마니아 사업장 부채 문제가 남아있어 추가 손실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비나신 조선소
현대미포조선 비나신 조선소
현대미포 비나신 적자 100억원 달해, STX 대련도 적자전환
현대중공업의 계열사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베트남 소재 비나신 조선소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현대가 1999년 인수한 동 조선소의 2월 기준 수주 잔량은 12척에 불과하다. 동 조선소도 2011년도만 해도 근근히 흑자를 유지했지만, 지난해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2012년 상반기까지 비나신조선소의 적자는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대련 조선소
STX대련 조선소

조선업계 관계자는 “주로 상선을 건조하는 대형 조선사들의 해외 소재 자회사들이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중소형 상선의 발주가 줄면서 고전하고 있다”며 “아직 조선사들이 해외 자회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있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STX 그룹은 지난해 이탈리아 조선업체 핀칸티에리에 STX OSV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STX그룹은 2006년 STX 대련, 2008년 STX 유럽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공격적인 해외진출에 나섰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금융위기와 수주감소로 인한 실적저하로 모그룹 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STX 대련의 경우, 2월 현재 클락슨 기준 60척의 수주잔량을 확보했지만, 공급과잉으로 인한 저가수주로 지난해 적자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重 상선 건조 해외조선소 건립 계획, 동남아? 브라질?
이 와중에 그동안 해외 조선소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삼성중공업은 동남아시아, 브라질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플랜트는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상선분야는 해외 조선소로 돌리겠다는 복안이다. 동남아시아 지역 등 늘어나고 있는 상선 수요에 적극 대처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박대영 삼성중공업 신임 사장은 2월 7일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에서 “해외 업체 1곳, 브라질 로컬 업체 1곳과 함께 브라질 현지에서 합작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규 수요가 집중된 인도네시아에 조선소를 설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해외진출을 통해 해양플랜트와 상선을 분리해 전문화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업계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국내 조선업계가 해외투자 조선소의 실적부진으로 모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해외진출은 신중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조선소 정상화 시기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주가뭄과 호황대비 20~30% 하락한 선가는 해외조선소 인수시 고려되지 않았던 부문이다. 낮은 인건비로 수익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는 달리 낮은 생산성에 따른 적자 누적은 모회사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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