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조선현장에서 하루새 2명의 조선 노동자가 잇달아 생을 등지는 일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22일 현대중공업 전 사내하청 노동자 이운남 씨가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고, 하루전인 21일에는 부산 영도구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사무실에서 최강서 씨가 목을 맨채 발견됐다.

이 씨는 1991년 울산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업체에 취직한 후, 1997년 비정규직 노동자로 현대중공업 직업훈련원에 취업했다. 2003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조합 초대 조직부장으로 활동했으나, 노조를 설립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 이듬해 2월 하청 노동자로서 이 씨와 함께 해고된 박일수 씨는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회사 안에서 분신자살했다. 동료의 분신자살을 눈 앞에서 본 이 씨는 사흘 뒤 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5시간만에 끌려 내려와 진압 경비대에게 심한 폭행을 당한 뒤 구속됐다.

그때의 악몽같은 경험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병을 얻은 이 씨는 택배회사, 택시기사를 전전하다 결국 실업자의 신세가 됐다. 모 노동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씨가 다녔던 택시회사에서도 부당해고와 복직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가 이어졌으며 이에대해 이 씨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이 씨가 목숨을 끊기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21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 농성을 벌이다 현대차 관리직원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17명, 회사측에서도 30여명의 직원이 다쳤다. 이 소식을 들은 이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숨진 이 씨는 국내 굴지의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 노동자였다. 현대중공업은 1995년부터 2012년까지 18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선진화된 노사관계는 동 사의 큰 ‘자랑거리’이다. 동사는 또한 지난해 7월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현대중공업그룹 동반성장 확산협의회’를 발족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동반성장·상생경영은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미치지 않는 모양이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는 2만여명에 이르며, 이들은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열악한 처우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노조가입도 철저하게 봉쇄돼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엄밀히 말해 현대중공업의 정규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변이다. 그러나 이 씨가 자살로 인해 알리고자 한 것은 자신의 ‘억울함’이 아닌 하청 노동자의 ‘현실’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현대중공업이 있기까지 묵묵히 버텨온 수 많은 협력업체들, 그리고 그들의 노동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진정한 ‘동반성장’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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