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정책 우선정책으로 지원되기를...

양 종 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산업투자조사실 연구위원
양 종 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산업투자조사실 연구위원
힘들고 우여곡절 많았던 한해가 지나갔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전 세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겁지 못한 한해를 보냈을 것이다. 해운, 조선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연평균 BDI는 결국 1,000에도 못 미쳤고 탱커, 컨테이너선 등 주요 해운 시장에서 호재라고는 들리지 않았다. 역사상 가장 많은 선박이 바다에 떠있지만 세계 경기 침체로 물동량 수요는 부족하다. 아직도 많은 선박이 중국과 한국의 조선소에서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간판급 해운사들 마저 경영악화에 몰리고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실정이다. 이 모든 상황들이 100여년의 해운역사 중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까지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선소들의 사정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전 세계 100위권 내에서 좋은 평판을 유지하던 조선소들마저 파산하고 청산되었다. 해양플랜트 시장으로 최악의 상황은 넘기고 있으나 대형 조선소들도 부족한 상선 수요로 건전한 사업의 균형이 깨어지고 있고 많은 회사채를 발행할 만큼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악몽같은 상황들이 2012년을 끝으로 점차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늘 그렇듯이 새해에는 점점 나아지는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새로 맞이하는 한해 역시 어려운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IMF의 새해 경제전망은 2012년보다 조금 나아지는 정도이지만 문제들을 해결할 만큼은 되지 못할 것이다. 해운업에서의 과잉 선복량이 해소되기에도 무리이며 또 많은 선박들이 새로 건조될 예정이다. 그리고 또 어떠한 해운, 조선기업이 결국 버텨내지 못하고 쓰러지게 될지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지금의 상황이 괴로운 것보다도 희망을 섣불리 갖지 못하는 새해맞이가 사람들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새해가 새로운 1년이 아니라 새로운 5년의 시작이기도 하다. 여당의 후보가 다시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지만 지난 정부와는 차별화된 공약과 정치철학을 내세우고 있어 분명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등 사회 전반적인 변화가 우선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해양산업에 있어서도 발전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은 해양수산부의 부활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 그처럼 세계화를 강조하면서도 바다는 우선순위에서 강보다 못한 존재가 되었었다. 세계 해운 중심지가 무너지고 선박금융의 흐름마저 아시아로 넘어오는 중요한 시점에서 소관 정부부처는 존재감을 잃고 다른 부처에 통합되어 버린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물론 KAMCO 펀드, 조선소 제작금융 확대 등 정부의 해양산업 지원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며 그 성과 또한 훌륭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정부 5년간 일어났던 해운, 조선산업의 엄청난 변화와 격랑을 이해한다면 소관부처에서 강보다 덜 중요한 정책으로 다루어져서는 안 될 사안들이었다. 엄청난 위기이기도 하지만 매우 큰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수백년을 유럽인들이 지배하여온 바다의 질서가 아시아로 넘어올 수 도 있다. 어쩌면 수천년간 우리 조상들이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이룰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었다.

이번 위기에서 우리 해운업의 기반을 온전히 지켜내고, 적절한 타이밍을 판단하여 그린십 같은 경쟁력 있는 선박투자와 해운업계의 무장이 이루어진다면 세계 시장에서 우리 해운업의 위상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세계 최고의 경지에 오른 조선산업과 함께 해운산업까지 최강의 반열에 오르는 진정한 해양강국 그리고 해양대국, 그것이 실현 불가능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의 정부부처의 부분으로서 다루어지는 정책이 아닌 독립된 주무부처의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새로운 해양부가 필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새 정부는 앞에서 강조한 위기에서의 산업기반 보전 뿐 아니라 그린십 투자, 금융 역량 강화, 해양인프라 확충 등..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는 부디 우선순위가 밀리는 해양정책이 아닌 정부의 우선정책으로서의 지원을 기대한다. 우리 해운, 조선업계도 이제는 정부를 바라만 보지 말았으면 한다. 적극적인 연구와 행동으로 새로 출범할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해양부처에 정책을 제안하고, 협력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불행히도 조선소의 근로자가 자살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금의 상황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입장이 무엇이었든지 좌절하지 말고 기왕에 출범하는 정부와 대화하고 협력하여 보다 발전적인 상황을 만들어보자고 많은 분들께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정부도 기업과 기업주 뿐 아니라 불황 속에서 더욱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근로자들까지 이해하고 위로하며 함께 나갈 수 있는 큰 정치를 실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바람이 새롭게 맞이하는 새해보다는 새 정부의 5년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일 것이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 견해일뿐 필자가 소속된 기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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