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상선 김연식 항해사 공모전 수상

현직 항해사의 승선기가 한 문학상 공모전에서 논픽션 부문 우수작으로 당선돼 주목을 끈다.
중앙상선 김연식 3등항해사의 글 ‘지구별 항해기’가 제48회 신동아 논픽션 공모에서 우수작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은 부정기 벌크화물선을 타고 지난 2년간 22개국을 항해한 이야기다.
지구별 항해기는 선박이 항해하는 과정을 여행기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배들의 휴게소 싱가폴, 문명의 경계 아마존, 대륙의 끝 러시아 무르만스크, 강추위 발틱해, 커피공화국 브라질 산토스, 바람의 시 네덜란드 로테르담, 담배 없이 못 건너는 수에즈운하, 열사의 두바이, 고약한 세관원 인도, 지구의 공장 중국 등 전 세계 곳곳의 이야기를 풀었다.

 
 
일반대학 졸업, 해양수산연수원 외항상선 단기과정 거친 3항사
2년간 22개국 항해한 이야기, 승선생활 글로 풀어내
글은 해기사의 생활을 낱낱이 보여준다. 선박의 기본 업무는 물론 각 직책의 선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에피소드에 자세히 담았다. 김연식 항해사는 1983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 우신고교, 인천대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의 해기사 단기 양성과정을 수료했다. 김 항해사는 선박에서 실습하여 진급한 저자의 승선 과정과 원양선박에서의 생활을 글로서 풀어낸다.

김 3항사는 푸른 꿈에 젖어 승선하지만 기대와 달리 배는 먼지와 기름투성이. 계단과 통로는 비좁고 천정은 너무 낮아서 머리를 누른다. 배는 살아있는 노동의 현장. 땀과 피곤, 파도와 외로움으로 찌들었다. 긴 항해가 이어지고 그 사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검은 돈을 요구하는 PSC 검사관, 부식창고에서 멋대로 물건을 담아가는 나쁜 세관원들에 혀를 내두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고약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값없이 부탁을 들어준 인도네시아 노동자, 선원의 안전을 위해 말년을 바친 영국의 노인, 돈을 돌같이 보는 아마존의 원주민을 보며 다른 세상을 만난다. 무뚝뚝한 갑판장과 말이 통하지 않는 버마선원들과도 친분을 쌓아가는 내용이다.

신동아 논픽션 공모는 1964년 신동아 복간 사업으로 시작된 국내 대표적 기록문학상이다. 올해 공모 결과 지구별 항해기가 우수작(상금 500만원)에, 건설사의 부도과정을 다룬 다른 한편이 최우수작(상금 1,000만원)에 당선되었다. 지구별 항해기는 신동아 12월 호에 전문이 실린다.

해기사 편견 없애고파.. “항해기 중심에 ‘사람’을 두었다”
올해 신동아 논픽션은 너른 바다 속에 감춰져 있던 반짝이는 ‘원석’을 건져 올렸다. ‘지구별 항해기’로 논픽션 우수상을 거머쥔 김연식 중앙상선 3항사. 그는 배 위에서 보낸 23개월의 시간을 원고지 330매에 풀어냈다.

김 3항사의 이야기는 투박하지만 진솔하고, 순수한 열정이 담겨 있다. 그래서 여운과 울림이 깊다. “해기사를 제대로 알리고 싶어 글을 시작했습니다. 해기사가 없으면 원유와 원자재를 나를 수 없고 도로에는 자동차가 사라질 겁니다. 학교는 전기가 나가고 공장은 멈추고 먹을 것이 동이 나겠죠. 그럼에도 왜 해기사가 아직도 ‘뱃놈’으로 불리고 있는지 먹먹했습니다.”

뜨거운 청춘은 그렇게 컴퓨터 앞에 앉았다. 또래와 다를 바 없이 안정적인 직장, 성공을 꿈꾸던 머릿속을 비우고 세계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품은 이야기에 집중했다. “배를 탄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간부터 찌푸립니다. 대뜸 무슨 고기를 잡느냐고 묻습니다. 어느 나라에 살림을 하나 더 차렸냐는 농담도 던집니다. 해기사에 대한 편견이 이만큼 두텁습니다. 지구별 항해기 중심에 ‘사람’을 둔 건 이 때문입니다. 어울리다 부딪치고 다시 화합하는 일반인의 삶과 해기사의 삶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그는 승선과 동시에 인터넷 블로그 미스터캡틴닷컴(www.mrcaptain.com)을 운영하며 일반인에게 선박에 대해 알려왔다. “제 블로그를 본 사람은 어느 정도 해기사를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과 글로 인식을 바꿀수 있다고 믿습니다. 해기사도, 해기사를 곁에 둔 이들도 자부심을 느끼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김 3항사는 현재 휴가 중이다. 8개월의 승선 끝에 얻은 휴식이다. “2010년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외항상선 해기사 단기 양성과정을 거쳐 곧바로 배에 올랐는데 이번이 첫 휴가나 다름없습니다. 제게는 지구별 항해기를 객관적으로 살펴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입니다.”

그는 지구별 항해기를 단행본으로 엮을 계획이다. 목적은 하나다. 우리나라의 숨은 역군인 해기사를 제대로 알리는 것. “해기사도 누군가의 오랜 꿈, 성장하는 미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하는 이들과 떨어져 사무치는 외로움 속에 바다와 싸우는 해기사들이 있습니다. 제 열손가락이 전하는 해기사들의 진짜 모습이 우리나라 곳곳에 전해지길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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