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자금난’ 겪는 대만 TMT, 6억 5천불 벌커 디폴트 선언
리세일 손실 불가피, 일부 선박 일본∙그리스 선사에 매각


외국 선사가 국내 조선소에 발주한 벌크선 12척의 선박 인도를 포기하면서 선박 리세일의 행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극심한 시황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조선사들은 리세일에 성공해도 선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0월 대만 선사인 TMT(Today Makes Tomorrow)는 자금난을 이유로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에 발주한 신조 벌크선 12척에 대한 지불유예를 선언했다. 선가는 총 6억 5,000불로 TMT는 30%의 선수금만 현금으로 지불한 상태다. 해당 조선소들은 미인도 선박들을 매물로 내놓았으며 현재 리세일 협상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TMT는 2010년 총 12척의 선박을 국내 조선소에 발주했다. 현대중공업에 26만 3,000dwt급 철광석 운반선 2척, 현대삼호중공업에 26만 3,000dwt급 철광석 운반선 2척과 8만 4,062dwt급 벌크선 7척, 현대미포조선에 3만 7,000dwt급 벌크선 1척을 각각 발주했다. 이에 대해 TMT 측은 “해운시황 불황으로 실적이 악화돼 선박대금을 지불할 수가 없게 됐다”면서 “조선사들과 선박 리세일로 합의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TMT의 디폴트선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드릴십 1척과 VLCC 2척에 대한 건조자금을 지불하지 못하고 인도를 포기했으며, 해당 조선소가 현재 선박의 리세일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헤비테일 결제방식, 조선사 자금부담 커져
최근 해운시황 침체로 자금난을 겪는 선사들이 건조된 선박에 대해 인수를 포기하거나 지연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선사들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해당 조선사의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사들의 대금결제는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헤비테일’ 방식은 선박 계약 시 선주가 최초 계약금만 조선사에게 지급하고, 선박 인도시점에 나머지 잔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선수금 비율이 낮고 인도대금비율이 높은 결제 방식이기에 조선업계의 자금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조선소들이 선박 리세일에 성공한다 해도, 지속적인 신조선가 하락세로 인한 손실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조선업계는 선사들의 인수포기가 자금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삼호중, 벌커 7척 2,500만불 리세일 완료
클락슨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은 TMT가 인도를 포기한 벌커 7척에 대한 리세일을 완료했다는 소식이다. 8만 4,062dwt급 벌커 7척 중 3척은 2,500만 달러에 동아시아 바이어에게 매각됐으며 나머지 4척은 그리스 바이어에게 2,400만 달러에 매각됐다. 동아시아 바이어는 일본 선사인 니신쉬핑(Nisshin Shipping)이며, 그리스 바이어는 트랜스메드쉬핑(Transmed Shipping)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리세일 가격이 TMT에게 정상적으로 선박을 인도하는 것보다는 낮은 가격이지만, 신조선가 하락세인 현재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손실을 최소화한 거래라고 분석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TMT와 척당 3,700만~3,8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으나 30%의 선수금은 받아놓은 상태이다.

한편 현대미포조선은 TMT에 미인도한 3만 7,000dwt급 벌크선 1척을 최근 그리스 선주 ‘Cosmoship'에게 2,050만 달러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드리스트에 따르면 수주당시 선가는 2,850만 달러에 계약됐으나 TMT가 700만~800만 달러의 선수금을 지불했기 때문에 리세일에 따른 손실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TMT, 미인도 VLOC 4척→ LNG선 전환 고려
 
 
TMT가 인도를 포기한 벌커 12척 중 리세일 소식이 없던 나머지 4척의 VLOC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중 가장 유력한 소식은 TMT가 VLOC 4척을 LNG선으로 개조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현대중공업과 협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TMT는 철광사인 BHP와의 용선료 협상이 불발되어 계약체결이 어려워졌으며, 향후 은행 파이낸싱을 통해 개조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TMT는 최근 5년간 원자재 운임이 90% 가량 급락한 시점에서 향후 LNG운송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조선소에 발주한 벌커에 대한 디폴트의 직접적인 원인은 시황 악화로 인한 자금난이 분명하지만, 이는 LNG선 투자를 위한 비용절감의 일부라는 분석도 나온다. TMT는 2015년까지 20억~40억달러를 투자해 LNG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며 이를 통한 사업의 다각화를 검토하고 있다.

독일은행에 따르면 LNG의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4억 6,000만톤으로 2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일본의 원전사고와 함께 지구 온난화에 대응해 화석연료의 청정연료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소비가 더욱 급증하는 추세이다.

이와 관련 TMT는 VLOOs 중 1척을 FLNG로 개조할 계획임을 밝혔으며 최근 일본 조선소인 IHI와 LNG선 신조계약을 체결하고, 중서부아프리카 Sao Tome & Principe 정부와 부유식 LNG시설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TMT 관계자는 “현재 회사가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은 맞지만, 프로젝트 펀드 조달방안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TMT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전보다 절반이 줄어든 40척의 선대(600만dwt)를 보유하고 있으며 탱커와 LNG선을 운항 중이다. TMT 측은 지난해 손익분기점을 찍었다고 밝혔으나 올해 전 세계 불경기로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일부 선박에 대한 차압이 들어오고 노부 수(Nobu Su)회장이 사기혐의로 피소당하는 등 파산설도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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