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관련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11월 1일 일찌감치 ‘2013년 세계해운전망’ 국제세미나를 가져 관심을 모았다. 중구 명동의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세미나는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지속되는 불황국면에서 숨통을 터줄 정책 제언이나 예기치 못한 전망을 듣고 싶은 희망과 함께 ‘이머징 마켓의 발전과 해운산업의 기회’라는 주제에 제시돼있듯 ‘일말의 기회’라도 모색해보려는 열망이 그 많은 해운인들의 마음을 이끌었을 것이다.

다가올 새해의 세계 경제와 무역, 해운시황를 전망하고 이머징 마켓의 변화와 해운업의 발전기회를 모색하고자 한 세미나 취지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많은 참석자들이 세미나 내내 자리를 비우지 않고 참여할 만했고, 발표 내용과 다양한 패널들의 토론도 좋았다.

그러나 KMI의 이번 세계해운전망 세미나는 지울 수 없는 아쉬움을 남겼다. 주요 해운사업 부문의 한 축인 탱커시황 전망이 누락돼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동 연구원의 해운시황 세미나에 탱커분야의 진단과 전망이 빠져 있는데, 마치 ‘주요리 한 가지가 빠진 성찬’과 같은 느낌이었다.

이날 원장 개회사에서 KMI 측은 우리 선사들이 해운불황에 취약한 이유로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위주 사업구조를 지목했다. 실제 탱커선 운송사업을 하는 국적선사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탱커 사업을 영위하는 선사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새로 진입을 구상하는 선사도 있을진데, 새해의 해운시황을 전망하는 자리에서 탱커사업 분야가 빠져 있는 상황은 어느 모로 보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세미나 내용 역시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운송사업에 집중돼 있음은, 불황 타개책의 일환으로 이머징 마켓에의 접근을 제안한 KMI의 노력도 경감시킨 ‘옥의 티’였다.

같은 날 부산에서 개최된 마린머니의 ‘선박금융포럼’에서도 2013년 해운시장 전망 발표가 있었다. 컨테이너선, 벌크선, 탱크선 3개 분야 시황 진단과 전망을 들을 수 있었다. 업계는 KMI 세미나에서 취할 수 없었던 탱커분야의 시황정보를 해외 주관사가 주최한 포럼을 통해 입수해야 했기에 더욱 아쉬움이 크다.

우리 해운산업의 사업구조가 컨선및 벌크선에 치우쳐 있어 취약하다고 진단했다면 더욱 탱커사업 분야에 대한 시황전망이 누락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한발 더 나아가 원유및 케미칼 등 탱커시황의 부침이 거듭되는 가운데 틈새시장으로 부상한 가스선 사업에 대한 시장분석이 추가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탱커부문의 연구자 부재가 연유였다는 후문이다. 해당분야의 전문연구인력 부족으로 내부 연사가 없었다면 외부로 눈을 돌려 발표자를 구해 구색을 맞추는 정도의 성의는 있어야 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탱커분야의 시황전망이 누락된 것은 1년정도 됐다고 연구원 측도 인정하고 있고, 일전의 시황전망 세미나에서 토론의 사회자가 탱커분야 누락의 아쉬움을 지적한 바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해운분야의 연구인력 부족은 한국을 대표하는 해운계 씽크탱크로서 전문 연구인력의 확보와 관리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문제의 본질이 인력부족이든 준비성 부족이든 KMI가 매해 새해의 시황을 전망하는 자리에서 해운사업의 주요 부분에 대한 언급이 빠지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

세미나의 고객은 주최자나 발표및 토론자가 아니라 세미나 참석자들이며 관련업계 전체이다. 이것이 참석자의 입장에서 KMI 시황전망이 아쉬운 이유이다. 31회의 전통을 쌓은 KMI의 해운시황 전망 세미나가 횟수를 더할 수록 고객니즈에 부합하는 내용들로 채워지기를 바란다.

한국해운은 불황과 해운 패러다임의 변화국면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혜안을 가진 KMI를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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