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임기말 정국에 소외된 해양정책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10월 5일과 24일 국토해양부, 15일에는 해양경찰청을 피감기관으로 삼아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이번 국감이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던 현장 분위기를 보였지만, 해양 및 해운산업 발전을 위한 내용은 오히려 부족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서 대선 및 현정부의 임기말 정국을 타고 4대강 사업에 대한 질의가 주를 이룬 가운데, 국토해양부 연구용역 수의계약 문제, 해양정책 소외, 국내 항만 지진·침수 대책 문제가 제기됐다. 해양경찰청 국감에서는 외국인 범죄 급증과 선원 인권실태, 해양경찰청 시설현황 및 기강해이에 대한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국토해양부

국토해양부 연구용역 수의계약 80%, “5개 기관이 싹쓸이”
박상은(새누리, 인천 중구·동구·웅진) 의원은 국토해양부가 최근 3년간 발주한 연구용역 중 80% 이상을 수의계약을 통해 1,211억원을 몰아주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가 박상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해양부가 지난 3년간 발주한 777건의 연구용역 623건을 국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수자원공사, 교통안전공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소속 공공기관 등에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교통연구원, 국토연구원, 교통안전공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5개 기관이 777건 중 362건으로 46.6%를 차지하고 그 액수도 684억여원으로 47.4%에 달했다. 이는 최근 3년간 국토해양부 용역발주 건수와 용역비의 50%에 육박하고 있다.


박상은 의원은 “일반적으로 정부가 정책을 펼 때 연구용역을 시행하고 이를 근거로 추진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연구용역을 정부가 출자, 출연 또는 보조하는 연구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수의계약형태로 독점함으로써 용역결과가 객관성을 담보하는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과적으로 잘못된 정부 정책이 입안초기 단계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추진되고 국가 예산이 낭비되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박 의원은 “이런 구조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그들만의 정책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면서 “국가가 적용하고 있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대한 엄격한 적용과 민간도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법적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톤세제 절감으로 선주협회 빌딩 매입 주장에 국토부 “톤세제와 무관”
이헌승(새누리, 부산진구 을) 의원은 “해양수산부 폐지로 인해 국가 해양정책 기능이 상당부분 축소됐다”며, 국토해양부의 해운 정책에 대해 “無관리, 無투자, 無관심, 無의지”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된 톤세제도의 효과를 국토해양부가 관리하지 않아 톤세제로 절감된 세액이 선주협회 빌딩 매입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토해양부가 2011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용대선 운영 현황 파악이 2013년으로 미뤄졌고 예산도 절반밖에 배정받지 못한 점, 2009년 부터 운영되고 있는 선박펀드 수혜업체들에 대해 국토해양부가 관심을 갖지 않아 부채 돌려막기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 불법 해운동맹 운영실태에 대해 전혀 규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 사례로 들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한국 선주협회가 해운센터 건립을 위해 조성한 해운기금은 회원사간 자발적인 의결에 의한 것으로 톤세제도 운영과는 무관하다”고 밝히고,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해운불황 지속으로 인한 선박공급 과잉으로 과도한 용대선 체인 문제가 특별히 없으며, 선박펀드로 투입된 기금이 채무 상환에 사용되는 것은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선사간 해운동맹에 대해서도 “EU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해운동맹을 허용하고 있고, 경쟁국에 비해 과도한 제제는 국적선사의 경쟁력악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답했다.

 

해양항만 기관장 55.6%가 국토부 ‘낙하산’?
해양항만 기관장의 ‘낙하산 인사’ 문제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문병호(민주, 인천 부평갑)의원은 “해양항만 기관의 현직 및 역대 기관장 총 18명 가운데 55.6%인 10명이 국토해양부 고위 공무원 출신”이라며, “국토부 산하 기관장에 대한 공무원 독점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관료 출신이 아니더라도 해양항만 분야에 다양한 전문가들이 충분히 있음에도 국토부 관료의 독점으로 전문 인력의 진입이 사실상 봉쇄되고 있다"며 "항만공사 등 공기업 CEO 자리가 사실상 국토해양부 퇴직자들의 노후보장 수단으로 변질되는 문제를 시급히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루즈 활성화 위해 카지노 허용해야
이재균(새누리, 부산 영도구) 의원은 “크루즈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의원은 “크루즈 매출의 25~30%를 차지하는 카지노 영업 불가에 따라 외국 승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관세법과 출입국 관리법·선원법 상의 규제로 홍콩, 일본과의 경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며, “국내 크루즈 산업 발전은 지금과 같은 저성장시대에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해 관련 법 규제완화와 더불어 가칭 크루즈산업 진흥법 제정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 항만 지진·침수 대책 시급하다
한편 임내현(민주통합, 광주 북구을) 의원과 이윤석(민주통합, 전남 무안·신안군) 의원은 지진과 침수에 대비한 국내 항만시설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내현 의원에 따르면, 국내 시설별 내진비율은 댐 100%, 수문 100%, 도로 99%에 달하지만 항만의 경우 40.3%의 낮은 내진성능을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임내현 의원은 “철도와 항만이 타 분야에 비해 지나치게 내진성능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내진성능확보 제고를 위한 특별대책을 주문했다.


이윤석 의원은 국토해양부가 추진하고 있는 항만침수피해 방지계획인 ‘아라미르 프로젝트’의 부족한 예산확보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아라미르 프로젝트에 2012년까지 투입된 예산은 280억원 뿐이며, 2013년도 912억원을 요구했지만 746억원만 반영된 상황”이라면서, “침수피해가 가장 잦았던 목포항의 경우 15억원 예산을 요구했지만 전액 미반영됐다”고 밝혔다.

 

대기업 자회사 물류일감 몰아주기 ‘여전’
한편 이재균 의원은 “국내 대기업들이 물류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며, 물류분야에서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상호출자 제한을 받는 47개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12개 물류업체 중 5곳의 내부거래 비중이 90%를 넘어서고 있으며, 수의계약 비중은 98%에 달한다. 이에 대해 이재균 의원은 “물류시장이 대기업집단 물류자회사 일감 몰아주기로 불공정한 시장으로 변질되었음은 물론, 오너 일가와 계열사 퇴직자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과 정부의 3자물류 육성으로 물류경쟁력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양경찰청
“해양 종사 외국인 선원 범죄율 급등, 인권보호에도 신경써야”
10월 15일 진행된 해양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선원 외국인 범죄급증에 따른 대책과, 선원인권 유린 대책, 해양경찰청의 기강해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심재철(새누리, 안양 동안을) 의원과 이재균 의원은 국내 해양수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범죄율 증가에 대해 질의했다. 심 의원은 “해양수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범죄 건수가 2009년 168건에서 2011년 401건으로 2.4배나 늘어났다”면서, “해경이 외국인 고소·범죄피해신고 등을 위해 올해 5월부터 외국인인권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전국 15개소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심 의원은 “현재 증가추세에 있는 국내 해양수산업 외국인근로자들의 상당수가 근로환경이 열악한 소규모 사업장에 근무하고 있어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외국인근로자 범죄예방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대한 처우개선 및 인권보호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균 의원도 “해양수산분야의 열악한 근무환경, 낮은 보수와 3D 업종이라는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국내 인력들이 등한시 하면서 해양수산분야의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폭력범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범죄는 치안문제 뿐만 아니라 단속을 책임지고 있는 해양경찰에도 위협이 되는 만큼 철저한 단속을 통해 해양수산분야 외국인 범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상 및 취약 도서지역 선원 인권유린 심각하다”
한편 이재균 의원은 “어선, 양식장, 도서지역 엄전과 같은 취약지역에서의 선원 인권유린이 심각하다”고 전하고, “취약지역에 대한 수색은 물론 경찰청과 합동으로 도서지역 및 출어선을 대상으로한 인권유린 실태 및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취약지역에서의 인권 유린으로 검거된 사범이 2009년 49명에서 2011년에는 224명으로 4.5배 이상 증가했고, 구속된 사범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기춘(민주통합, 경기 남양주을) 의원도 “최근 30년간 장애인 강제노역 또는 1,000~2,000만원 피해자 100여명을 어선·섬에 넘긴 일당이 검거됐다”면서, “해안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해경이 30년간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해경이 경찰청과 합동으로 어선 및 도서지역의 인권유린 특별단속을 실시했으나 형식적 단속에 그쳤다”면서, “범죄 사각지대이자 우범요소가 다분한 선상 및 도서지역의 인권유린 단속체계 전반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며, 해경의 적극적인 단속의지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선원 음주는 주는데 해경 음주운전은 그대로”
해양경찰의 음주 근무, 뇌물수수 등 기강해이 문제도 지적됐다. 박기춘(민주통합, 경기 남양주을) 의원은 “2011~2012년 내부비리 신고시스템 접수 및 처리대장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해경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부하 경찰관에게 구두닦이 심부름, 근무시간 중 잦은 음주, 순시정 유류 무단 사용 등 내부 비리 신고 건수가 작년보다 4배 가까이 폭증했다”며, “해경소속 전경부대의 경우 지휘관들의 가혹한 업무지시 등으로 인해 내무반내 가혹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석호(새누리,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은 “선원들의 음주운항은 줄어드는데, 해양경찰공무원의 음주운전은 줄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해양경찰공무원의 음주 단속건은 2010년 19건, 2011년 22건, 2012년 6월까지 18건에 달했다.


안효대 의원(새누리, 울산 동구)은 “지난 5년 사이 금품·향응 수수로 징계를 받은 경찰관이 7배 증가했다”며, 해경의 기강해이를 꼬집었다. 안 의원은 “지난 7월에는 해양 경찰관이 술집에서 손님을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했으나 내려진 징계는 모두 견책에 그쳤다”면서, “높은 도덕성으로 공정한 법집행에 나서야할 해경의 비리가 증가하고 있어 강도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해양경찰청 시설, 순찰차 1대로 경기도 전체 감시하는 꼴”
해양경찰청의 시설열악 문제도 드러났다. 오병윤(통합진보, 광주 서구을) 의원은 “해경정비창 수리능력이 적정 수용한계의 2배 이상을 초과하고 있다”면서, “1,000톤급 이상 대형함정은 해군 정비창에 전적으로 수리를 의존하는 등 작고 열악한 해경정비창 시설로 임무수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에 따르면, 1994년 정비창 설치 당시 해경이 보유한 함정은 197척이었으나, 2012년 현재 327척으로 대폭 증가해 정비창 수리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오 의원은 “해양경찰의 활동을 위해서는 많은 경비함정이 현장에 투입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비함정의 수리를 전담하는 정비창의 원활한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현재의 열악한 정비창의 현실은 해양경찰의 임무수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관영(민주통합, 전북 군산) 의원도 해양경찰청이 대형 경비함청 20척만으로 서남해 전역 2,000~3,0
00여척의 중국어선을 감시하고 있다며, “순찰차 1대로 경기도 면적을 감시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날로 조직·집단·흉포화되고 있는데, 우리 해경의 안전과 장비에는 여전히 갈증이 심하다”며 “대형 경비함정을 늘리는 것이 우리 해경의 안전과 어민들을 위한 수산자원을 보호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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