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해를 넘어 ‘동남아서비스 시대’ 열다


천경해운이 사람의 나이로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 쉰 살을 꽉 채웠다. 기업의 역사로는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은’ 지난 50년간 천경해운은 여러 고난을 딛고 한국 근해선사의 대표적 선사로 성장했으며, 앞으로 ‘동남아항로의 대표선사가 된다’는 비전 아래 급변하는 시대에 부합하는 선대확충과 항로및 사업 다각화를 통해 미래에 대한 준비를 나름의 속도로 추진해나가고 있다. 동사는 ‘욕심 부리지 않고, 서둘지 않고, 차근차근 성취해나간다’는 창립자 故 김윤석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오늘에 이르렀고 장차도 그와 다르지 않은 경영방침 아래 ‘신중하게 전진’할 방침이라고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통해 표명했다.

 

 
 

천경 역사엔 한국 근대해운의 족적이 보인다
천경해운의 연혁에는 우리나라 근대 해운역사의 족적이 묻어나 있다. 우리나라 근대해운역사 60여년과 견주어 볼 때, 천경해운의 50년은 곧 한국해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적선사들의 해운서비스 근간이었던 한일항로 운송서비스를 비롯해 한중, 한러, 한중일 3국간, 동남아 항로 운송사업을 50년동안 순차적으로 성취해왔다. 그 과정에서 천경해운(이하 천경)은 2차례 오일쇼크를 통한 해운산업합리화와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고난의 시기에도 해운경기 부침의 격랑을 잘 타고 넘어 오늘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는 해운불황과 고유가, 선복과잉으로 인해 크게 악화된 현 해운경영환경 속에서 천경은 미래의 성장을 기약하며 선복을 확충하고 서비스항로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천경은 64년부터 한일항로 서비스를 주력사업으로 유지해왔으며, 이후 94년 한중항로, 2006년 한러항로, 2002년 한중일 펜듀럼서비스, 2010년 동남아항로로 서비스영역을 점차 확장해왔다. 이는 한국 근대해운의 서비스 변천사와 그 서비스 시기는 다소 차이가 나지만 내용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면모다.

 

 
 

한일항로 주력사업에서 동남아항로까지
이처럼 서비스 확대를 통해 천경이 갖추고 있는 현 근해항로 서비스 네트워크는 1964년부터 시작한 한일항로의 경우 부산발 치바, 하카타, 히로시마, 고베, 미즈시마, 모지, 나고야, 니가타, 오사카, 시미즈, 타카마츄, 도쿄, 토모코마이, 토야마, 토요하시, 나오에츠, 오카이치, 와카야마, 오코하마, 료미시마, 우베 등지의 주 1-6항차 서비스와 인천과 울산, 목포, 포항, 군산항에서 일본항 간의 주 1-2항차 서비스가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한일간 벌크선 정기 서비스도 부산발 고베, 모지, 나고야, 오사카, 요코하마간 주 1-6항차 서비스와 인천발 고베, 오사카, 요코하마의 주 1항차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1994년 개시한 한중항로는 국내 부산, 울산, 인천, 광양, 포항, 군산 6개항에서 출발해 중국의 상해, 청도, 신강, 대련, 닝보, 연운항 6개항 간의 다양한 서비스에 각각 주 1-3회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06년 개설한 한러항로는 부산및 포항과 보스토치니와 블라디보스톡 간에 각각 주 1항차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다.


2002년 개설한 한중일 3국간 정기서비스(일명 펜듈럼)는 2개 노선이 운영되고 있다. 닝보, 상해-하카다, 모지-부산, 울산간 주 1항차 서비스와 신강, 대련-니가타, 나오에츠, 토야마-부산, 포항, 울산, 광양간 주 1항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최근 진입한 동남아항로는 2개 노선이 운영되고 있다. 남성해운과 공동운항하는 부산-베트남-방콕항로(KVT)에 자사선 1척을 투입, 주 1항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 9월부터 시행 중인 부산-호치민-람차방-방콕-홍콩-세코우-신강-부산간 서비스(VTS)는 고려해운, 장금상선과 공동운항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노선에서 천경은 자사선 1척의 선박(‘스카이 에볼루션’호)을 투입해 주 1항차를 서비스하고 있다. 
 
사선 11척, 용선 4척 총15척 ‘세계 82위’ 컨선사
이처럼 항로별 서비스를 안정시키는 한편 신규 항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천경은 지속적으로 선대확충을 도모해왔다. 현재 동사의 선대는 사선 11척과 용선선 4척 등 총 15척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사선은 풀컨테이너선이 6척, 벌크선 4척, 세미컨테이너선 1척으로 구성돼 있으며, 용선선 4척은 모두 풀컨테이너선이다.


천경은 2009년 이후 노후선박의 대체를 목적으로 올해까지 꾸준히 신조선을 통해 선대를 확충해왔다. 2009년에 신조선 ‘스카이 오로라’호를 인도받은데 이어 2010년에 신조선 ‘스카이 글로리’호와 중고선 ‘스카이 에볼루션’호를 도입했다. 올해 들어서도 신조선 2척(‘스카이 호프’호 ‘스카이 플라워’호)과 중고선 ‘스카이 뷰티’호 등 3척을 도입했다. 이로써 동사가 2009년이후 올해까지 도입한 선박은 신조선 4척과 중고선 2척등 총 6척이다.


이로써 천경해운의 창립일인 올해 10월 22일 현재 운영하고 있는 선복량은 알파라이너(Alphaliner)의 ‘세계 100대 컨선사 순위’ 자료에 세계 82위의 컨선사에 랭크할 정도로 확대됐다. 이는 2009년 처음으로 100대 컨선사에 진입(당시 93위)한 이래 3년만의 주목할만한 선복확대 양상이다. 금융위기 이후 최근 4년간 잇따라 선복을 확충해온 천경은 향후 당분간은 도입한 선박을 통한 서비스 안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2010년 동남아항로 진출, 올해 공동운항 본격 서비스
천경해운에게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서비스는 큰 의미가 있다. 설립이후 30여년간 한일항로에 주력해오다가 90년대에 중국항로, 2000년대에 한중일 3국간및 러시아서비스를 개설한데 이어 2010년대 접어들어 추진되고 있는 핵심사업이며 근해를 넘어 아시아역내로 시장을 확대하는 중대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기적으로 해운업 전반이 불황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시도하고 있는 쉽지 않은 도전이어서 관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천경의 동남아항로 서비스는 ‘기존의 근해항로 서비스로는 부족하다’는 인식과 함께 ‘조금더 속도를 내자’는 사업확장의 필요성에 대한 조직내 공감대가 경영에 반영된 것이다. 동사는 2010년 5월 대만선사 TS라인의 인천-태국간 서비스에서 선복임대(항차당 100teu)를 통해 동남아항로 진출을 위한 첫발짝을 내딛었으며, 같은 10월 양해해운의 선복을 임대(항차당 70teu)해 부산-태국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2011년에도 STX팬오션, 남성해운과 선복임대차 계약을 통해 각각 30-50teu 규모의 선복을 빌려 태국과 베트남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남아항로 서비스의 기반을 다져왔다. 이후 천경은 올해 5월 남성해운과 공동운항을 통해 KBT서비스를 개시한데 이어 올해 9월에는 고려해운, 장금상선과 함께 VTS서비스를 개설함으로써 본격적인 동남아시아 서비스 시대를 열었다. 올해 개시한 이 두 서비스에는 신조선박한 자사선을 투입하고 있다. 

 

 
 

올 6월 조직개편 단행, 재무팀 독립 운항팀 신설
한·중·일·러 동북아시아에서 동남아시아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한 천경해운은 2010년 하반기부터 동남아시아지역 해상운송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고 관련조직은 개편하며 동남아시아 서비스의 본격화를 대비해왔다.


동남아항로 서비스를 계기로 2년전부터 관련조직원을 충원해왔고 올해는 본사 관리·영업팀의 본격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관리업무에 속해있던 재무, 운항, 기획관리 기능을 분리 또는 신설한 것이다. ‘재무관리’를 별도의 부서로 독립시키고 그동안 업무지원팀에서 담당해온 용선업무와 운항업무를 묶어 ‘운항팀’을 신설했다. 컨테이너관리팀은 장비운영팀으로 이름을 바꿨다. 본사의 관리및 영업부문의 담당임원도 일부 자리이동이 단행됐다.


오너인 김지수 사장을 주축으로 서성훈 부사장이 경영전반을 총괄하고 있으며 실무적으로는 올초까지 영업담당 임원을 지낸 설우식 전무가 6월 11일부터 전분야 총괄임원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따라 영업부문은 장동우 이사가, 관리부문은 백관선 전무가 맡고 있으며, 부산과 인천지사의 조직변화는 없다.

 

11월에 방콕사무소 개설, 해외 5개 조직 갖춰
한편 해외조직에서는 2011년 상해물류법인인 CK로지스틱스가 설립됐으며 올해에도 11월 1일부로 방콕사무소가 개설된다. 이로써 천경해운은 동경과 상해(닝보), 대련(천진), 청도(연운), 방콕 등 주요 5개 지역에 해외조직을 갖추게 됐다. 이들 해외사무소에는 과·차장급 직원이 주재원으로 파견 근무하고 있다.  


김지수 사장은 창립이후 네 번째 CEO이자 오너로서 2003년 취임했다. 김지수 사장 체제에서 천경해운은 3국간 서비스와 러시아서비스를 개설하고 중국서비스를 강화한데 이어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진출했다. 김 사장은 창립자이자 부친인 고 김윤석 회장의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순리대로 성실하게’라는 경영원칙을 따르면서도 미래를 위한 대비도 빠르지 않은 ‘신중한’ 행보로 이어왔다.


2006년 천경해운에 이사로 입사한 서성훈 부사장은 해운에 대한 견문과 지식을 쌓기 위해 카스마리타임 비즈니스 스쿨에서 수학한 뒤 2008년에 재합류해 김지수 사장을 보좌하고 있다. 그는 외조부인 창립자의 유지를 따르며 천경해운의 미래를 준비해나가고 있다. 그 스스로는 “자연스런 흐름”이라고 말하지만, 최근 수년간 잇딴 선복확충과 신규시장 진입 등 행보에 조직원들의 미래 준비에 대한 요구가 젊은 경영자에게 전달되지 않았을까?


임원진은 30년이상 천경해운맨으로 일해온 설우식 전무가 업무 전반을 총괄하고 있으며, 운항관리및, 운항, 장비운용, 전산을 관장하는 관리부문은 고려해운 출신의 백관선 전무가 총괄하고 있고 영업은 장동우 이사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올 매출 1,700억 영업도 안정화
천경해운은 지난해 1,65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나 고유가와 신설항로에 대한 투자 등으로 인해 영업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동남아항로가 자사선 투입으로 본격화되면서 9월이후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어 매출액 1,700억원 달성에 영업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작년보다 개선된 경영실적이다 .


급변하는 해운환경에 ‘나름의 속도’로 대응하며 동남아시아 항로에 뒤늦게 진출한 ‘후발주자’ 천경해운이 동남아항로 서비스를 어떻게 안착시켜 나갈지 관련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시점이다. 천경해운도 올해부터 그동안 확보한 자사선을 투입하고 조직을 재편하는 등 동남아항로와 신규항로의 서비스 안정화에 전사적인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0년간 정통 해운의 길을 걸으며 ‘신중한’ 경영을 이어온 천경해운이 격변하는 해운환경 속에서 변화의 흐름을 타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나가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 아시아역내 컨테이너 선사들의 성장사가 투영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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