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번 북경에서 개최된 제40차 세계해법회의 전반부에 참석하고 귀국하였다. ‘해양한국’의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몇가지 사항에 대하여 알리고자 한다.(자세한 회의의제에 대한 내용은 한국해법학회지 2012년 제2권을 참고하기 바람).

회의의 개요
세계해법회(CMI)는 해상변호사, 해상법교수, 업계 관련자들이 모여서 해상법과 해상보험등 해법의 통일과 발전을 위한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회원국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4년에 한번씩 대회(Conference)가 열린다. 제39차는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2008년에 열린 바있다. 이번 회의에는 정병석 회장, 최종현 수석부회장, 김인현 부회장, 서동희 부회장, 이철원 변호사 및 고영일 변호사가 회의에 참석하였다. 회의는 북경의 켐핀스키(Kempenski 호텔)에서 열렸다. 설립 20년이 된 중국해법학회가 호스트로서 모든 행사를 진행하였다. 총 450여명이 등록하였고, 중국에서 70여명이 참석하였다. 중국의 COSCO 등이 재정적인 지원을 하면서 참가표를 받아서 해상법 전문가들에게 나누어 주어서 중국측은 쉽게 많은 사람이 동원될 수 있었다고 한다.

회장인 공부리 변호사, 리챠드쇼우 교수(사우스 햄턴 대학)
회장인 공부리 변호사, 리챠드쇼우 교수(사우스 햄턴 대학)
회의일정과 내용

회의는 일요일(10.14.) 밤의 리셉션 파티를 시작으로 개최되었다. 월요일(10.15.), 화요일(10.16.), 목요일 3일간 의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수요일은 만리장성 관광 그리고 금요일에는 CM총회가 열렸다. 그리고 화요일 점심시간에는 기획위원회(Planning committee)가 열리고, 목요일 오후에는 각국 해법학회의 회장단 모임이 열렸다.

주요주제로는 (i) 비준 중인 로테르담 규칙 (ii) 선박의 공매(judicial sale of ship) (iii) 구조계약 (iv) 해상보험 (v) 해적 (vi) 선원에 대한 공정한 대우 (vii) 아시아에서의 선박건조계약 (viii) 해운산업에서 도산 (ix) 해양설비로부터의 오염사고 등이었다. 로테르담규칙과 해양설비로 인한 오염사고에 대하여만 언급하기로 한다.

로테르담 규칙-2012.10.16 화요일
2008년 유엔총회에서 해상운송을 위한 새로운 조약인 로테르담규칙이 통과되었고 현재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스페인과 토고가 비준하였다. 이에 CMI에서는 조약의 내용에 대하여 전문가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각국의 현재 비준상황을 듣고자 회의를 마련하였다.
일본의 후지다 교수가 유엔에서 조약자체에 대한 두가지 수정사항에 대하여 보고하였다. 유엔 사무총장이 비엔나 협약에 따라 10월 11일 로테르담 규칙에서 오류가 있는 두 부분을 시정하여 수정하였다. 이에 반대하는 국가(서명국가 24개국 및 비준국 2개국)는 2013년 1월 9일까지 의사를 표명하여야 한다.
그 내용은 (i) 제1조 제6항 a호에서 keeping을 추가함(제13조 제1항과 비교함) (ii) 제19조 제1항 b호에서 3가지 조건을 나열하면서 그 중에서 하나만 있어도 요건이 충족되는 것으로 하였지만, (i)호는 공통이고 (ii)호와 (iii)호 중에서 하나만 충족되면 되는 것으로 변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전에는 각국의 입장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i) 중국의 송디황 변호사: 중국은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제정작업에 중국은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다. 해운산업계는 새 조약에 불만이지만 화주의 의무도 강화되었다. 운송인과 화주의 이익이 균형이 잡혔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국제조약을 천천히 가입하는 국가이다. 장차 다른 국가의 입장을 눈여겨 볼 것이다.
(ii) 미국의 마이클 스털리 교수: 미국이 헤이그비스비 규칙이나 함부르크 규칙을 비준하지 않은 이유는 산업계 합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본 조약에 대하여는 산업계가 모두 찬성하고 있어서 문제가 없다. 국무성에서 현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완벽한 조약을 만들려고 한다. 틀린 부분은 이제 수정되었다. 이번 가을에 백악관에 비준안을 보낼 것으로 생각된다.

(iii) 싱가폴국립대학의 거빈 교수: 아시아 지역의 상황에 대하여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보아서 아시아 국가는 비준에 매우 느린 편이다. 한국도 강한 유인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해상법 개정작업을 하면서도 선주책임제한조약과 해난구조조약의 비준만 논의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일본도 작년 11월에 본 조약관련 대회를 가졌지만 아직 비준에 대한 새로운 움직임이 없다. 싱가폴도 강한 유인이 없다. 해법 관련 IMO 공법쪽 조약의 가입은 빠르지만 사법은 아주 늦다. 2004년에 가서야 1976년 LLMC를 비준하였고 1996년 의정서는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다. CISG도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가입이 아시아국가들의 가입에 큰 자극제가 될 것이다. 아시안과 같은 지역협의체에서 비준을 독려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본다.

(iv) 네덜란드의 지엘교수: 스페인은 이미 비준하였고 덴마크, 네덜란드 및 노르웨이는 비준을 위한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예외적으로 부정적이다. 전체적으로 유럽국가는 핀란드를 제외하고 긍정적이고 ‘두고보자(wait and see)’는 입장이다. 미국, 중국, 일본, 그리고 독일과 같이 큰 국가의 가입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v)남아메리카 콜롬비아의 Jose Guzman: 멕시코와 브라질은 국내법과의 충돌로 비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미주협의회에서는 본 조약에 호의적인 결정을 하였다.
(vi) 가나의 움비아(IMO 법률위원회 의장): 전체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는 '두고보자(wait and see)' 입장이다. 그 이유는 함부르크 조약을 비준하였지만 이것이 국제적인 조약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나, 나이지리아 그리고 베닌은 곧 비준할 것으로 본다.  

전문가의 조약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고,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국제 P&I 클럽의 입장이었다. 국제선주책임보험조합의 바로도(Bardot)씨는 아래와 같이 발표하였다.
선주 측의 입장에서 볼 때, 부정적인 측면(항해과실면책등)도 있지만 긍정적인 측면(복합운송규정, 과실책임이 유지된 점, 전자상거래)도 있다. 클럽의 규정에서 헤이그 비스비규칙보다 불리한 선하증권을 발행한 경우에는 보상이 없다는 규정을 확대 개정할 예정이다.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통일성을 기하고, 해상운송법이 지역화하고 국내법화되어 통일성을 해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찬성한다. ICS, BIMCO, WSC, ECSA 등이 그래서 모두 이 조약의 비준에 찬성한다. 조약이 발효되면 클럽의 비용이 증가할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본 조약의 성안에 적극 참여하였다. 그러나 한국 해운계의 사정이 나쁘고 또한 2007년에 상법을 개정하였기 때문에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비준하게 되면 우리나라 운송인과 화주들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조약이 발효될 때를 대비하여 기존의 선하증권의 내용을 변경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신임회장인 스튜어튜 헤스링턴 변호사와 필자
신임회장인 스튜어튜 헤스링턴 변호사와 필자
해양(offshore) 설비로부터의 오염-10.16. 화요일

미국의 deepwater horizon사고, 호주의 몬타나 사고에서 해양설비로부터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하였다. 이들은 선박이 아니기 때문에 선박으로부터의 오염사고에 대한 보상체제인 CLC 협약 및 IOPC FUND 협약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공백에 대하여 국제사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게 되었다.

작업반장인 리차드 쇼우(Richard Show) 교수가 그간 논의의 배경을 설명하였다. (i) 1970년 후반 CMI에서 작성한 리우 초안(1977)과 2011년 9월 21-23일 사이에 발리에서 있었던 회의를 소개한다. 북유럽국가들의 석유 시추회사 등이 자발적으로 만든 OPOL이라는 협의체에서는 다른 회원들의 책임에 대하여 기타의 다른 회원들이 모두 보상 및 배상을 보증하는 형태이다. 이것은 지역적인 한계가 있다.  (ii) IMO 법률위원회에서 인도네시아 대표단이 해양설비로부터 발생하는 오염에 대한 배상 및 보상체제에 대한 논의를 의제로 하자고 제안하였고, 이를 총회에 올렸지만 총회에서는 IMO는 선박을 다루는 기관인데 이것은 선박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식의제로 다루는 것을 부결하였다. 이것이 다시 법률위원회에 회부되었다. (iii) 이러한 환경에서 CMI가 이 논의를 계속할 것인지 결정하여야 한다. 나의 보고서의 마지막에 있는 10가지에 대하여 의견을 묻겠다.

이어서 호주의 스티븐 래어판사(Steven Rares)가 발표하였다. (i) 몬타나 사건, deepwater horizon 사건이 이에 대한 연구를 촉발하였고 작년의 발표회에서 이를 발표하였다. (ii) 선박연료유(Bunker) 협약과 같은 체제로 이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그러나 기금제도도 필요하다.

이어진 토론에서 (i) IMO가 선박이 아니라는 이유로 논의의 주제로 삼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들이 많았다. 비록 해양설비는 선박은 아니지만 선박과 유사한 점이 많고 유류오염의 문제는 해상법의 문제이고 세계해법학회는 해상법의 통일을 위한 유일한 세계적인 연구기관이므로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의장은 해양설비로 인한 오염문제를 세계해법학회의 계속 과제로 두기로 위원회가 결정하였다고 선언하였다. (ii) 책임제재에 대하여 참석자들은 무과실책임(strict liability)제도 채택에 모두 찬성하였다. (iii) 리즈 판사는 벙커협약 체제가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지만, 책임제한을 넘어서는 일정한 금액도 추가보상하는 기금제도를 가지고 있는 CLC가 더 적절하다는 주장을 야콥슨씨가 하였다(이에 대하여 한국 대표단도 회의 후에 리즈판사에게 벙커협약은 유류오염손해에 대한 독자적인 책임제한제도가 없기 때문에 유류오염피해자들이 불리하고, 기금제도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iv) 운영자만 책임을 진다고 하지만 건조자 등 아주 다양한 책임주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접근에 유의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쇼우 반장은 CLC에 책임 집중제도(channelling)가 있어서 이를 통하여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우리나라는 해양설비를 많이 건조하는 국가이다. 해양설비로 인한 오염사고는 비록 운항자의 책임만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건조자의 책임도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이다.

기획위원회(Planning committee)회의

필자는 기획위원회의 위원으로서 화요일 점심시간에 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선박충돌예방규칙(COLREG)이 공법과 사법이 서로 연결되는 분야이지만 해석상 국제적인 통일이 되지 않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충돌사고를 줄이기 위하여는 이에 대한 통일적인 해석과 적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CMI 장래의 의제로 하자고 제안하였다. 위원회는 이를 통과시켰다. 국제적으로 통일적인 해석이 필요한 예로서, 추월규정에서의 위험요건 부재, 정류선, 오징어채낚기 어선 등을 들었다.
이 의제는 집행이사회의 논의를 거쳐서 최종 의제로 채택되면 우리나라가 COLREG 개정 및 해석의 통일화 작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위원회 위원들과 회의중
기획위원회 위원들과 회의중
소감
우리 대표단은 그간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참석하여 의제내용을 파악하여 국내에 전달하는 역할만 해오던 관행을 탈피하는 개가를 올렸다. 정병석 회장이 목요일에 있는 해운산업에서의 도산과 관련하여 주제발표를 하였다. 이것은 한국해법학회가 CMI회의에 참석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다. 동 학회는 한국 해운산업과 조선산업의 위상에 걸맞게 발표자를 배당하여 달라는 요구를 CMI 사무총장에게 하였고 해운의 도산에서 전문성을 가진 정병석 회장(김&장 법률사무소)이 발표자로 지정된 것이다.

한국해법학회의 적극적인 CMI 활동이 아쉽게 느껴진 것이다. 많은 해상관련 국제조약은 CMI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초기부터 우리나라가 참여하여야 한다. 해양설비로부터의 오염사고의 의제의 경우에,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가 설치한 작업반 혹은 쇼유 교수에게 연락하여 작업반에 포함되어 국제적인 활동에 동참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가능하면 조선소, SK, 석유공사등과 함께 연구반을 구성하고 학술대회를 개최하여 의견을 집약하여야 한다. 또한 CMI 임원진에 대한 진출을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집행부에는 회장, 부회장, 집행위원회 위원, 각종 위원회 위원들이 있다. 집행기구인 집행위원으로 되는 과정을 보면, 각종 위원회 활동→작업반장→각종 위원회 위원→집행위원의 경로를 거친다. 20년 정도의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차근차근 위원회 활동부터 시작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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