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가 76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역관들의 눈과 귀를 통해 파악한 전 세계 경제활동 현장의 ‘90여개 이슈’를 생생하게 전달한 ‘2012년 세계경제’를 발간했다. 현재 전세계 산업계가 바라보고 있는 관심사를 ‘현장감’있게 정리한 이 책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비즈니스 동향과 트렌드를 파악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만큼 환경과 관점이 서로 다른 85명이 정치, 경제, 기술, 산업, 문화 등을 넘나드는 다양한 주제로 집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세계경제 환경의 큰 변동성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각종 전망이 맥없이 폐기되는 현실 속에서 현장을 주시함으로써 현실을 헤아리고 미래에 대처하는 능력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관건이 될 것이다. 이에 광범위한 글로벌 경제이슈를 짚어내고 있는 ‘2012년 세계경제’의 내용(일부)을 KOTRA 측과 협의해 연재한다.                                  -편집자주-

 
 

2011년 하반기 내내 프랑스와 유럽을 집중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재정위기는 해결방안 도출을 위한 ‘결정적’ 순간을 매번 놓치며 장기화되고 있는 조짐이다. 유럽재정위기는 기본적으로는 경제적 이슈이나 사실 그 배경, 진행과정을 찬찬히 뜯어보면 유럽의 통합 과정, 특히 유로존 탄생과 경제, 정치통합이 복잡하게 얽힌 사안이며 각기 다른 역사와 문화, 경제구조와 정치 배경을 가진 국가들이 과감하게(?) 추진한 통합 과정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통과의례에 비견할 수 있다. 2012년에도 여전히 프랑스와 유럽 내 최대 관심거리가 된 재정위기와 관련, 프랑스 현지 동향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무엇보다 경제보호주의 기조이다.

 

유럽재정위기와  demondialisation
언제부턴가 현지 언론을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해 demondialisation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프랑스어로 세계화를 뜻하는 mondialisation의 앞에 부정 혹은 반대를 의미하는 접두사 de를 붙인 것으로 주로 탈세계화라고 번역됨을 알 수 있다. 관련하여 프랑스에서 유럽재정위기에 따른 여러 부산물 중 하나로 자국 상품이나 기업을 선호하거나 나아가 노골적으로 특혜를 부여하려는 움직임을 현 위기와 연관시켜 들여다 볼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항공우주나 방위산업, 도로/철도 등 기간산업, 특히 계약규모가 어마어마한 사업이나 판매 건의 경우에는 경제 이외의 요소가 개입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금같이 경기가 좋지 않고 재정위기의 소용돌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에는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평상시에는 철저하게 경제 논리에 따른 기업 간의 경쟁이었던 사안이 국가 혹은 대륙 간 경쟁으로 비화될 경우에 따라서는 대놓고 자국 기업 제품이 선택될 수 있도록 경쟁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현재 프랑스와 유럽이 겪고 있는 재정위기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전반적인 국가경쟁력 하락 우려 심각
프랑스의 국가경쟁력이 경제와 산업 전반에 걸쳐 하락하고 있다는 위기 의식은 최근에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OECD 발표 2012년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0.3%정도로, 0.2%로 예상된 유로존을 살짝 웃돌았지만 재정적자 폭 축소를 위해 경제성장이 필수적인 점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수치가 아니다. 한편 교역 면에서는 무역적자가 700억 유로를 돌파, 2011년 적자 폭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담당 부처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제조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0년 동안 17.8%에서 12%로 하락하는 등 독일과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국가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산시설을 국내로! 생산비 절감이 능사는 아니다
최근 프랑스의 경쟁력 제고 노력의 특징을 세가지로 요약했을 때에, 우선적으로 세계화의 일환으로 생산비 낮은 지역으로의 산업시설을 이전하던 지난 수십년 간의 전략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즉, 해외 생산기지를 프랑스 국내로 다시 들여오거나 아예 해외 진출을 접고 국내에 시설을 설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 기업들의 전략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인건비를 비롯한 생산가격 최소화를 통해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했지만 해외생산 과정에서 제품 품질관리가 효율적으로 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할 경우 더 심각한 상황을 야기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이다. 국내생산을 통해 제품 품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제품과 기업의 브랜드 및 이미지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프랑스 소비자, 자국 제품과 기업에 대한 선호도 증가
자국의 역사와 전통,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어느 국민 못지않게 대단한 프랑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재정위기 바람을 타고 프랑스 기업과 제품에 대한 선호도와 구매 의사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초 Opinion Way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1%가 프랑스산 제품을 우선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자 외국기업으로서 프랑스에 생산기지를 운영 중인 일부 기업들은 자사 제품을 프랑스산이라고 적극 홍보하는 등 이미지 관리에 나서고 있는데 프랑스에서 Yaris모델을 직접 생산하고 있는 도요타가 좋은 예이다.

 

첨단산업 프랑스와 유럽기업간 통합 움직임 가속화
세 번째로는 일부 첨단산업 분야에서 프랑스 기업 간 또는 프랑스와 유럽 기업 간 통합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직 기술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항공우주, 의약학, 텔레콤 등의 분야에서 자국기업 혹은 유럽기업과의 통합을 통해 기술과 규모 면에서의 우위를 공고히 하면서 해당 분야만큼은 다른 경쟁국이나 기업들은 확실히 눌러버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항공우주의 경우 에어버스와 모기업인 EADS로 대표되는 유럽의 패권을 차제에 보전하겠다는 측면에서 매우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보호주의 기조, 장기적으로는 국익에 해롭다는 지적 우세
지금까지 세 가지 관점에서 요약하여 살펴 본 경제 보호주의 혹은 자국경제 우선주의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향을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프랑스나 프랑스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근복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2008년 글로벌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재정위기 여파로 사실상 더블딥을 겪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인위적인 보호주의 조치나 정책에 대한 의존이 부정적이라는 인식이다. 즉 구조적인 개혁을 통한 체질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제보호주의 움직임이 언제까지 또한 어느 정도 심각하게 지속될지는 역시 재정위기 해결을 통한 경기회복 시점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의 수차례의 논의와 합의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오히려 확산되고 있고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까지 위협받는 상황에까지 이른 만큼 이미 조치가 시급한 시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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