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가 76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역관들의 눈과 귀를 통해 파악한 전 세계 경제활동 현장의 ‘90여개 이슈’를 생생하게 전달한 ‘2012년 세계경제’를 발간했다. 현재 전세계 산업계가 바라보고 있는 관심사를 ‘현장감’있게 정리한 이 책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비즈니스 동향과 트렌드를 파악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만큼 환경과 관점이 서로 다른 85명이 정치, 경제, 기술, 산업, 문화 등을 넘나드는 다양한 주제로 집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세계경제 환경의 큰 변동성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각종 전망이 맥없이 폐기되는 현실 속에서 현장을 주시함으로써 현실을 헤아리고 미래에 대처하는 능력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관건이 될 것이다. 이에 광범위한 글로벌 경제이슈를 짚어내고 있는 ‘2012년 세계경제’의 내용(일부)을 KOTRA 측과 협의해 연재한다.                                  -편집자주-

 



유로존 재정위기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면서 유로존 17개국은 물론 EU 27개 회원국, 나아가 세계경제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반면 독일은 2011년 3%의 경제성장률을 기대할 만큼 불경기속에 호황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실업률도 11월 기준 6.4%로 안정세를 계속 유지해가고 있다. 또한 1년만기 독일국채 금리는 마이너스 금리에도 웃돈을 주고 사려할 만큼 독일은 안전한 투자처로 자리 잡았다.


위기 때마다 더욱 강해지는 독일의 비법은 무엇보다 독일인의 근면하고 과묵한 철학, 꼼수를 바라지 않는 사업방식을 들 수 있다. 이웃나라 영국이 서비스와 금융산업 중심으로 전환하였다면 독일은 수출중심 제조업을 통해 글로벌화를 추진하여 신흥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독일은 프라운호퍼 중소기업경영 연구소장의 말처럼 독일 경제의 가장 큰 강점은 장기적 사고, 대기업보다 배로 높은 중견기업의 혁신력. 특히 글로벌 경쟁기업들이 새로운 기술만을 쫓고 있다면 나아가 독일 산업계의 성장비전은 정부가 미래 성장동력 시장으로 나설 수 있도록 주력산업을 지원하고 있는 점도 중요한 경쟁력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중 풍력발전과 전기자동차산업은 독일정부가 20년을 바라보고 추진하고 있는 녹색산업분야로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만하다.


녹색산업의 견인차 풍력발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유럽은 독일을 중심으로 기존 원전 중심의 전력원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이에 원전을 대체할 미래 전력원으로 발전효율이 높은 풍력발전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다.


독일 풍력발전산업의 원년이라 불리는 1995년 이후 매년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 현재는 그 규모가 20배 이상 늘었다. 2030년에는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량의 50%를 기대할 만큼 중요한 에너지원이 되었다. 현재 유럽 재정위기로 많은 산업분야가 힘든 시기를 맞게 될 것으로 우려되지만 풍력발전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풍력발전시장은 연간 발전능력이 2010년 말 기준 약 2.7만MW 규모에서 향후 2020년에는 14만MW로 증가할 전망이다.

 

녹색산업 유로존 위기 불황탈출 원동력될 것
경기침체 영향을 적게 받고 불황에 강한 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는 녹색산업은 지난 불황기에도 관련기업들의 매출은 매년 5~30%까지 증가해 2020년에는 2조 2,000억 유로 시장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독일 녹색산업의 매출은 아직 주력분야인 자동차산업에 못 미치지만 2020년에는 종사인구 220만 명, 4,671억 유로 매출 규모로 자동차산업을 크게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녹색기술시장은 세계시장의 16%를 점하고 있어 15%의 미국과 9%의 일본보다 앞선 세계 최대 시장이다. 독일 녹색산업은 주력산업인 종사자 수 100만 명의 기계산업과 76만 명 자동차산업을 추월해 이미 독일 대표산업으로 부상했다. 2010년 기준 약 1,300개 기업과 200개 연구기관에 약 120만 명이상이 종사하고 있어 고용창출 1위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독일 연방정부의 엄격한 환경법과 정부보조금, 기계산업을 바탕으로 한 첨단기술 확보가 독일이 세계 녹색기술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주전력원이 신재생에너지로 모두 전환될 수 있는 시기를 이르면 2050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독일정부는 15년 동안 연간 150억 유로를 투자해 2025년까지는 1,000억 유로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 2의 산업혁명 꿈꾸는 전기자동차산업
녹색산업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그동안 전기자동차의 최대장점인 친환경성에 모순이 있다고 비판해 왔다. 즉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많은 전력이 화력과 원자력발전으로 대부분 생산되어 친환경적이지 않을뿐더러 경제성도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회의론자들의 비판이 잘못됐음이  드러나고 있다. 전기자동차 메이커와 배터리개발 엔지니어들은 전력소모가 적은 전기자동차를 개발했고 전기자동차용 전력은 화력이나 원자력발전이 아닌 풍력과 태양광발전량으로도 충분해 친환경성이 입증되었다. 독일전문가들은 전기자동차 100만 대를 지금 당장 운영해도 독일의 경우, 총 사용전력보다 약 0.5%의 전력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독일은 풍력발전만으로 전체 전력사용량의 7%를 생산하며 2030년에는 총 전력사용량의 25%를 풍력발전으로 생산할 계획으로 전기자동차 전력공급에 이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전기자동차는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과 전력의 재사용 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 기존 가솔린차량의 발전효율은 30% 정도인데 반해 전기자동차는 90%까지 발전효율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전력생산량은 일정하지만 휴일 등으로 전력사용량은 일정하지 않아 독일의 과잉 생산전력이 크게 문제가 되어 값비싼 전력을 사용하지 못하고 동유럽과 러시아에 비용을 지불하고 제공하는 촌극이 벌어진 적이 있다. 이에 초과 생산된 전력을 효율적으로 재사용하는데 전기자동차 배터리가 앞으로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정부는 10년 내 전체 자동차시장의 40%를 차지할 전기자동차를 통한 제 2의 산업혁명을 꿈꾸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독일정부는 소위 ‘German National Electric Mobility Platform’라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전기자동차 1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전기자동차 연구개발에만 약 1조 5500억원(10억 유로)을 2013년까지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독일정부는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소위 ‘샤우펜스터(Schaufenster)’영어로는 ‘쇼윈도우’라는 전기자동차 프로젝트를 2012년 여름부터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독일 16개 연방주가 제출한 제안서 가운데 다임러 벤츠와 바덴붸텐베르크, BMW와 바이엔, 폭스바겐과 베를린, 튀링엔과 오펠 최종 선정해 총 3,100억원(2억 유로)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로써 2~5만대의 전기차가 독일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실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독일의 미래형 전기차 지원 프로그램이 소리만 요란한 전시성 캠페인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 지원에 다가서고 있다. 또한 시기적절하게도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회생의 기회를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할만 하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BMW, 벤츠 등은 신흥시장 진출과 전기자동차 개발에 승부를 걸고 첨단기술과 신소재를 중심으로 미래 자동차시장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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