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육상-항공 통합물류 구축, 혁신적 R&D 투자…‘낙후’ 벗고 ‘전략산업’ 도약하자

 
 
대외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물류가 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비해 물류는 우리 국가경제에서 주된 산업이 아니라 부차적인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변화의 속도도 더디다.

항공, 해운 등 국제수송 및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육상은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으며 전문물류기업도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지원 역시 산업의 중요성에 비해서는 소극적이다. 물류분야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지구온난화 그리고 신정부 출범 등 그 어느 때보다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9월 6일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물류정책토론회는 차기 정부의 물류정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국내 물류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의 서비스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해운-육상-항공의 통합 물류체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물류 경쟁력을 강화해야한다는 한 목소리를 냈다.

국회의원 이재균 의원실과 한국교통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지속적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물류경쟁력 강화(한국교통연구원 서상범 박사) △국가경제 안정적 성장을 위한 물류선진화(한국교통연구원 이태형 박사) △미래수요 대응형 물류체계 구축과 신성장동력 창출(한국교통연구원 노홍승 박사)이 각각 주제발표됐으며 동아대학교 최형림 교수의 사회로 업계 및 정부관계자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이재균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하며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물류는 우리의 발전전략인 동시에 생존전략이고, 물류비는 곧 국가경쟁력”이라며 “이제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에 걸 맞는 물류기술 개발과 해운-육상-항공의 물류체계 통합, 공동물류 이용 활성화, 그리고 글로벌 물류시장을 선도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 김경철 원장은 “물류산업은 앞으로 정부가 추진할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의 보조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그간 물류정책 수단의 한계를 넘어 혁신적인 물류기술 R&D 분야에 더 많은 노력이 투여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략물자 자국선사 이용’ 의무화 추진
서상범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글로벌 물류서비스 역량강화를 위한 육·해·공 통합물류 체계를 구축하고 산업 및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한 융합형 물류인프라를 구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항공, 해운 등 국제수송 및 인프라는 우수한 수준이나 운영 및 연계를 담당하는 전문물류기업은 부족한 실정이다.

서 박사에 따르면 육해공 통합물류체계 구축에 앞서 우선 국제수송산업의 안정적 성장 기반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해운부문은 전략물자의 자국선사 이용 의무화를 추진하고, 선박확보 지원 및 해외건설사협의체 운영 등을 통해 초중량물 운송사업 진출을 지원해야한다. 아울러 해운산업의 지식기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선박관리, 중개·금융 등 부대산업 육성 △선박보증기금 설치 △투자재원 다양화를 유도해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컨테이너 중심의 획일적인 항만개발을 지양하고 지역산업과 연계한 특성화항만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서 박사는 중소기업의 수출입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 4.5억원 수준인 관련 예산을 연간 20억 수준으로 증액할 필요가 있으며 해외공동물류시설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연계 비즈니스를 개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융합형 물류인프라 구축과 관련해서는 “대규모 물류시설 개발을 지양하고 중소규모의 산업 및 도시연계형 물류시설 중심체계로 전환해야한다”고 밝혔으며 “공동물류 활성화를 통한 중소기업, 소외지역 물류역량을 강화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호랑이가 고양이로 변해” 정책 한계
주제발표에 이어 업계 및 학계 관계자들의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하헌구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장은 “물류정책에도 과거 10년간의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제는 과거 프로젝트의 평가와 새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 원장에 따르면 물류산업 키워드는 ‘화주와 물류기업 관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정책 타겟이 달라야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대기업은 종합물류 및 대형으로 글로벌화해 파이를 키우는 것을 지원해야하고 중소기업은 전문화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설명이다.

하 원장은 정부정책의 가장 큰 한계점으로 정책수단의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과거 10년 동안 물류기업의 육성을 위해 세제지원 및 인증제 등을 시도했지만, 기획재정부의 협조가 필요함에 따라 현재는 초기출발보다 약화된 형식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물류산업 발전수단으로 좋은 것이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지만 이는 정치적 결단 없이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세종 한국통합물류협회 종합물류위원장(CJ대한통운 부사장)은 물류업 육성을 위한 법안을 재정비하고 근거를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류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해운, 항만, 철도, 항공과 달리 택배업, 3PL, 종물업 등은 관련법이 없다. 따라서 물류시설정보법률, 화물운송법 등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최근 플랜트 및 중대형 화물의 붐이 일고 있지만 물류는 아웃사이더이고 오히려 중동 현지 오퍼레이터가 이득을 보고 있다”면서 “EPC 사업에 공동참여 형태로 물류도 포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구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장(범한판토스 대표)은 “해외 물류비즈니스 창출 능력을 위해 중소·대기업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물류기업 독자적인 해외진출과 영업은 불가하다. 글로벌 물류정보 제공을 통해 화주와 동반진출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물류정책 제대로 추진됐나?
온기운 매일경제 논설위원은 “그동안 물류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정부차원서 이루어져 왔지만 그런 정책이 제대로 추진됐는지 리뷰나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단순히 미래만 제시하면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온 위원은 “신정부 출범 후 에너지 세제 개편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기업들도 온실가스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적으로 운영해야한다”고 밝혔다.

정승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류는 경제지원 컨셉이다. 경제패러다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면서 “공유경제이면 물류도 공유물류이다. 이에 따른 중소 및 공동 소외지구 물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 위원은 혁신적 물류 R&D 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녹색기술과 IT에서 기존에는 개발자 및 공급자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공유물류 개념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시장을 창출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측 토론자로 나선 박종흠 국토해양부 물류정책관은 물류기업의 자생력을 키워달라고 강조했다. 박 정책관은 “이제는 정부 패러다임이 바뀌어 특정산업을 지원하는 시절은 지나갔다”면서 “실질적 플레이어는 물류기업이고 정부는 그림자처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정책관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해운, 항공에 비해 육상은 낙후된 편이고 제대로 된 기업이 없다. ‘비자산형 운송가’라는 말에는 깊이 있는 반성이 필요하다. 전부 개별사업과 위수탁 등 낱낱이 흩어져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물류기업은 컨소시엄 등을 통해 육해공 통합체제를 갖춰 해외로 진출해야한다고 언급했다. 박 정책관은 “글로벌 물류기업이 되어 세계를 상대하려면 덩치가 커져야하기에 정부가 지원하는 것인데, 업계가 이를 두고 대기업 중심이라며 반감을 갖기에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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