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시대 친환경선이 경쟁력이다”

 
 
세계 최고의 조선국인 한국에서 조선업의 업황과 트렌드는 증권가에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해운불황과 더불어 국내 조선소의 상선분야 사업도 불황의 늪에 빠진 지금, 세계 해운조선업계의 ‘친환경 선박’과 ‘고효율 선박’의 트렌드를 주목하는 증권가 애널리스트가 있다. 이트레이드증권의 박무현씨가 그다.

박무현 연구원은 친환경선박(일명 녹색선박)이 국제적인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선사들은 아직 친환경선박의 확보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친환경선박이 대세인 해운조선업의 최근 환경변화와 중요성에 대해 연일 리포트를 쏟아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박무현 연구원이 친환경선박에 접근하는 키워드는 기후변화에 따른 온실가스배출규제 등 ‘환경규제’와 장기화되고 있는 ‘고유가’이다. 특히 그는 고유가 시대에 최적화된 선박이 친환경선이고, 고유가가 상선의 시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기이후 글로벌 선사들은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동참한다는 환경적 대의명분 하에 감속운항을 단행해 ‘비용절감’과 ‘환경경영’이라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얻어냈다. 이로써 컨테이너선에서 시작된 감속운항은 벌크선 등 전 선종에 걸쳐 확산되며 전세계 해운업계의 원가절감과 지구환경 대응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지만, 지속되는 유가상승으로 선박연료비용 부담이 가중되자 감속운항만으로 비용절감이 어려운 원가구조가 형성됐다. 게다가 지구온난화 가속화에 따른 각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규제 조치가 정상적인 선박운항활동으로 발생하는 물질(CO2, Nox, Sox 등)들의 배출까지 규제하는 등 ‘연료효율 친환경선박’에 대한 요구는 해운업계의 미래 숙원사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박무현 연구원은 자사의 이슈코멘트를 통해 “고유가가 당분간 고착화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향후 연료효율적 친환경선이 상선의 기존선대를 모두 대체해갈 것”이라고 지적하고 “친환경선박의 산발적 수주정보보다 수주가 왜 나올 수 밖에 없는 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무현 연구원을 9월 20일 여의도 이트레이즈증권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만나자 마자 친환경선에 대한 나름의 대세론을 설명하며 머스크의 1만8,000teu급 컨선을 사례로 들어 엔진부터 선박의 구조가 다른 에너지효율선이 필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아울러 상선의 친환경선 시대는 세계최고의 조선기술국인 한국 조선에 ‘또다른 기회’로 작용할 것이며 이를 위한 조선업계의 적극적인 관심과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머스크의 1만8,000teu 친환경선박은 기존의 컨선 엔진이 아닌 벌크선의 엔진을 이용하는 한편, 적재공간을 극대화한 선체디자인을 개발했다. 연비향상을 위한 작업이다. 고유가 시대에 동일한 회전반경에서 연료소모량은 줄이고 연비효율을 높인 선박은 시의적절한 선형이다.

-보고서를 통해 꾸준히 친환경선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배경은?
친환경 고효율선박은 이미 국제적인 핫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해운은 준비가 되지 않고 있다. 국적 대형선사들이 신조 또는 도입한 초대형선박도 친환경선박은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선사들이 감속운항을 통해 전지구적인 친환경 요구에 대응하고 있지만 공급과잉, 경기불황, 고유가 등 현상황에서 감속운항도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운항속도를 더 이상 줄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박의 운항에 대한 온실가스배출 규제조치(EEDI, EEOI)가 내년부터 발효된다.

이와관련 머스크 라인은 10년간 친환경선을 연구해온 결과 1만8,000teu급의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한 친환경선박을 개발, 수십척 수주해 놓았고 수년내 그 선박들이 시장에 유입된다. 중국조선이 급부상하는 기간, 머스크는 중국조선에 관심을 두지 않은 채 한국조선소와의 협력을 통해 소재와 용접 등 기술력이 높은 부분에 대해 연구를 집중해왔다. 머스크의 친환경선박은 기존의 컨선 엔진이 아닌 벌크선의 엔진을 이용하는 한편, 적재공간을 최대한 확대시키는 선체디자인을 개발했다. 연비향상을 위한 작업이다. 울트라롱스트로크디젤엔진(Ultra Long Stroke diesel engine)과 터보(Tubor)를 연구해 1만8,000teu급 컨선에 장착했다. 앞으로 상선의 추진엔진은 엔진타입과 무관하게 울트라롱스크로크디젤엔진이 탑재될 것이다. 같은 속도로 운항하더라도 연료 소모량 자체를 줄이고 적재공간을 늘려 CO2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운임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을 갖추는 선체디자인인 것이다. 

-머스크의 초대형선 친환경선이 시장주도에서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
머스크의 에너지효율 친환경선 도입은 해운업의 헤게모니를 영원히 갖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고유가 시대에 동일한 회전반경에서 연료소모량을 줄이며 연비효율을 높일 수 있는 선박은 시의적절한 선형이다. 물동량이 크게 증가하는 시기는 선형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먹을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용절감은 선형에 따라 생존력의 관건이 될 것이다. 비용절감은 운임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에너지효율 친환경선의 운항과 함께 본격적인 운임경쟁이 시작될 것이며 머스크가 시장의 운임주도권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선사들이 이러한 운임경쟁에 동참하지 못하면 위험하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녹색선박 확보에 나서야 한다. 보유선박을 해체해서라도 녹색선박으로 교체해야 한다. 에버그린처럼 그리스 선주와 용선계약을 체결하고 선박을 발주하는 것도 친환경선박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의 일환이다.

-그렇다면 어려움에 처한 선사들의 대응방안에 대해
이미 발주 타이밍이 늦었다고 생각한다. 시황변화에 선사가 따라가는 과거패턴을 지금 적용하면 안된다. 지금이라도 발빠르게 녹색선박 확보에 나서야 한다. 선사들은 불황의 경영난 속에 투자가 불가능하다고들 말하는데, 기존 보유선박을 해체해서라도 녹색선박으로 교체해야 한다. 조선소가 어려운 이 시기에 선박을 확보해야 선사의 요구대로 지불조건을 가져갈 수 있다. 작년이후 OOCL과 Evergreen 등에서도 속속 친환경선박을 신조발주하고 있다. 물동량 증대가 한계상황에 이른 국면에서는 비용구조가 가벼운 선사가 경쟁력이 있다.
국적선사들이 에버그린처럼 그리스 선주와 용선계약을 체결하고 선박을 발주하는 것도 친환경선박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의 일환이다.

-친환경선으로 대체되는 선종의 우선순위에 대한 예상은?
우선 메가 컨선과 중형선을 중심으로 친환경선박 교체가 이뤄질 것이다. 대형 컨테이너선박에서 친환경선이 출발했고, MR탱커나 2,000teu급 컨선 등 중형선 위주로 친환경선박으로 교체될 것으로 예상한다. VLCC의 경우 현재 기술검토 단계이며 온실가스배출 감축 규제에 따라 MBM이 시행돼 2017년경 탄소세 부과제가 전세계적으로 시행된다면 VLCC도 2015년 신조계약분부터 친환경선 기술이 들어가야 한다. 대형조선소는 개별적으로 친환경선박 기술개발 등 녹색해운시대를 대비하고 있으나 국내 중소조선소의 친환경선 인식은 저조하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견선사 중에는 친환경선박으로 재기를 노려볼 필요가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조선소들의 해양플랜트사업 참여붐이 일고 있는데..
중국조선업계에서도 해양플랜트선 건조 시장에의 열망이 높다. 그러나 과거 유럽조선업계의 사례를 보아도 상선건조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해양플랜트사업을 무리없이 하기는 힘들 것이다. 중국조선소의 경우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하고 기술수준 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해양플랜트 사업 참여의 과열을 경고하고 조선소의 상선건조시장을 강조한 것으로 아는데..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상선에 대한 건조기술이 고도화하지 않고 해양플랜트사업을 성공적으로 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고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해양플랜트가 유망산업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소 조선소의 야드까지 채울 정도는 아니라도 생각한다. 중소 조선소들이 파이가 한정적인 해양플랜트사업에 매진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하고 싶은 선종보다는 잘 할 수 있는 선종에 집중해 특화선종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SPP조선과 현대미포조선이 특화선종전략을 잘 이용한 기업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왕좌왕하는 것은 위험하다. 디자인의 특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화주입장에서 친환경선은?
사실 선박의 연비경쟁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게될 대상은 화주이다. 연비 효율성 제고를 통한 운임경쟁력은 화주의 비용절감 욕구를 부합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따라서 녹색선박 보유여부가 해상운송거래의 헤게모니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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