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국내 최초 6,500억원 규모 가축운반선 10척 계약

성동조선해양이 수주한 참치선망선
성동조선해양이 수주한 참치선망선
경남 통영의 대표 조선사인 성동조선해양이 참치선망선과 가축운반선 등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상선 수주의 부진으로 수주실적이 전무했던 성동조선이 다른 돌파구를 찾았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국내 대표 중견조선사인 성동조선해양(이하, 성동조선)이 부활의 신호탄을 알렸다. 2006년 첫 선박 진수식을 갖고 2,300억원의 매출로 시작, 창립 수년만에 전 세계 조선소 순위 8위에도 이름을 올릴 만큼 고속성장을 실현했던 동사는 2009년 환헷지 상품인 키코사태의 피해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고 연이어 닥친 조선불황의 여파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국내 중소조선사들이 대폭 수주했던 중소형 컨테이너 및 벌크선 등 상선 수주가 지난 2년간 전무하다시피 하면서 성동조선의 회생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그러나 올 5월 국내 최초로 가축 운반선 10척을 수주하고, 7월 26일 국내 최초로 참치선망선을 제작하는 등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경영정상화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말레이시아 PBHH사에서 가축선 10척 수주+옵션 10척
성동조선은 지난 5월 말레이시아로부터 가축운반선 10척을 수주하며 기나긴 수주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국내에서 가축운반선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최초로 동 수주선박은 가축 7,000두(頭) 5척, 11,000두 5척이다. 여기에 해당 선박에 대한 추가 10척의 옵션 물량까지 포함되어 있어 지난 2011년 11월 핸디막스급 정유선 수주 이후 6개월만에 기록한 대형 신규 수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총 수주금액은 6,5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계약을 맺은 업체는 말레이시아에 소재한 대형육가공업체 PBHH(Pembangunan Buku Hijau Holdings)사로 대형 유통사인 까르푸와 테스코, 유명 외식업체인 TGIF와 도미노피자 등에 냉동육을 납품하는 회사이다.

가축운반선은 이슬람교도들의 하랄(Halal)이라고 불리는 문화에 의해 나타난 선박 형태로 주로 이슬람국가에서 가축 수입용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과거 이 선종은 신조보다는 주로 일반 상선의 개조를 통해 사용되었으나 요즘은 가축 보호를 위한 규정의 강화와 환기, 사료공급 시스템 등 최신식 장비를 장착하는 것이 필수가 된 만큼 앞으로 신조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7월 참치선망선 ‘사조 콜롬비아’호 발주,
‘세계 1위 국내 참치화주 사로잡아’
5월 가축운반선 10척 수주에 이어 성동조선은 또 하나의 틈새시장 공략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7월 인도한 참치선망선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7월 26일 성동조선은 1,900톤급 참치선망선 ‘사조 콜롬비아(SAJO COLUMBIA)’호의 명명식을 개최했다.

길이 79.6m, 폭 14.5m, 높이 8.5m의 규모에 평균 15.4노트로 운항되는 동 선박은 기존 통조림용뿐 아니라 횟감용 참치를 겸용으로 냉동 보관할 수 있는 설비를 탑재해 조업 가능 범위 확대로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또 어군탐지기, 소나(음파탐지기) 및 각종 레이더와 위성통신장비 등과 같은 최첨단장비가 탑재돼 있다.

가축운반선과 함께 참치선망선 역시 국내 조선업계에서 최초로 기록됐다. 과거 국내에서 참치잡이선 건조가 있었으나 현재의 ‘선망선’ 형태는 국내에서 개발된 최신 선형이다.

그간 미국과 대만 등 제 3국에서 건조됐던 참치선망선이 국내 중견조선업체인 성동조선에서 건조됐다는 점은 상선 수주부진으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내 중소 조선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동원산업과 사조산업 등 세계 제1의 참치 생산기지를 보유한 국내업체들이 앞으로 참치선 건조를 국내로 돌린다면 중소조선업계에도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세계 참치의 주요 어획지역인 태평양에서만 500여 척의 참치선망선이 조업 중인데 그 중 많은 선박들이 20여 년 전에 개발된 것으로 새로운 국제법과 선진적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수 없는 사양이다. 이에 따라 차세대 저탄소 인간 중심형 원양어선의 필요성 대두와 함께, 이 시장이 신규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참치선망선은 원양어선 중 가장 발전된 선박으로 중서부 태평양 상에서 어군을 탐지해 부상된 참치 어군 및 유목에 붙은 어군을 어망으로 다획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특히 현재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400여척의 참치 선단이 대부분 노후선박이어서 앞으로 10여년간 교체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국내 조선사의 대응이 필요하다.

가축선·참치선망선 교체수요 증가 꾸준,
상선수주서 탈피 틈새공략
이처럼 성동조선이 수주·발주한 가축운반선과 참치선망선이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중소조선사가 향후 수요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선을 탈피해 ‘선종 다변화’를 이뤘다는 점이다. 성동조선 관계자에 따르면 “참치선망선과 가축운반선 모두 향후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선종”이라면서, “먹거리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해지면서 기존 가축운반선과 참치선에 대한 안전기준과 국제법이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노후선이 대부분인 양 선종의 교체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성용 성동조선해양 대표이사
하성용 성동조선해양 대표이사

“틈새시장 공략, 내실경영이 경영정상화 주요 키워드”
성동조선은 올 상반기 이들 선종의 수주·발주로 현재 겪고 있는 자금난을 탈피하고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동사는 2010년 4월 수출입은행, 우리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경영정상화에 대한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 급속히 얼어붙은 해운시장의 영향과 KIKO 등 파생상품 손실 등으로 세계 10위권 조선사인 성동조선해양의 유동성에도 제어가 걸린 것이다.

하지만 지역경제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을 살리겠다는 지역사회의 의지와 채권단의 도움, 직원들의 굳은 결의로 회사는 다시 재도약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특히 2012년을 ‘경영정상화를 실현하고 지속적인 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원년의 해’로 정하고, 이를 위한 자구계획 프로그램의 충실한 이행과 수익성 제고 노력, 위기극복을 위한 전 임직원의 원가절감 노력에 매진하고 있다.

하성용 성동조선해양 대표이사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선별 수주로 수익성 우선의 수주전략을 정착시키고, 경영혁신을 통한 경쟁력 제고와 품질개선 활동을 통해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는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경영체질을 개선해 나가겠다”며 수주역량 집중과 품질 경쟁력 확보를 통한 내실경영체제 구축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모든 분야에서 비용절감 노력을 전개하면서 효율성을 높이고 업무 낭비를 줄이기 위해 기존 업무 프로세스 변경은 물론 대대적인 조직개편 등의 경영 혁신을 통해 스피디한 실행력을 확보하는데 애쓰고 있다. 또한 성과 중심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 등 책임경영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 관계자는 “채권 은행들의 적극적 지원에 직원들도 힘을 내고 다시 한번 해 보자는 마음가짐으로 하나로 뭉쳐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며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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