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인프라에 대한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의 부작용이 여론의 도마에 올라 있다. 대규모 투자금액을 필요로 하는 국가 기반산업을 위해 도입된 MRG(Minimum Revenue Guarantee) 제도가 민간 사업자에게 막대한 혈세를 퍼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동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MRG 제도가 국가 기반시설 건설에 기여한 점은 간과할 수없는 사실이다. 항만물류 인프라 확충에도 민간투자사업과 MRG 제도가 커다란 역할을 했다.


MRG 제도는 국가 기반시설 확장이란 긍정적 측면과 재정부담 가중 및 일부 민간사업자의 방만 운영이라는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가져왔다. 2009년 이후 신규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MRG는 전면 폐지됐지만, 기 협약된 사업의 축소와 폐지로 인해 논란은 계속 진행 중이다. 항만물류 민자사업 현황을 통해 MRG 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폈다.

 

1994년 우리나라는 도로와 항만 등 국가 기반시설 건설 및 확충을 위해 민간투자제도를 도입했다. 막대한 건설 자금이 드는 주요 인프라 건설에 민간을 참여시켜 부족한 시설을 조기에 확충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제도도입 초기에는 정부의 민간투자사업 유치가 활발히 진행되지 못했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 시설 투자에 쉽게 뛰어드는 사업자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후 1997년 IMF 이후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경제회복을 위한 투자확대의 일환으로 민자사업에 MRG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MRG 제도는 사회기반시설 완공 후 실제 수요가 예측치에 미치지못한 경우 일정기간동안 국가가 일정비율까지 수익을 보전해주는 것으로, 제도 시행 후 민간투자사업에 소극적이었던 건설사와 금융권 등의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2000년 이후 12개 민자사업 중 MRG 지급 10건 “보장비율 90%, 세계에서 유일했던 제도”
항만분야에도 민간투자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2011년까지 부산신항을 비롯해 광양항, 평택당진항, 인천북항, 목포신항, 울산신항, 포항 영일만항, 보령신항 등 8개 신항만 건설사업에 모두 23조 7,000억원(민자 10조 7,793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국토해양부 항만민자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0년 12월 1일 부산신항 1단계(부산신항만, 괄호 안은 사업시행자)의 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목포 신외항 1-1, 1-2단계(목포신항만), 인천북항 1-1단계(현대제철), 1-1단계(동국제강), 2-1단계(동부인천항만), 군산비응항(피셔리나), 인천북항 일반부두(인천북항부두운영), 울산신항 1-1단계(울산동방아이포트), 포항영일만 신항 1-1단계(포항영일신항만), 마산항 1-1단계(마산아이포트), 평택항 다목적부두(PCT) 등의 민자협약이 체결됐다. 5년간 12건의 민자사업이 체결됐으며 이들 협약에는 군산비응항 민자사업만 제외하고 모두 MRG 제도가 걸려있었다.

 

MRG제도가 폐지된 2006년 이후에도 광양항 여천 일반부두(여천민자부두), 평택항 양곡부두(평택당진양곡부두), 군장항 잡화부두(군장신항만), 부산신항 2-3단계(부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 광양항 3-3단계 컨테이너부두(광양신항만), 부산신항 제2배후도로(부산항신항제이배후도로) 등의 민자협약이 추가적으로 채결됐다.

 

 
 

정부 재정부담 가중 ‘세금먹는 하마’ 뭇매.. 06년 이후 축소 및 신규 MRG 폐지
초창기 MRG 제도는 수입보장기간의 제한이 없고, 보장비율도 90%(정부고시), 80%(민간제안)에 달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민자사업자의 입장에선 손해볼 것이 없는 조건이었다. 한 항만업계 관계자는 “보장비율 90%라는 조건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한마디로 사업자가 올해 이만큼 수익을 올리겠다 해놓고, 그 중 10%만 달성하면 본전은 달성한다. 누구라도 돈만 있으면 귀를 기울일 만큼 파격적인 혜택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민자수입의 80~90%를 보전해준 정부는 민자사업이 ‘세금먹는 하마’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자 단계적으로 운영수입보장수준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기에 이른다. 1999년 수입보장기간 제한없이 최고 90%까지 수입보장을 해줬던 MRG 제도는 2003년 수입보장기간을 15년으로 제한하고 보장비율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실제수입이 계획의 50% 미만인 경우 수입보장을 배제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일부 민간 사업자들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부작용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MRG 제도의 축소가 대대적으로 일어난다. 정부고시사업의 경우 최고 90%까지 보장해줬던 것에서 최고 75%까지로 제한하고 보장기간도 15년에서 10년으로 축소했으며, 민간제안 사업은 MRG 제도 자체를 폐지한다. MRG로 인한 재정부담이 원인이었다. 급기야 정부는 2009년 MRG 제도를 전면 폐지하기에 이르러, 앞으로 신규 민간사업자가 운영수입보장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봉쇄했다.


항만 민간투자사업 MRG 제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2003년 부산신항 1단계의 MRG 제도가 폐지된데 이어, 차례로 인천북항 1-1단계의 현대제철, 동국제강 부두의 MRG도 폐지됐다. 목포신외항 1-1, 1-2단계 부두는 20년간 90%를 보장해준다던 기존 조건에서 최초 4년 6개월간은 50~90%, 이후부터 12년 6개월까지는 50~79.43%, 이후부터 최종 20년까지는 50~77.43%로 단계적으로 축소됐다.

 

 
 

“조기 항만 인프라 건설에 역할했지만.. 제도 개선 불가피”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MRG 제도는  비교적 효율적이고 빠르게 국가 기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지만, 세수 부담의 가중 및 민간 사업자의 피해도 나타났다는 점에선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항만분야 민자사업의 경우 현재 운영중인 총 14개 사업에 약 4조 9,000억원이 투자되었고 이중 MRG 지급액은 총 458.4억원이 지급됐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MRG 지급액은 총 투자비의 약 1%를 차지하는 금액으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약 3%인 것을 감안하면 정부재정운용상 긍정적으로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으나, “최근 해운경기 침체에 따른 항만하역요금 하락으로 민자항만운영사의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연도별 MRG 지급액도 증가하는 추세여서 재정부담이 증가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밝혔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의하면, 연도별 MRG 지급액은 2005년 7.8억원에서 07년 25.3억원, 08년 59.5억원, 09년 100.3억원까지 상승했고 10년에는 98.4억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해 165.7억원으로 급등했다.

 

민간사업자 불만 최소화해야, 정부 “MRG 대신 항만 특성별 수익개선 방안 마련할 것”
그러나 MRG 제도를 통해 투자 리스크를 줄이면서 항만 투자에 참여했던 민간 사업자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지방 항만 운영사 관계자는 “아무도 참여하지 않으려 했던 민간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했던 민간 사업자들의 입장에선 MRG 축소와 폐지는 재앙”이라고 표현하며, “해운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운영사들의 경영상태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MRG 마저 폐지된다면 사업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근의 MRG 제도에 대한 여론의 인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항만운영사의 경우, 선사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부산항을 제외하곤 물량도 제자리 걸음인데 이를 민간사업자의 방만한 운영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MGR 제도의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항만민자사업의 건전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항만별 특성에 맞는 포트세일즈 강화, 부대사업 발굴 등을 통해 민자사업의 수익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향후에도 MRG가 과다하게 지출되는 민자사업에 대해서는 보장기간과 보장비율을 폐지 또는 축소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이며,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권을 회수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0년대 초반 활발한 민간투자와 MRG 제도가 항만 인프라 확충에 기여한 바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후 닥친 글로벌 경제위기와 해운시장의 불황은 민간 사업자에게 운영 적자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지만 정부에게도 과도한 MRG 지급의 부작용을 동시에 가져왔다. 현재 정부 정책은 MRG 제도의 축소로 방향을 잡았다. 여론 역시 과도한 세금이 민간 사업자들에게 투입되는 것을 원치 않는 듯 하다. 중요한 것은 이해와 조정이다. 민간 사업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항만운영의 건전성 및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 요구된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