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s Biz School Faculty of Finance, Nomikos 교수와 DVB(Singapore)의 Martijn의 학문적 지식과 업계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영어 강의도 선박금융을 조금 더 이해하는 더 없이 좋은 계기가 되었다.

 
 
7월 10일, 맑은 날을 기대했건만, 얄궂게도 하늘은 비를 뿌리고 있었다. 출발 전, 대련에도 비가 많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당일 출항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걱정도 언뜻 들었지만, 그건 정말로 기우에 불과했다. 예정대로 우리 4기 연수생들을 태운 대인호는 금번 실무워크숍의 목적지인 중국 대련으로 향했다. 6년 전, 겨울 바로 이 배를 타고 대련으로 연수를 떠났던 지난 시절의 기억들이 주마등을 타고 스쳐 지나갔다. 18개월의 연수 생활과 와이프와의 소중한 인연을 맺어준 곳, 대련, 그 곳은 늘 내겐 우리집과 같이 너무나 익숙하고 포근한 장소로 다가온다.


낮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대인’호 기관장님 말씀처럼 여름철에 이처럼 배가 Rolling과 Pitching이 심한 경우가 드물 정도로 집으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못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날이 밝았다. 다행히 따스한 햇살이 우리 연수생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터미널에서 빠져 나오자, 현지 동포 가이드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대기한 버스에 올라타 우리들의 첫 번째 행선지인 대련해사대학으로 향했다. 대련항이 바로 시내 중심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대련해사대학으로 가는 도중에 대련의 중심부를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다. 단동에서 5시간을 한걸음에 달려 온 가이드가 피로를 잊은 채, 대련과 중국에 대한 소개를 시작했다.

 

동북3성(요녕, 길림, 흑룡강성으로 구성되어 있음, 과거 만주로 불리던 지역)에서 가장 잘 사는, 산동성의 청도와 더불어 생활환경이 가장 우수한 도시로 대륙에서 손꼽이는 도시, 최근 몰락한 보시라이의 근거지였던 도시, 100여년 전 일본이 열강에 합류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러일전쟁 개전 승전지, 고구려 비사성이 위치했던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현장 등등,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가이드의 연변 사투리를 뒤로 한 채, 우리들을 태운 버스가 대련해사대학에 도착했다.


지난 밤, 파도에 몸을 맡긴 터라 다들 녹초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중국국제금융해운복합연구중심 Ling Zhuang 주임의 중국선박금융에 대한 강의에 많은 연수생들이 관심을 표명해 주었다. Ling주임의 강의 중 특히 2020년 상하이를 아시아해운금융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중국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세계의 중심이 아시아로 다시 돌아오고 있고 아시아의 중심이 중국임은 필연이라는 웅변이리라... 아편전쟁 이후 170년 만에 전 세계를 향해 자기들의 원래 자리(왕좌)를 내놓으라고 포효하는 그들의 외침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섬뜩함으로 대변되는 감정과 인정할 건 인정하고 우리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이성이 간밤에 생겨 아직 해소되지 못한 울렁증 마냥 정신없이 내 몸을 감싸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다. 중국통화인 RMB가 선박금융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에서 주요 통화로 사용되는 날도 그리 멀진 않았음이라.


세미나가 끝나고 우리는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알려진 성해광장(星海廣場)으로 향했다. 해수욕장이 개장하고 때 마침 와인축제가 열리고 있어서인지 대련시민들은 물론 타지에서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와인축제로 바다쪽 모래사장을 밟으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기도 했지만, 뜨거운 햇볕 아래, 몸이 무거워 질대로 무거워진 우리들이기에 이곳저곳 구경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성해광장을 둘러보는 것을 끝으로 연수 두 번째 날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대련시내 중심 우호광장(友好廣場)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인 Dalian Intercontinental Hotel, 3일 간의 대련연수기간 동안 우리가 묵을 숙소다. 지난 밤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늑하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연수 세 번째 날, 대련시내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장흥도(長興島)에 위치한 ‘WORLD BEST STX대련조선소’를 견학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장흥도로 가는 2시간의 여정에서, 늘 이 곳 중국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수백㎞의 고속도로가 일직선으로 뻗어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면서 대륙의 광대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 버스는 어느덧 STX대련조선소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다.
 

본격적인 야드 견학에 앞서 조선소 본관 건물에서 관계자 분을 통해 대련조선소에 대한 소개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자체 제작한 홍보 동영상을 통해서는 대련조선소의 원대한 비전을 느낄 수 있었다. 조선소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관계자 분의 안내를 받으며 조선소 이곳저곳을 견학할 수 있었다. 광활한 야드를 채우고 있는 대형 벌크선의 위용, 생전 처음 보는 가축운반선, 크랭크축과 선박엔진 등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엔진공장, 선체 내 시설물을 설치하는 의장공장 등 나의 흥미를 끄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나의 흥미를 돋군 것은 관계자분도 설명하신 대련 STX 조선소의 자랑, ‘육상 건조’방식이었다. 도크 없이 육지에서 선박을 건조한 후 바다 위로 선박을 옮겨 띄우는 STX가 특허를 낸 건조 방식으로 육상에서 바다로 선박을 옮기는 과정은 한국 직원만이 참여하며, 1년에 1-2번 정기적으로 동 공법의 국외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국정원 직원이 감사를 나온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야드를 돌아보면서 중간 중간 버스에서 내려 조선소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내내, 두 눈을 사로잡은 건, 거대한 선박도 넓디넓은 야드 부지도 아닌 이곳에서 일하는 중국의 젊은 직원들이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전문지식과 숙련도, 국내 대비 낮은 생산성이 아직까지 이들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지만,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넓고 촘촘한 인력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기에, 늙어가는 한국조선업을 밀어내고 세계 최고의 조선강국이 되는 날도 그리 멀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그 때가 되면 이들이 세계 조선업의 주역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새삼 기름 묻은 작업복을 입고 근무하는 그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장흥도를 빠져나와 대련 시내로 들어서니, 퇴근 무렵이었다. 어김없이 차들이 엉켜붙기 시작했다. 이 곳 대련도 다른 중국의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도로에 쏟아져 나오는 차량이 매일매일이 다르다. 집에 이어서 차를 소유하는 것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증표가 되면서 너나없이 차를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창 너머로 꽉 막힌 도로를 응시하고 있을 때, 여기저기서 독일과 일본의 유명 브랜드 차가 왜 이렇게 많을 수 있는 지를 의아해 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보통의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중국이란 나라가 지니고 있는 너무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의문일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그만큼 대련에 돈 있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한국과 동급차량 대비 가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데도, 거리에 흔하디흔한 차가 아우디, 폴크스바겐, 벤츠 등이니 이 들의 재산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1.5급 도시인 대련이 이 정도니 하물며 북경, 상해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중국 인구를 13억으로 보고 5%를 중상층으로 본다 하더라도 산술적으로 6,500만 명이란 숫자가 생활에 여유가 있다는 얘기고 그들 중 대다수가 북경, 상해, 광주 등 주요 대도시에 거주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도로를 굴러다니는 고급차들의 규모가 충분히 납득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연수 넷째 날, 첫날 조금은 서먹서먹했던 우리들 사이가 친해졌다 싶으니, 아쉬운 이별의 시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오늘은 실질적으로 연수의 마지막 날이다. 안중근 의사가 순국하신 뤼순감옥, 고구려 수군방어기지였던 비사성을 탐방하면서 이 땅이 우리 민족과 유구한 인연이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 대련으로 출발할 때와는 달리 쾌적한 비행기를 타고 불과 1시간 만에 편안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기내에서 자꾸자꾸 생각났다. 제주도 가는 거리만큼의 지척에 한동안 만날 일 없었던 빛나는 가문 출신의 이웃이 대문 밖으로 나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한다. 우리는 그들과 좋은 친구가 되어 함께 잘 살 수 있을까? 세계사의 전면으로 다시 돌아온 그들을 이해하고 교감해야만 하는 다소 부담스러운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 같아 돌아오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이 편치만은 않았다.


대련실무워크숍을 다녀오기에 앞서 5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 장장 1달 반이란 기간 동안 매주 화, 목요일 전일제로 ‘선박등기등록’, ‘선박금융관련법’, 환위험관리 및 파생상품이해‘, ’금융기관의 선박금융대출’ 등의 주제로 해운과 금융계의 여러 전문가들의 강의를 들었다.


또한 강의 외 Cass Biz School Faculty of Finance, Nomikos 교수와 DVB(Singapore)의 Martijn의 학문적 지식과 업계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영어 강의도 선박금융을 조금 더 이해하는 더 없이 좋은 계기가 되었다.


끝으로 동 과정을 주관한 국토해양부, 사업단장을 맡아 수고하신 한국해양대학교 이기환 교수님, 그 외 동 과정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쓰신 한국해사문제연구소 원경주 부장님, 김해두 부장님, 한국금융연수원 김행재 부장님, 손태훈 계장님 외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2달이란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무더운 날씨와 씨름하면서도 배움의 열정을 잊지 않고 끝까지 함께 정진 해 준 ‘선박금융인력양성 4기’ 동기생 모두에게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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