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및 수출의 향방은 석탄을 비롯한 기존 에너지의 가격과 경쟁력, 그리고 관련 운송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셰일가스 개발에 따라 미국내 LNG 가격이 급락하면서 미국 LNG의 국제 경쟁력이 강화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미국산 LNG로 수입선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셰일가스를 비롯한 천연가스가 대체에너지로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셰일가스 개발이 세계 에너지시장에 미칠 영향과 셰일가스 개발 확대의 핵심 변수, 에너지 기업에게 주는 시사점 등을 분석한 보고서가 있어 소개한다. 이 글은 LG경제연구원의 산업전략부문 연구위원인 임지수씨가 작성한 것으로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원문 그대로 게재했다.
보고서의 주요내용은 △미국 셰일가스, 에너지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향후 셰일가스 개발 확대의 핵심 변수 △셰일가스 확산, 중장기 에너지시장을 어떻게 바꿀까? △한국 에너지 기업에게 주는 시사점 등이다.                                                                <편집자 주>

 

미국 셰일가스 개발이 전세계 에너지 시장의 화두로 부상한지 2년여 시간이 지났다. 이 기간동안 북미지역 천연가스 가격은 국제가격의 1/3, 1/4 수준으로 떨어졌고, 미국 발전 연료에서 천연가스가 석탄을 일부 대체하면서 글로벌 석탄 가격의 하락요인 중 하나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셰일가스 개발 붐이 미국 외 지역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역외 수출도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천연가스와 석유 시장의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다.


향후 셰일가스가 세계 에너지시장에 미칠 영향은 ①미국정부의 천연가스 수출 허용 여부 ②구미지역 중심의 환경/안전 문제 해결 방향 ③셰일가스 생산비용이 높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기술혁신 속도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번째 셰일가스 생산에서의 기술 혁신 속도가 셰일가스 영향의 속도와 강도를 결정할 전망이다.


셰일가스 개발이 글로벌로 확산되면 석유 수요의 대체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그러나 석유의 한계 생산 비용을 크게 낮추기는 어렵기 때문에 석유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천연가스 시장에서는 LNG 수출지역 확산과 가격 결정방식의 다변화로 수요자 입장에서 협상력 강화와 구매 안정성 증대가 예상된다. 가격 영향은 셰일가스 기술 개선 속도와 인프라 구축 상황에 따라 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LNG 가격의 하락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최근 2~3년간의 미국 셰일가스 붐은 글로벌 기준에서는 아직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 그러나 셰일가스 개발 기술의 발전과 세계 각국 정부의 에너지 안보 강화 노력, 원유 매장량의 한계 등으로 셰일가스 개발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셰일가스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에 중요한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셰일가스 개발 확산은 대규모 LNG 수입국인 한국의 바게닝 파워를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한국 에너지·자원 기업들에게도 긍정적 사업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셰일가스 개발 기술이 향후 발전 여지가 큰 초기의 기술이고, 중장기적으로 아시아지역에서도 관련 사업이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관련기업들도 투자자본 회수뿐만 아니라, 기술·사업 경험 학습효과를 감안하여 보다 장기적 관점으로 다양한 형태의 사업기회 참여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셰일가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주요 산유국의 공급 불안정은 지속되고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한 회의감이 더해지던 상황에서, 셰일가스 기술 혁명으로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2~3달러(mmBtu당, 단순열량환산 기준 원유 배럴당 14달러)로 유지되는 상황은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셰일가스는 미국보다 중국에 더 많이 매장되어 있고, 서유럽 등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에도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셰일가스 개발이 전세계로 확산되면 글로벌 가스가격을 크게 하락시키고, 석유·석탄 수요도 대체하면서 에너지 공급 및 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반면 자원개발에 적극적인 의지와 관심을 나타냈던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셰일 가스 열풍에 대해 냉소적 시각도 있다. 즉 셰일가스 기술은 환경·안전 및 경제성 문제에서 아직 확실하게 검증 되지 않았고, 미국의 지역적 특수성으로 급성장 했지만 불확실성이 높아 적극적 대응을 하기에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반된 시각이 공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셰일가스 자체가 아직 다양한 변수가 남아 있는 성장 초기의 자원이라는 점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천연가스 보유자원이 거의 없고 관련 산업이 가스 수송(PNG·LNG 사업) 및 도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셰일가스에 대한 경험과 지식의 부족에서 발생하는 논란도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붐이 지금까지 글로벌 에너지산업 구조(수급,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고 셰일가스 개발과 관련된 주요 변수들의 점검을 통해 셰일가스 개발이 중장기 에너지산업 구조에 미칠 영향에 대해 조망해 본다. 


 
Ⅰ. 미국 셰일가스, 에너지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미국의 셰일가스 붐이 본격화된지 2년 남지 지났다. 셰일가스 기술 개발은 오래전부터 진행되었지만, 혁신 기술이 적용되어 미국 천연가스 생산량이 급증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등 수치적인 결과가 본격화된 시기는 2010년 이후이다. 이 기간 동안 셰일가스는 미국의 에너지 산업에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에너지산업에 미친 영향
첫번째는 무엇보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의 급락이다. 2000년대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mmBtu당 4달러에서 10달러 범위에서 유가와 비슷한 추세로 움직였다. 그러나 현재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mmBtu당 3달러 미만으로 상당수 가스정의 생산비용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천연가스가 이런 가격까지 하락하고 유지되는 것은 셰일가스 생산증가로 미국 천연가스 공급량이 30% 이상 증가했음에도, 역외수출이 어렵기 때문에 역내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규 개발된 셰일가스정은 고비용, 고압의 프로세스로 가동률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줄이지 못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셰일가스정에서 천연가스와 함께 생산되는 원유 및 NGL은 천연가스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커버해 주고 있다. 2012년 1분기 기준으로 NGL은 천연가스 가격 대비 3.3배, 원유 5.8배의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두번째는 미국의 발전믹스 변화이다. 미국의 발전믹스는 원자력과 수력을 낮은 수준의 기저발전연료로 사용하면서 석탄과 천연가스를 계절수요에 맞춰 조정하는 발전 연료로 사용하는 형태이다. 그런데 2011년 9월 이후 석탄발전의 감소와 천연가스발전의 증가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천연가스 가격이 미국 가스기업의 현지 판매가 기준으로 3달러대에 진입한 시점으로, 일부 지역에서 천연가스 발전비용이 석탄 발전비용 보다 더욱 저렴해지면서 대체가 진행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석탄가격도 점진적으로 하락했지만 천연가스 가격 하락폭은 더욱 커서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었다. 2012년 4월에는 미국의 발전역사상 처음으로 석탄과 천연가스의 발전량이 같은 수준에 이른 것으로 발표됐다.


세번째는 미국의 발전연료로 석탄 사용량이 감소하면서 석탄 수출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의 석탄 순수출은 분기평균 천만톤 정도에 머물렀으나 2010년 이후 크게 증가, 2010년 1천600만톤 △2011년 2천350만톤 △2012년1분기 2천660만톤까지 증가했다. 이렇게 증가한 양은 주로 유럽과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네번째는 석유 생산량 증가이다.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연간 780만b/d 수준으로 이중 72%는 유정에서, 28%는 가스정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중 가스정에서 생산되는 석유는 2009년 이후 생산이 매년 증가했는데, 특히 2011년 4분기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생산비용 이하로 하락하면서 석유제품(Liquid) 함량이 높은 가스정 중심으로 채굴활동을 집중하여 가스정 기반 석유 생산량은 더욱 증가했다. 실제로 2008년까지 가스정 기반 석유 생산량은 연평균 178만b/d에서 2011년에는 218만b/d, 2012년(1월~5월)에는 233만b/d로 증가하면서 미국 석유생산량 증가에 기여했다.

 

세계 에너지산업에 미친 영향
그러면 미국 에너지산업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킨 셰일가스 붐이 세계 에너지산업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켰을까? 셰일가스 영향만을 추려내기는 어렵지만, 시장구조 변화로 유추해 볼 때 석탄 > 천연가스 > 석유의 순서로 영향이 있었다고 추정된다.


우선 석유에서는 글로벌 수급이나 가격에 영향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 석유생산량은 2011년 기준 8,358만b/d이고, 미국 생산량은 784만b/d 이다. 이중 셰일가스 개발로 가스정에서 생산되는 원유 생산 증가량은 50만b/d 정도로 세계 생산량의 0.6%에 불과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 해의 리비아 사태, 올해 이란산 원유 수출제재 등 중동 산유국들의 지정학적인 리스크와 유로존 불안 등 큰 이슈가 많았기 때문에 미국 생산량의 소폭 변화에 따른 가격 영향은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의 경우 국제교역 구조에는 일부 영향이 있지만, 글로벌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국제교역에서는 미국이 캐나다로부터 파이프로 받던 천연가스 수입량이 감소했지만, 캐나다는 LNG 수출설비(천연가스 액화설비)가 없어 잉여가스를 역외로 보내지 못하고 생산량 감축을 통한 북미 지역내 수급조절로 해결했다. 또한 미국의 LNG 수입도 2011년 소폭 감소했지만 그 감소량이 세계 LNG 교역량의 1%가 안 되는 수준으로, 역외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따라서 북미지역의 천연가스 가격 급락에도 불구하고 역외지역의 천연가스 가격에의 영향은 적았다.


오히려 천연가스 가격이 지역간 연관성이 약하다는 특성 때문에 가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국제 천연가스는 미국-캐나다 간의 파이프라인, 러시아-유럽 간의 파이프라인, MENA(중동 및 북아프리카)-동북아 간의 LNG 등 3개의 권역으로 구분되어 각각의 가격산정 기준에 따라 거래된다.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MENA-동북아권의 LNG 거래는 일정 물량을 유가연동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장기계약 거래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2010년 이후 유가의 상승으로 동북아 LNG가격은 오히려 크게 상승해 북미 천연가스와의 가격 격차가 2009년 2배수준에서 5배 수준으로 더욱 커졌다.


반면 석탄의 경우에는 미국의 석탄수출 증가로 국제교역과 글로벌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석탄시장의 주 수출국은 호주, 인도네시아, 중국 순이지만, 미국도 Top 7 수출국으로 8%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2011년 석탄수출은 1억톤으로 전년대비 2.6천만톤(31%) 증가했는데, 이 물량이 글로벌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 정도이다. 근래 글로벌 석탄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은 중국 및 기타지역의 제조업 생산둔화 영향이 크겠지만, 미국의 수출량 증가도 현물가격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해석된다. 


 
Ⅱ. 향후 셰일가스 개발 확대의 핵심 변수
이상에서와 같이 셰일가스가 미국에서는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글로벌 에너지시장에 미친 영향은 아직 크지 않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어떨까? 향후 셰일 가스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이 천연가스를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내놓을 지의 여부, 유럽에서 제기되는 환경/안전 문제의 해결 정도, 중국 등 개도국에서의 생산성의 생산 코스트의 개선 정도 등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① 미국 정부의 천연가스 수출 허용 여부
현재 미국의 천연가스는 상당히 공급과잉 상태이기 때문에 셰일가스 개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수출이 불가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정부가 LNG 수출을 본격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만약 미국이 잉여 천연가스의 LNG 수출을 허용하고, 그 가격 산정방식이 기존의 유가 연동방식과 다르게 자국의 낮은 가스가격을 반영시킨다면,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은 세계 천연가스 가격 하향안정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이 추가로 크게 확대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현재 미국사회는 LNG 수출허가 여부를 두고 이해관계, 정치적 입장에 따라서 찬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고, 미국정부는 LNG 수출허용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LNG 수출찬성론은 미국의 석유·가스, 석탄 등 에너지 관련기업과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제기하고 있다. 수출허용 지지자들은 미국이 경쟁력 있는 상품(자원)을 수출하는 것은 자국 내 왜곡된 가격형성을 억제하여 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고, 무역수지를 개선하며, 중국 등 기타 자원보유 국가들에게 미국의 자유무역주의 원칙을 강하게 요구하는 근거가 된다는 논리를 편다. 반면 미국 LNG 수출반대론은 발전·화학 같은 가스 수요업계와 환경론자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미국이 저가의 가스 공급으로 전기가격 및 에너지비용을 안정시키고 위축되어 있던 화학 및 제조업을 부흥시켜야 한다는 명분을 강조하며, LNG 수출 허용 시에는 셰일가스 등 비전통자원의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안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현재 미국 정부는 천연가스 개발은 촉진하되, LNG 수출 여부는 좀더 검토해 보겠다는 불분명한 입장이다. 미국정부는 현재 EIA(미국에너지정보청)에 관련 내용을 총체적으로 검토하여 보고할 것을 요청했지만, EIA는 최종보고서 제출시기를 당초 2012년 3월에서 8?9월로 연기시키면서 입장표명을 보류하고 있다.


미국의 LNG 수출 허용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LNG 수출이 부분 허용 되더라도 현재의 국제 LNG 보다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지고 그 영향으로 향후 국제 LNG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이 자국의 고비용 비전통가스를 국제 가격을 하락시키면서 싸게 판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② 환경/안전 문제 (구미지역 중심 이슈)
현재 유럽에서 폴란드를 제외한 상당수의 국가에서는 셰일가스 개발과정의 환경/안전 문제가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셰일가스 개발을 금지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안전 문제가 셰일가스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환경·안전 문제는 셰일가스 개발의 속도를 늦추거나 개발비용을 높이는 이슈이지, 셰일가스의 성장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는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3년간 미국의 셰일가스 붐은 기술혁신으로 경제성이 확보되면서 환경/안전 관련 규정들이 채 확립되기도 전에 빠른 속도로 개발이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불투명성이나 지형별 차별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개발 사례가 있었고, 이 때문에 미국 일부지역과 서유럽 국가에서 반발을 제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OECD/IEA는 최근 “Golden Rules for a Golden Age of Gas”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셰일가스 개발에 있어 점검해야 할 환경·안전 관련 주요 이슈들을 상세히 정리 발표한바 있다. 이러한 환경/안전 규정의 강화는 물론 개발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한편으로는 개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장기적으로 개발을 촉진하는 긍정적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③ 경제성 확보 문제 (중국, 인도 등 아시아지역 중심 이슈)
현재 미국은 셰일가스 생산급증으로 낮은 가스가격이 형성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셰일가스가 저비용 가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원유에서 전통석유와 비전통석유가 존재하듯이, 가스정에서도 전통가스와 비전통가스가 존재한다(<그림 6> 참조). 원유와 가스 모두 평균적으로 비전통 에너지원은 전통 에너지원보다 개발/생산비용이 높다. 현재 미국 셰일가스의 생산비용은 mmBtu당 3.5?5.5달러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관련 기술개발이나 환경문제 해결이 상당수준 진행되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생산 비용 개선의 여지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셰일가스 생산비용이 mmBtu당 6?8달러 수준으로 중국과 호주에서 생산되고 있는 CBM(생산비용 mmBtu당 4.5~6달러) 보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7> 참조). 결국 셰일가스 개발이 중국, 인도 등 주요 대규모 수요국가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개발난이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의 셰일가스 생산비용이 CBM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 이러한 기술 혁신 속도가 아시아의 셰일가스 개발 속도를 결정하고, 셰일가스 개발이 전세계 에너지 산업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Ⅲ. 셰일가스 확산, 중장기 에너지시장을 어떻게 바꿀까?
그러면 셰일가스 개발이 유럽, 중국 등 북미 외 지역으로 점차 확산될 경우, 세계 에너지 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까? 본고에서는 몇가지 가정을 통해 중장기 에너지 시장의 향후 흐름을 에너지원별로 개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현시점에서 가장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다음의 세가지 전제조건을 설정하였다. 1) 유가와 석탄가격은 2011년 평균가격 수준에서 완만히 상승하고 2) 미국은 LNG 수출을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허용하며 3) 셰일가스 생산기술은 다른 비전통 석유·가스와 비슷한 속도로 점진적으로 개선된다. 이러한 전제조건 하에 셰일가스 개발 확산이 글로벌 에너지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천연가스
천연가스 공급 지역이 북미 이외 지역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중동/러시아 중심의 천연가스 공급 국가들의 영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LNG 계약가격에서 유가연동이라는 일률적 기준도 다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LNG 가격이 유가에 의해 과도하게 급변하는 현상이 완화되고 보다 안정적인 가격으로 안정적 물량의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수요국 입장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것이 천연가스의 국제 교역가격(LNG 기준)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하락시킬 정도의 파급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비용적인 측면에서 호주나 북미의 비전통가스의 경우 예상 선적지 판매가격 mmBtu당 5~7달러, 동북아지역까지 운송되기 위한 액화/기화설비 투자비 및 LNG 운임 약 7~9달러, 이 둘을 더한 LNG 도입가격은 12~16달러 범위로 추산된다. 이정도 가격은 현재의 LNG 도입가격 범위 보다 조금 낮지만, 생산지역의 현지가격이나 PNG 도입과는 상당한 차이가 불가피하다.

 

② 석유
천연가스 공급증대로 인해 일부 수요가 점진적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앞으로도 유가는 천연가스 가격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인 데다, MENA 등 주요 생산지역의 공급 불안정성으로 수요국의 대체 니즈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기에 천연가스로 대체될 수 있는 용도는 복합화력 발전소의 연료 정도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관련 기기교체를 통해서 산업용 보일러 및 중장비/선박 연료도 대체 가능하고 현재 미국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요대체가 석유의 수요 증가를 둔화시킬 수는 있지만, 가격을 크게 하락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제유가는 단기적으로는 수급과 산유국의 지역정세 등에 영향을 받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한계생산비용(Marginal Production Cost) 이상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세계 석유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심해유전, 오일샌드 등 비전통석유의 추가 공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유가가 비전통석유의 한계생산비용인 80달러 보다 크게 낮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③ 석탄
중장기적으로 셰일가스 영향은 크지 않고, 환경문제를 감안한 각국 정부의 전력/발전 정책이 수요를 결정할 전망이다. 향후에도 일반 지역의 경우 석탄은 원자력 다음으로 경제적인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셰일가스가 석탄보다 더 경제적인 에너지원이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셰일가스와 같은 비전통 가스자원에게 가격경쟁력이 밀려서 석탄수요가 대체되는 것은 한시적이고 특수한 지역적 이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각국 정부가 원자력, 석탄,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환경·안전 이슈가 중요한 발전연료를 어떤 믹스로 선택하느냐가 석탄 수급에는  훨씬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④ 신재생에너지
셰일가스 생산증가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위축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2010~2011년 신재생에너지 수요성장이 기대보다 둔화되자 셰일가스 영향으로 해석하는 경향도 있지만, 이것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선진국 정부의 재정압박이 더욱 중요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근본적으로 셰일가스는 정제·연소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덜 배출된다는 차이만 있을 뿐, 석유·석탄과 비슷한 유한한 화석연료이다. 따라서 무한한 천연자원에서 생산되는 풍력,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와 셰일가스를 경제성이라는 동일 잣대를 두고 비교하는 것은 설득력이 낮아 보인다. 결국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 속도는 원가를 낮추는 자체 기술혁신과 각국 정부의 육성의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Ⅳ. 한국 에너지 기업에게 주는 시사점 
 최근 2~3년간의 미국 셰일가스 붐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 기준으로 보면 아직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셰일가스 개발 기술의 발전과 전세계 정부의 에너지 안보 강화 노력, 유가의 장기상승 추세 등으로 셰일가스 개발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될 것이다. 다만 미국의 사례보다는 훨씬 어려운, 상당기간의 투자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CBM, 오일샌드 등 비전통에너지 개발이 확대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면 셰일가스 개발 확산이 한국 자원·에너지 기업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국내 자원/에너지 기업에게는 위협 보다는 기회요인이 크다고 판단된다. 한국 정부나 민간이 보유한 자원의 규모는 워낙 미미한 수준이고, 대규모 에너지 수입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자원·에너지 기업에게 주는 기회요인은 천연가스 수요자 입장과 투자자 입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수요자 입장에서는 천연가스의 공급원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반가운 기회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큰 LNG 수입국가(LNG 수입의 글로벌 비중 15%)이고, 한국가스공사는 단일기업으로는 가장 큰 LNG 수요기업이다. 이러한 시장지위에도 불구하고 공급국가가 중동·아프리카, 동남아의 일부 국가로 한정되었기 때문에 바게닝 파워를 행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북미, 호주 등이 CBM과 셰일가스라는 비전통가스의 수출 국가로 나올 경우 특정 공급자가 주도하는 시장 분위기가 다소 완화되고 도입가스를 다양한 조건의 포트폴리오로 확보하는 기회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한국가스공사는 북미지역 가스가격에 연동되는 LNG 도입계약을 체결했는데, 중장기적으로 유가연동 보다는 유리한 조건이 될 가능성이 높고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또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계적으로 개발, 성장이 덜 진행된 새로운 자원이 부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기회요인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통 원유 및 가스 개발·생산 분야는 한국기업과 같은 후발 주자가 참여할 수 있는 사업기회가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E&P(자원 탐사 및 생산) 사업은 주로 비교적 안전한 가스 수송부문 투자(LNG, PNG 프로젝트)나, 아직 참여 기회가 남아 있다고 판단되는 석탄자원을 중심으로 투자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이들 분야 외에도 비정상적 가격 형성으로 혼란기에 있는 미국의 셰일가스 산업에서도 중요한 사업기회의 가능성이 열려있을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기업들은 생산비용에도 못미치는 판가로 상당수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지분매각, 유상증자 등 투자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들 지분가치는 상당수가 셰일가스 투자 붐이 가열되었던 2009~2010년 보다 다소간의 하락한 가치로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당수 재무적 투자자는 지금이 천연자원에 대한 저가 투자기회라는 판단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고, 글로벌 자원 M&A에 가장 적극적인 중국기업도 에너지 확보 및 기술학습을 위해 비전통에너지에 대한 투자속도를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에너지·자원 관련기업들은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인 듯 하다. 즉 사업경험도 없고, 상당기간 사업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비전통 가스자원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판단이 주류를 형성한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셰일가스 자원개발이 현재 북미지역에 한정된 붐이 아니라 점차 중국, 호주, 동남아로 확산될 전망이고, 향후 다양한 조건의 셰일가스 개발을 위해서는 개선여지가 많이 남은 발전 초기의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아직 한국기업에게도 참여기회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현재 북미지역에서 거론되고 있는 다양한 투자기회에서 투자자본의 회수 가능성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기술학습 효과에도 주목하여 기회를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이나 동남아 등 비전통가스 개발을 시작하는 지역에서의 차기 사업기회를 준비하는 장기적 전략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투자에서 공공부문과 민간 수요기업, 상사와 엔지니어링, 중장비 기자재 기업 등 셰일가스 기술과 관련된 이종 업종의 협업을 통해 자본 부담 감소와 기술력 획득이라는 시너지가 가능한 다양한 투자 컨소시엄의 구성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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