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은 인류의 일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운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원유 가공유를 선박연료로 이용하는 해운기업에게 유가의 등락은 경영의 호재가 되기도 하지만 치명적인 악재가 되기도 한다.
2004년을 기점으로 원유가의 변동추이를 통해 유가가 해운산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유가의 변화에 따라 해운은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04년 25불 05년 50불, 작년 90불 전쟁, OPEC 영향력, 투기세력 개입
2004년 유가는 배럴당 22-26달러 선이었다. 그러나 2005년에 두자리수의 상승률을 보이며 평균 50달러 선으로 급상승했다. 원유가는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0년에 연평균 90달러였으며 지난해(2011년)는 90달러 선까지 올랐다. 이 기간동안 유가는 교역평균보다 2-3배 높은 가격으로 고공행진해왔다.
고유가 국면은 이라크 전쟁의 영향이 적지 않지만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다. 유가상승의 배경에는 원유생산량의 감시자로서 OPEC의 영향력 증대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 OPEC에는 12개 나라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멤버는 걸프지역국가들과 아프리카 국가이다.

투기업자들의 원유 매입도 고유가를 지속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투기요인이 유가에 40% 가량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추산이 나와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투기가 금지된다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50-75달러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해운에서 이용되는 유류인 벙커(Bunker)는 국제 원유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벙커 연료유는 최근 조정됐다지만 여전히 비싸다. 이에따라 선주들은 고유가에 따른 비용상승을 벌충하기 위해 연료유 서차지를 부과하거나 연료 효율성이 높은 선박을 건조하고 선박의 운항속도를 줄이는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대처방법을 모색해왔다.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선주들은 에너지 효율을 제고할 수 있는 선박의 디자인부문에 초점을 맞춘 선대확보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정기선사인 Maersk Line이 초대선형인 1만 8,000teu급 컨선 10척을 발주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머스크 측은 이 선박이 현존선보다 선박연료유의 소비를 대략 50%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동 선형의 선박은 척당 평균 1,9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머스크는 선박연료유의 높은 비용 효율성으로 인해 투자회수가 단기간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신조선에 대한 또다른 장점은 25년간의 운항서비스 이후 100% 재생 이용할 수 있다는 점으로 알려져 있다.   

에너지 효율 제고 목적 디자인·운항속도 선박 대형화, 연료유 공급의 아웃소싱까지
선박 운항속도의 변화는 선사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1만 3,000톤급 선박을 23-26노트로 운항서비스 속도를 증대할 경우 1일 5만달러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14-16노트로 감속운항할 경우 절감되는 비용의 규모는 상당하다.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선사들이 너나 없이 선박의 운항속도를 줄여 감속운항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이유이다. 게다가 감속운항은 선복과잉공급의 일부를 해소하는 기능도 하고 있어 선박의 운항속도 조절정책은 선사들이 원가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경영요인이 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컨테이너 항로의 급성장으로 인해 많은 선사들이 선대향상을 위한 야심찬 성장계획을 추진했다. 이로써 최근 4년간 컨테이너 선복은 656만teu가 늘어났으며, 이 기간 선박의 대형화가 급속히 진전했다. 2007년 147척이던 7,500teu급 컨선은 2011년  399척으로 늘어나 있다. 초대형선인 1만teu급 이상의 선박도 2007년에 단 2척에서 2011년에 91척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급진전하고 있는 선박대형화는 ‘규모의 경제’ 실현은 물론 ‘연료 효율성 제고’ 효과가 크다. 업계에 따르면, 5,000teu급 선박의 teu당 연료비용은 1일 8.7달러인데 비해 1만2,000teu급 초대형선의 1일 teu당 연료비용은 5.4달러 정도이다. 연료효율성을 향상시켜 건조된 1만teu급 컨선은 5,000teu급 기존 컨선보다 40%의 비용절감을 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료유 공급의 아웃소싱도 연료유가의 상승에 따른 선사의 대책으로 주목할만하다. 고유가로 인해 여러 해외선사들은 전문업체에 연료유 공급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연료유 공급 전문업체들은 유가의 효율적인 관리는 물론 정부 규제에 부합할 수 있는 연료유의 적정 타입을 도출하는 등 광범위한 선박연료유 전략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이들 전문기업에 아웃소싱할 경우 선사는 본업인 운항서비스에 전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선사들이 연료유 공급의 아웃소싱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취재결과, 국적선사들은 연료유 공급의 아웃소싱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되는 고유가와 해운불황은 해운업계의 경영수지를 극도로 악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감속운항과 초대형선의 발주 등 다각도로 대처방안을 모색하도록 만들고 있다. 고공행진하던 유가가 최근 조정국면에 접어들면서 해운업계는 모처럼 고비용의 압박에서 한숨을 돌리고 있다. 유가는 또 어떤 변수에 의해 어떠한 모양새로 등락을 거듭하며 인류와 산업계에 영향을 미칠 지...예측하기 힘들지만 조정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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