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 불경기 영향에 장치장 부족까지 겹치며 ‘이용자 이탈 현상’

 
 
인천항의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 하락추세가 심상치 않다. 2012년 4월까지 전국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년 대비 6% 가량 증가한 것에 반해 인천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약 3% 가량 하락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로 인한 영향과 인천항 수출 컨테이너 물량 감소의 원인이지만, 대내적으로는 인천항의 생산성 감소와 리드타임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천항 관계자들도 생산성 개선을 위해 송도신항의 개장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항로증심없는 신항개장은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인천항만공사·인천항 터미널·인천항 이용 선사 등 관계자들을 만나 인천항의 현안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12년 4월까지 전국 항만에서 처리된 총 물동량은 4억 4,234만톤으로 전년대비 3.4% 증가했으며, 컨테이너 물동량 731만 4,000teu를 기록해 전년에 비해 6.1% 증가했다.
그러나 수도권 관문항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인천항의 물동량이 올해들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어 인천항 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인천항에서 처리된 올해 컨테이너 처리량은 1월 14만 8,642teu, 2월 13만 512teu, 3월 17만 3,292teu, 4월 16만 6,209teu로 4월까지 총 61만 8,655teu으로 이는 전년에 비해 2.89% 감소한 것이다. 3월 들어 컨 물량의 회복이 일어나는 듯 보였으나 4월부터 상승세가 둔화되었고 2월을 제외하면 전년 동월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중이다.

 
 
인천항의 컨테이너 처리 부진은 지난 2년간 보였던 동항의 성장가도를 둔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인천항은 2010년 190만 2,732teu를 처리해 전년(09년)대비 20.58%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지난해는 199만 7,779teu를 기록해 국내 2위 항만인 광양항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IPA는 지난해 아쉽게 놓쳤던 200만teu 달성을 올해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올초부터 시작된 컨물량 감소는 인천항의 야심찬 계획을 좌절시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EU간 무역성장률 0.2%로 둔화.. 중간재 수출항인 인천항에 영향
올해 인천항의 부진의 대외적인 이유로는 유로존의 금융위기와 중국 경기침체가 동시에 겹치면서 수출 물동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부터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EU간 교역마저 침체상태에 빠져 그 영향을 인천항이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이다. 김정훈 인천항만공사 물류기획실 PM은 “올해 중국-EU간 무역성장률은 0.2% 수준으로 예년 3~4% 수준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이 상황에서 중국으로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의 수출물량이 자연히 줄어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항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대부분 전기기기 및 부품 등으로 중국에서 가공되어 EU로 수출되는 중간재이다. EU와 중국의 경기침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인천항의 물동량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PM은 “인천-중국간 수입물량은 오히려 늘어났다. 문제는 수출 물량으로, 수출물량이 줄어드니까 중국향 적 컨테이너가 줄어들고 중국발 공컨테이너도 동반 하락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러나 유로존과 중국의 경기침체만으로 인천항의 부진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올해도 여전히 중국 주요 항만은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닝보-저우산항, 광저우항 등을 10% 이상의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대중국 컨테이너 물동량 비중이 가장 높은 부산항 역시 4월까지 9.1%의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장치장 부족 리드타임 증가.. “선사 인내심 한계 달해”
107만teu 하역능력에서 작년 199만 8,000teu 처리
선사와 이용객들이 말하는 인천항의 가장 큰 문제는 올해부터 생산성이 눈에 띄게 저하되었다는 점이다. 인천항은 지난해 199만 8,000teu를 처리해 2년 연속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이러한 성장세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인천항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시설부족이 나타나고 있고, 이에따른 선사 및 이용자의 불편이 가중되면서 인천항 이용자들이 타 항만으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인천항 이용자에 따르면 “인천항의 가장 큰 문제는 시설부족”이라면서, “선사와 화주 입장에선 분초를 다투는 서비스가 이뤄져야 하는데 인천항은 이러한 면에서 이용객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정훈 인천항만공사 PM은 “인천항은 이미 적정 하역능력을 넘어선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에 따르면 인천항의 공칭하역능력은 3차항만기본계획 이전 163만teu에서 3차항만기본계획 이후 107만teu로 집계됐다. 지난해 199만 8,000teu를 처리했으니 공칭하역능력을 이미 훌쩍 넘긴 것이다.

 
 
인천항의 시설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부문은 컨테이너를 적재하는 장치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인천항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인천항의 경우 선박의 체선문제는 없지만, 장치장에서 컨테이너를 처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밝혔다. 장치장 부지의 협소로 컨테이너를 3~4단 쌓을수 밖에 없고, 만약 맨 아래에 있는 컨테이너를 작업할 경우 위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를 먼저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걸리는 것이다. 그 결과 터미널 혼잡도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어 이용자들이 복잡한 인천항 보단 수도권 인근의 평택항이나 부산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김정훈 인천항만공사 PM은 “인천항에서 터미널을 운영하는 모 외국계 회사의 경우 장치장의 부족으로 2만여평되는 야적장을 추가로 임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2만평의 야적장을 임대한다면 그만큼 임대료에 대한 부담을 떠 앉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운영사가 이러한 논의를 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선사들의 불만의 소리가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인천신항 개장, 인천항 시설부족 해결할 유일한 방책?
그렇다면 인천항의 장치장 부족문제와 물량감소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인천항 관계자들은 송도신항의 신속한 개장만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의 부족한 부지와 시설을 인천신항의 개장으로 한번에 해소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인천신항 개장의 연이은 지연과 항로증심 문제는 인천항 관계자들의 또 다른 걱정거리이다.

당초 2012년 완공될 예정이었던 인천신항 1-1단계 6개 컨테이너 선석 개장은 2014년 7월로 미뤄진 상태이다. 계획에 따르면, 인천신항 A·B터미널의 안벽길이는 800m이며 22열 컨테이너 크레인 총 15기가 구축될 예정이다. 동 터미널의 연간 하역능력은 240만teu에 달해 현재의 인천항 시설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 인천신항 주변의 넓은 부지는 현재의 장치장 부족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2014년 7월을 목표로 했던 인천신항의 개장이 더욱 늦춰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인천항만공사의 한 관계자는 “인천신항이 계획대로 14년에 개장된다해도 불편을 느끼고 있는 이용객들이 상당수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내부적으로는 2014년 7월 개장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들어 몇몇 이용자들이 인천항을 이탈했고 신항 개장이 늦어질 수록 더 많은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선사의 입장에서 서비스 지역을 바꾼다는 것은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이용했던 인천항을 떠났다는 것은 이미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번 서비스 지역을 바꾼다면 다시 돌아오기란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항로증심 없는 신항개장은 인천항 시설과잉만 불러올 뿐”
더 큰 문제는 인천신항의 개장이 시설부족 해결을 넘어 공급과잉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인천신항의 항로수심은 14m로 준설될 예정으로 이는 4,000teu급 중형 선박이 입항 가능한 수준이다. 고유가 문제 등 선사들의 운영비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글로벌 선사들은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선박을 중심으로 선대를 개편해나가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인천신항의 수심은 이러한 선박의 입항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난 6월 11일 인천항발전협의회가 주최한 ‘인천지역 국회의원 초청 인천항 현안사항 보고 및 간담회’에서도 이러한 우려는 연이어 터져나왔다. 이귀복 인천항 발전협의회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천신항의 항로증심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인천항은 중국항의 피더부두로 전락하게 될 것이며 이는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SEA&AIR 중심의 동북아물류기지 정책에 반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항 관계자들은 인천신항 항로증심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신항의 항로증심이 향후 인천항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한 관계자는 “현재 인천항의 컨 물량의 60% 이상이 중국을 통해 이뤄지고 있고 이 중 북중국 항만과의 교역이 상당부문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천진항과 대련항은 이미 1만teu급 이상 대형선이 입항할 수 있는 수심을 갖추고 있는 반면 인천항은 신항이 개장되도 이러한 선박이 들어올 수 없다”면서, “선사들은 보통 기항지를 선정할때 몇몇 항구를 하나로 묶어 서비스를 시행한다. 일명 한 세트(set)를 짜서 운영하는 식인데 대형선이 일반화되면, 북중국 항만과 인천간 세트 운영에서 인천항이 누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항 관계자들이 더욱 우려하는 부문은 신항의 항로가 14m로 준설될 경우 향후 심각한 공급과잉 문제에 맞딱드릴 수 있다는 점이다. 선사들의 대형선 발주가 계속되고 선대가 개편되면서 대부분의 물동량이 대형선으로 운송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서 인천항이 소외된다면 현재의 물동량도 지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신항개장으로 시설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훈 인천항만공사 PM은 “선사의 서비스 선대가 1만teu급 이상으로 일반화되면 이러한 선박이 입항하지 못하는 항만은 자연히 물동량이 감소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비슷한 규모의 신항 시설이 추가된다는 것은 결국 ‘파이는 작아졌는데 나눠먹는 포크만 늘어나는 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인천신항의 낮은 수심은 현재 중국에 편중된 인천항의 항로다변화에도 큰 걸림돌이다. 2011년 기준 인천항은 전체 물동량의 63.2%가 대중국 교역에 쏠려있는 상태이며, 2위인 베트남과의 교역은 4.8%에 그쳐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주와 EU 국가와의 교역은 따로 집계하지 않을만큼 미미한 수준이다. 한 포워딩 업체 관계자는 “인천항에게 있어서 대중국 교역은 성장 동력인 동시에 한계”라면서, “중국 교역에 편중된 인천항은 결국 중국 경제 여파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인천항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미주항로와 구주항로도 점차 늘려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형선 위주로 서비스되는 이들 항로 개척을 위해서는 현재의 수심계획의 변경이 불가피하다.

지난 2년간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며 200만teu 달성을 눈앞에 뒀던 인천항의 고속 엔진의 동력은 한풀 꺾인 상태이다. EU와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등 대외적인 요소도 인천항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장치장 부족, 신항개장 지연 등 인천항 자체의 문제도 동 항의 앞길을 막고 있다. 인천 항만업계가 목높여 요구하고 있는 인천신항의 신속개장과 항로증설 문제가 어떠한 국면을 맞게 될지, 그 결과에 따른 인천항의 모습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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