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김학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전세계적으로 연안해운은 외항해운과 함께 일국의 대량수송을 책임지고 있는 중요한 산업으로 간주되어 정부의 특별한 지원을 받고 있는 산업이다. 외국에서는 Cabotage라고 하여 국내 운송구조의 개선수단으로, 환경비용의 절감 수단으로, 녹색물류체계 구축수단으로 연안해운을 중시하여 왔다. 지금도 연안해운은 특별한 정책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연안해운은 반백년의 역사를 가지고 국가경제 발전에 공헌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그 기능과 역할이 위축되어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 활용되지 못하여 안타까운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연안해운은 석유제품, 시멘트, 철강제품, 광석과 같은 국가전략물자 및 산업물자 수송을 전담하는 중요 운송수단이다. 우리나라 연안운송물량은 90%가 원자재로서 2011년 기준으로 2억 3,700만톤을 처리하였다. 또한 연안해운은 육지와 도서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이자 생명줄로서 330개의 유인도서를 연결하는 대체 불가능한 교통수단이다. 한편 연안해운은 전체 수송비 1%로 국내물동량의 약 20.7%를 수송하는 저비용 고효율 운송수단이다. 연안해운의 단위 수송비는 톤/km기준으로 도로의 23분의 1이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도로운송의 6분의 1에 불과한 친환경운송수단이다. 특히 자연재해, 화물연대 파업등과 같은 국가 비상사태 발생시 최후의 운송수단으로서 제4군의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연안해운은 자체적인 문제점과 외부적인 도전과 위협으로 인하여 산업자체의 미래가 불안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연안해운이 가지고 있는 생태적인 문제가 더욱 악화되어가고 있다. 즉 업계의 영세성, 선박의 노후화와 선원의 고령화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어 연안해운은 하나의 국가산업으로서의 명맥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우선 전체 719개 사업체 중 선박보유량이 3척이하인 업체가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본금이 3억원 이하인 업체가 65%를 차지하고 있다.  소규모 연안업체들이 매년 과당경쟁에 시달리고 있으며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새로운 틈새시장의 개발이나 신규화물의 창출이 불가능하여 성장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연안해운은 외부적으로도 새로운 도전과 위협을 심각하게 받고 있다. 먼저 연안해운의 수송분담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연안해운의 국내 수송분담율은 2002년의 25%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1년 현재 20%를 밑돌고 있으며 2020년에 가서는 25%로 높이겠다는 정부의 목표에도 불구하고 1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경우 우리나라의 물류비 부담은 매년 5조 5,000억원이 증가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최근의 지속적인 유가상승은 연안선박의 운항원가를 급격히 상승시킴으로써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신조선가의 가격 급상승도 선박대체를 지연시켜 노후선박으로 인한 안전사고의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구나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국제사회가 IMO를 중심으로 연안해운에도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강화시킬 예정으로 있어 연안해운업의 총체적인 부실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선견지명을 가진 선진해운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연안해운의 위기를 극복하여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EU에서는 이미 2003년부터 Marco Polo 프로그램 1단계를 도입, 연안해운을 비롯한 철도, 내륙수로에서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에게 재정지원을 해오고 있다. 2007년 부터는 Marco Polo 2단계 프로젝트로서 육상수송화물을 근해수송이나 연안해운으로 전화하는 사업에 대하여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2000년에 교통법을 개정하여 연안해운 및 근해해운에서 물동량을 창출하기 위하여 해상화물운송에 필요한 항만 및 부두시설, 연안해운 및 근해운송용 선박의 확보 및 개조에 대하여 투자비의 일부를 지원해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연안해운을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화주와 물류기업이 해운 및 철도로 Modal Shift를 추진할 경우 운송비의 일부를 보조하거나 친환경선박의 보급확대를 위하여 공유건조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연안해운의 경쟁력을 강화해 오고 있다. 미국에서도 연안해운 중심의 Modal Shift를 추진, 도로 및 철도화물의 연안해운 전환시 예산지원을 하고 있으며 특히 이에 관련된 연구개발의 확대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여 왔다.


이들 선진해운국들이 연안해운을 활성화시켜온 배경에는 온실가스 배출규제와 같은 국제환경규제의 강화문제는 물론 소음발생, 교통사고 및 교통혼잡 등 사회적 비용의 문제를 범국가적 정책차원에서 대응하기 위하여 연안해운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판단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연안해운은 외국의 선진해운국들에 비하여 정부의 재정이나 세제지원이 매우 빈약한 실정이다. 연안해운이 가진 잠재적인 능력과 기회가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도 직접적인 정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연안해운을 살리기 위한 획기적인 지원제도를 확립하여야 할 것이다. 먼저 전환교통보조금의 확대가 시급하다. 연안해운의 수송분담율 제고를 위하여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전환교통보조금을 현재의 20억원 수준에서 외국의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여야 하며 그 혜택도 화주뿐 아니라 수송을 담당하는 연안업체에게 돌아가도록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일본에서 획기적으로 추진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연안선박의 확보 및 운영를 위한 공공기관과 연안기업간의 공동투자를 통한 공유건조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그리고 미국, 일본 호주 등에서도 도입되어 운용되고 있는 면세유 공급을 연안역객선에서 연안화물선까지 확대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국제적인 환경규제에 대처하기위하여 연안해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BAU기준으로 연간 약 2억 4,000만톤의 탄소를 절감하여야 한다. 특히 교통물류분야에서는 약 3,862만톤을 감축하여야 하는바 연안해운을 활용하는 경우 상당량의 탄소사용량이 감축될 것이다. 연안해운선박의 녹색선박건조를 촉진할 수 있는 친환경선박의 확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청정에너지 사용 또는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세제지원과 연료사용을 줄일 수 있는 운항시스템의 보급을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안해운의 구조적인 약점인 수송시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초고속 피더운송시스템을 도입하여 새로운 수요창출과 서비스개선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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