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하면서도 푸대접받는 기피화물
  

 안전한 물류관리체계가 절실하다“

 

주요기피화물 석탄, 철광석, 곡물, 원목, 고철, 모래 분류

 

국제위험물과 기피화물의 운송체계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세미나가 사단법인 국제물류연구회(회장:이호영) 주최로 12월 11일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렸다.
기자는 이 세미나를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했다. 이제까지 접해보지 못한 ‘기피화물’ 운송개선방안이라는 생소한 주제와 2001년 8월 물류분야의 건전한 토론문화를 정착시킨다는 취지아래 창립된 국제물류연구회가 5년여만에 사단법인으로 전환되어 처음으로 가지는 세미나라는 점에서였다.


세미나 초청의 말을 통해 이호영 회장은 “그동안 국제위험물 화물운송은 국가 안전관리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루어함에도 불구하고 국제운송 규정과 국내운송 규정이 다르며 상호연계 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이에 대한 물류안전관리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었다. 또한 주요항만에서는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화물임에도 불구하고 취급하기를 꺼리는 소위 ‘기피화물’이 되어버린 석탄과 철광석, 곡물(사료용부원료), 원목, 고철, 모래 등 조악화물을 취급하는 화주와 물류업체들의 불만이 높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세미나를 통해 “국가적으로 중요하면서도 기피화물이 되어 항만에서 푸대접받는 조악화물에 대한 운송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 관련부처에 건의할 계획”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위험물과 조악화물을 취급하는 관련기업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가능성을 제공하는 한편, 국가적으로는 이들 기피화물에 대한 물류안전관리체계를 갖출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개회사이후 세미나는 2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국제위험물운송체계 개선방안-1세션> <기피화물운송체계 개선방안-2세션> 등 2세션 중 기자는 2세션의 기피화물 토론에 참석했다.


2세션은 이재욱 인하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수도권 항만의 기피화물 취급현황과 문제점-서수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전문위원>과 <부산권 항만의 기피화물운송체계 개선및 지원방안-송계의 동서대학교 교수> 2편의 주제가 발표되었으며, 토론에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김범중 박사, 인천지방해양수산청 김창균 항만물류과장, 우련통운의 배준영 전무이사, 무역협회 하주사무국의 백재선 부장, 호상기업 김성원 사장 등이 참여했다.


먼저 서수완 위원은 인천항을 중심으로 기피화물의 현황과 문제점을 발표했다. 서 위원은 기피화물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상황이어서 자료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히고 기피화물에 대한 개념정의부터 설명했다.

 

인천항 수입화물 대부분이 기피화물
기피화물은 영어로는 Dirty Cargo로 분류되며 조악화물과 오손화물로 분류된다. 조악화물은 포장은 정결하나 때에 따라서는 다른 화물에 심한 유손/오손/악취의 손해를 주는 화물을 말하며, 즙이 나오는 생피와 불결한 분말을 내는 시멘트, 흑연, 부착된 타화물을 오손시키는 유지, 피치, 충류를 발생토록 하는 copra/우골/건조생피/강력한 냄새를 내는 생피, 장뇌 등을 말한다. 오손화물은 泥土로 오손된 land damage로서 원산지에서 오손되거나 비에 젖은 것 등의 흔적이 있는 것도 포함하며 stained, dirty, solid로 표시한다.


서수완 위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항만인 인천항에서 처리된 화물은 수입화물의 경우 대부분 기피화물(dirty Cargo)이며, 수출화물의 대부분은 Clean Cargo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항을 통해 국내로 수입되는 품목의 70%가량이 석유가스및 기타가스, 양곡, 철강및 그 부품, 방직용 섬유 및 제품, 목탄, 유연탄, 원목이 점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수출화물은 상위 90%를 차지하는 품목이 차량 및 그 부품, 석유정제품, 전기기기 및 그 부품, 기계류, 화학공업 생산품, 항공기 선박 및 그 부품 등 대부분이 크린 카고에 해당한다.
기피화물은 대부분 컨테이너와 일반화물(Clean Cargo)을 제외한 비 컨테이너화물이 해당되며, 이러한 기피화물을 취급할 때, 대기질과 수질, 토질, 생태계 등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수입화물의 대부분이 기피화물인 인천항의 경우 화물이 항만에서 하역된 뒤 운송을 통해 내륙 목적지까지 이동하면서 각종 연료 첨가물과 일산화탄소, 산화질수, 납, 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을 발생시키고, 각종 교통시설물로 인한 지표수, 지하수 오염, 농지, 자연 생태계 훼손 및 교통체증을 야기하면서 수시로 발생하는 민원의 사유가 되고 있다.


기피화물의 문제점은 취급관련 주체별로 상황이 다르다. 선사의 경우 ▲인천항 입항시 적기에 접안 선석을 확보하지 못해 용선료(Hire) 손실, 항비 증가 발생 ▲dirty cargo 취급에 따른 대외적 이미지 저하 ▲이로써 인천항 이용기피로 이어지는 악순환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으며, 하역사 측에서는 ▲dirty cargo 취급시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추가적인 비용지출 초래 ▲선석회전율을 제고하기 위해 dirty cargo 회피 ▲고율의 하역요금 부과에 따른 선사와의 마찰 등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하주기업에서도 어려움은 있다. 하역이 완료된 dirty cargo를 신속히 인수, 운송하지 않아 선석에서 체화가 초래되고 있고, 이는 또다시 선석회전율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 위원은 결론적으로 인천항의 기피화물의 문제점을 ▲인천내항의 문제-전용부두 부족 ▲선석회전율 문제-clean cargo 위주의 수익률 제고 ▲고율 하역비 문제-선석회전율, 야적 공간 부족 ▲지역내 민원문제-환경오염 ▲수입업자의 문제(부두내 장기야적)으로 지적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제안하면서 발표를 마쳤다.

 

 

부산항 북항과 감천항 기피화물 처리
기피화물 처리ㆍ보관중심의 클러스터 조성

이어서 송계의 동서대학교 교수가 <부산권 항만의 기피화물운송체계 개선및 지원방안>을 통해 부산항의 기피화물 현황과 문제점을 발표했다.
송 교수는 5대 건화물(철광석, 석탄, 곡물, 보오크사이트, 인광암)을 기피화물로 규정하고, 이들 화물은 한 가지 품목을 선박자체에 선적하기 때문에 선박확보의 어려움과 추가 거래비용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으며, 동질의 대량화물과 하역할 때 독특한 취급방법이 필요하며, 계절적인 수요변동이 심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송 교수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부산항은 컨테이너가 주요 처리화물이어서 북항과 감천항에서 기피화물이 처리되고 있다. 부산 북항에서 처리되는 기피화물은 2006년 10월까지 총 555만 4,883톤으로 부산항 전체 처리물량의 2.9%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양곡은 현대화된 장비로 양곡하역 전 과정이 자동으로 처리되고 있는 양곡부두는 양곡 사이로 127기를 갖추고 있다. 또한  감천항에서는 시멘트와 원목, 목재, 목탄, 코르크 등이 2006년 10월까지 198만 9,901톤으로 감천항 전체물량의 13.1%를 차지하고 있다. 


송 교수는 감천항의 중심부두 기능을 재배치함으로써 기피화물의 처리를 원활하게 하고, 기피화물의 처리와 보관 중심의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친환경적 기피화물 처리시설 확보 중요


전문인력 양성과 연구 활성화가 필요
한편 송 교수는 기피화물 중 철광석 등은 수입물량이 세계 1위국인 중국(39.3%)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부산 감천항을 기피화물의 대중국 전진기지화하면 많은 물량을 유치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일본의 미쓰이 물산과 (주)국보, 한국 미쓰이물상, 컨소시엄 외자를 2004년에 유치했으며, 영국의 헨리베스&선과 세방기업 컨소시엄, 네덜란드 스타인백 및 동부건설 컨소시엄 LME 창고 입주기업으로 확정된 것도 물류측면에서 대중국 전진기지로 우리나라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기피화물을 가장 큰 문제는 환경오염 요소 때문이다. 따라서 송 교수는 친환경적 기피화물처리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기피화물에 관한 전문인력의 양성과 연기기관에서의 연구활성화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토론내용>

배준영 우련통운 전무-비용부담 주체가 문제
인천항에서 처리되는 벌크화물이 연간 500만톤 가량 된다. 인천항은 전통적으로 수입원자재 항만이어서 건화물 위주의 포장되지 않거나 break bulk화물이 전체화물의 80%를 넘는다, 기피화물로 분류되는 화물의 운송에서 발생하는 비용부담의 주체가 문제이다.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석탄부두의 경우 방진막을 만들고 물을 뿌리고 있는데,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실정이어서 관련시설이 필요하다. 이때 발생하는 비용은 화주도 일정부분 부담해야 한다고 본다.

 

김성원 호상기업 사장-정부 기피화물 신경쓰기 싫어
호상기업은 북한의 모래를 수입해 인천항과 군산항, 평택항 등에서 하역해 판매하는 회사이다. 모래는 기피화물보다는 비철광속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모래도 식품검역에 준한 검역을 받는다. 최근 들어 북한의 해주모래가 대량 수입되는데 북한산 모래여서 위험물로 분류돼 검역 과정이 까다롭다. 정부당국은 dirty cargo에 대해 신경 쓰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dirty cargo의 전용부두를 만들고 보다 더 깨끗하고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백재선 하주사무국 부장-기피화물 화주에 인센티브를
기피화물을 주제로 한 세미나는 처음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의미있는 자리다. 석탄과 철강, 목재 등 기피화물은 항만이용에 차별을 받고 있다. 부산항은 물론 인천항에서도 재개발시 천덕꾸러기 신세다. 특히 컨테이너항 위주의 개발정책에 따라 기피화물에 해당하는 화물이 소외받고 있다. 컨테이너부두 위주에서 벗어나 일반화물도 전문화하는 항만 차별화가 필요하고, 기피화물을 다루는 화주기업에 인센티브를 주어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범중 KMI 박사-‘환경화물’ 표현이 더 적절
우리나라 항만정책이 무역협회 백 부장이 말씀하신 것처럼 컨테이너 위주는 아니다. 일반화물이 많으면 일반부두에 대한 계획도 많게 된다. 문제는 지자체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컨부두 개발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먼저 컨부두 개발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시민과 일반 항만관계자들의  컨부두 선호 인식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또한 부가가치 창출 측면에서는 자동화된 부두보다 재래부두에서 처리되는 5대 건화물의 항만노동효과와 부가가치가 더 높은 편이다.


기피화물이라는 표현은 처음 들어보았다. ‘dirty cargo=기피화물’은 아니다. 선박에서 혼재할 때 타화물을 오염시킬 수 있는 화물이 dirty cargo다. 그렇다면 기피화물 보다는 ‘환경화물’이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 것 같다. 환경문제에 기인한 민원이 발생되므로 환경화물로 바꾸는 것이 나을 듯하다. 또한 환경화물에 관련한 여러 문제들은 정부와 지자체, 하역사와 화주 모두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김창균 인천청 항만물류과장-항만 환경문제는 범정부 대책 필요
기피화물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정부도 고심 중이다. 항만이 SOC 중심으로 개발되다보니 남항의 모래와 석탄부두에서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천지역의 하역사들의 고충이 심하다. 해수부는 물류촉진부서이지 환경문제를 주관하는 부처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 환경에 치중하면 물류 코스트가 높아지고 물류만 생각하면 민원이 끊이지 않으니 딜레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관련한 연구가 미흡한 것처럼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항만운영종합대책의 일부로만 처리되고 있다. 인천은 비교적 기피화물에 대한 정책이 있는 편이라 할 수 있다. 고철과 사료, 원목, 석탄, 모래부두의 이전계획을 강구중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북항에 dirty화물 전용부두 17개 선석을 2011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항만에서의 환경문제는 해수부는 물론 환경부와 건교부, 산자부 등 범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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