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과 수성
지난 11월말 우리 해운업계는 거목 두분을 함께 잃는 아픔을 겪었다.
우리나라 양대 선사인 현대상선의 현영원 회장과 한진해운의 조수호 회장이 며칠 상간으로 타계하였다.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일 뿐 아니라 한국선주협회 회장으로서 한국해운을 이끌며 8대 해운강국으로 끌어올린 주역이라는 점에서 안타깝게 생각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


이제는 그분들의 해운사랑과 기업정신을 계승하여 우리나라 해운산업을 더욱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남은 우리 해운인들의 몫이다. 조수호 회장 유족들이 고인의 뜻을 받들어 공익재단에 사재 900억원을 출자하여 해운물류전문인력 인재양성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겠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인의 해운발전 유지를 이어가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하며 잘 운영되기를 기대한다.


현영원 회장은 신한해운을 설립하고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도와 현대상선을 일으키는데 기여한 창업 1세대이고 조수호 회장은 고 조중훈 회장의 3남으로 한진해운을 물려받은 2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모두 어려울 때 창업하고 또 물려받아 기업을 크게 성장시킨 경영인들이라는 데는 별 이의가 없을 것이다,


창업과 수성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얼핏 불모지와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만난을 무릎쓰고 새로 시작해야 하는 창업이 더 어려울 것 같은데도 수성이 더 어렵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수성시엔 창업 때와 비교되어 좀더 잘해야 하고 경쟁도 더욱 치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창업은 가슴으로 하고 수성은 머리로 한다는 말이 있다. 창업할 때는 명분과 열정이 그리고 수성을 할 때는 지혜와 능률이 더 필요하기에 그런 말이 나온 게 아닐까 싶다.


하기야 이는 나라를 건국한 징기스칸이나 누루하치, 주몽, 이성계와 이를 계승발전시킨 쿠빌라이, 건륭제, 광개토왕, 세종대왕을 객관적인 잣대로 단순비교하는 것에 다름 아니긴 하다. 아울러 인물이 시대를 열어 가는지, 시대가 인물을 세워 가는지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필자로서도 흥미로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신한해운을 만들고 해운산업합리화 과정에서 현대상선과 합쳐 오늘의 현대상선으로 키운 현회장과 선원 출신인 부친이 일으킨 선사를 물려받아 세계적인 선사로 키운 조회장 모두 창업과 수성에서 족적을 남긴 성공한 CEO로 부르고 싶다. 명선장을 잃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호가 슬픔을 딛고 거센 파도를 가르며 더욱 힘차게 항진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

 

규제완화와 교통행정
이날 콤파스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된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경제가 회복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이때 그나마 무역과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 혈맥과 같은 물류가 막히면 큰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적자생존의 국제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후발국들의 추격은 거세지고 있는 어려운 환경에서 파업으로 인해 화물반입이 중단되어 물류가 멈춘다면 우리나라의 경제는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 것이다.

 

더구나 중국 항만들의 개발로 인해 항만선택의 폭이 넓어진 외국 선사들이 이를 문제삼아 부산항 등 우리나라 항만을 기피한다면 나중에 아무리 발을 동동 굴러도 한번 떠난 고객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이토록 국제환경은 냉험하고 한번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


이번 파업은 노동파업이 아니라 영세 사업자들의 직장폐쇄라고 볼 수 있다. 규제철폐로 인해 화물운송사업자가 양산되었고, 이로 인해 공급과잉이 되어 비능률적인 공차회전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시장이 이렇게 되다보니 중간 브로커의 입김이 커지고 고율과 횡포로 인해 실제 운송인들은 적자경영이 불가피한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시장안정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구조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시적인 규제도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규제완화라는 시대적인 큰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야기될 것이므로 운영의 묘수를 찾지 못하는 정책당국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공차회전을 줄이기 위해 경부간의 추풍령 쯤에 회차시설을 만들어 서울과 부산에서 가는 화물자동차들이 그곳에서 화물을 교환하는 방안을 구상한 적이 있었다고 콤파스 참석자가 말하였다. 그러나 업자들의 이해가 얽혀 바로 시행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시행하고 있는 경부고속도로 변의 칠곡 화물유통기지가 바로 추풍령 회차시설과 비슷한 발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직장인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는 아마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인한 집값 문제일 것이다. 자고 나면 오르는 아파트 가격으로 인해 가만히 앉아 일하고 있으면 손해보는 것 같아 불안하기까지 하다고 한다. 평생 벌어도 못만져볼 거액을 누군가 단 며칠만에 부동산으로 벌었다면 허탈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이 문제에 대처하는 정부당국의 방식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즉 공급은 충분한데 일부 투기세력에 의해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과세, 은행대출 규제, 세무조사 등으로 풀려고 하는데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더욱 달아 오르기만 하고 있다. 우리의 최근 조짐이 일본의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장기불황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무튼 우리경제가 일본의 10년 불황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도 꼭 풀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건설과 교통문제를 다루기 위해 신설된 건설교통부가 부동산 대책과 건설행정에 온통 매달려 교통행정이 실종되었다고 한다. 동북아물류중심국가 구상과 같은 거창한 마스터 플랜이 아니더라도 분명 복합운송, 종합물류와 같은 체계적인 교통정책이 필요한데도 건교부에 가보면 이 일을 누가 맡고 있는지 담당자는커녕 부서도 찾기 힘들다는 것이 교통행정에 오래 종사한 콤파스 회원의 지적이다. 요즘 복합운송업의 행정부서가 건교부에서 지자체로 이관될지 모른다는 말도 있어 그럴 경우 교통행정은 더욱 분산될 것이고 이래저래 효율적인 교통정책은 그만큼 멀어만 가리라.

 

님비 현상
요즘 님비(NIMBY : not in my back yard) 현상으로 인해 지자체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지방자치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된 지금 더욱 심화되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있는 지역엔 화장장과 쓰레기소각장 같은 혐오시설은 죽어도 안되고 기존의 시설을 가지고 있는 지역에서는 여타 지역에 이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장애인시설까지도 불허하겠다고 하니 외국으로 아웃소싱 할 수도 없고 문제는 문제이다. 타 지역의 화장장을 이용하려면 비용도 비싸거니와 3일 이전에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한다니 이젠 마음놓고 죽을 수도 없게 되었다는 자조섞인 소리도 나왔다.


2007년은 대통령선거가 들어있는 해이다. 그런데 선거철만 되면 빌 공자 공약이 남발되어 국력과 재원의 낭비가 심각하다고 한다. 그 비용부담은 고스란히 차기 정부로 넘어가고 결국은 국민이 떠안게 마련이다. 지자체들이 선거철을 틈타 충분한 검토도 없이 무슨 공단, 항만, 공항, 관광타운 등을 자기 고장에 유치하겠다고 나서고 출마자들이 표를 의식해 덥썩 약속해 버린다면, 나중에 타당성이 없어 시행하지 못할 경우 해당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는 등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다. 이런 시행착오를 더 이상 겪지 않도록 금년엔 특히 선거와 공약에 휩쓸리지 않는 산업정책이 더욱 필요하고 지자체들은 지나친 지역이기주의로 이를 조장해서는 안될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제도는 분명 바람직한 제도임에 틀림없으나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도 적지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직선 지자체장들이 주민들의 표를 믿고 중앙부처에 힘으로 밀어부칠 때 뾰족한 해결방법이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보다 일찍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한 미국만 해도 직선으로 뽑는 지자체장은 35%에 불과하다며, 직선제로 인한 폐해와 비효율이 적지 않다는 것이 얼마전 미국에 다녀온 분의 지적이다. 지자체가 시행되면서 시청, 도청 심지어는 구청과 군청까지 엄청나게 크게 청사를 지었고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장들의 집무실과 접견실이 어마어마하게 커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토록 많은 민원인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리는 없을 것이기에 과시 내지 전시용이라고 밖에 볼 수 없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도 외국의 도시들처럼 비능률과 낭비로 인해 파산하여 퇴출되는 날이 안오리라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해피 투게더                 
강원도 산간엔 온통 눈꽃세계가 한없이 펼쳐져 있다고 한다.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며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반가운 눈. 그래서 새해 아침에 내리는 눈을 서설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지방대학의 어느 교수가 필자에게 보내준 김용택 님의 시 ‘무슨 말인가 더 드릴 말이 있어요’를 싣는다. 이 글에서 시인과 교수 두분의 눈 같은 소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아침부터 눈이 내려/ 당신이 더 보고 싶은 날입니다/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면/ 당신이 그리워지고/ 보고싶은 마음이 자꾸 눈처럼 불어 납니다/ 바람 한점 없는 눈송이들은/ 빈 나뭇가지에 가만히 얹히고/ 돌멩이 위에 살며시 가 앉고/ 땅에도 가만가만 가서 내립니다/ 나도 그렇게 당신에게 가 닿고 싶어요


아침부터 눈이 와/ 내리는 눈송이들을 따라가 보며/ 당신이 더 그리운 날/ 그리움처럼 가만가만 쌓이는/ 눈송이들을 보며/ 뭔가, 무슨 말인가 더 정다운 말을 드리고 싶은데/ 자꾸 불어나는 눈 때문에/ 그 말이 자꾸 막힙니다.

 

한해를 보내려니 갑자기 옛날이 그리워져 다니던 초등학교 교정을 거닐어 보았다. 이젠 작아보이는 나무와 건물들. 좁아진 운동장. 눈이 내리면 눈을 받아 먹으며 깔깔 거리며 함께 뛰놀던 친구들은 어디로 갔을까.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그 시절을 회상하는 방송 프로그램 해피 투게더를 보니, 불연듯 어린 시절 말 한번 걸어보지 못한 친구들이 더욱 보고 싶어진다. 무언가 정다운 말 한마디 꼭 건네고 싶은데...... 이젠 어디서 무얼 하든지 잘 지내거라. 친구들아, 해피 투게더! 독자 여러분, 해피 뉴 이어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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