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의 해상법 교수인 김인현씨가 안식년을 맞아 올해 1월부터 싱가폴 국립대학의 펠로우 및 방문교수로 싱가폴에 체류 중이다. 싱가폴 현지에서 그곳의 해상법과 해운산업을 체험하고 있는 김인현 교수에게서 ‘싱가폴 해상법 교실’이라는 주제로 싱가폴 현지의 생생한 관련 이야기들을 기고받아 연재한다.                                           -편집자 주-


필자는 2003년, 2004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 연수 중 휴스턴을 중심으로 한 한국 해기사들의 활동상을 해양한국에 기고한 바 있다(해양한국 2005.1, 132면 이하). 이 글에서 필자는 미국 휴스턴의 해기사들은 해기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고유영역에서 활동하는 점이 미국 서부의 해기사 출신들과 다르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제 9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2012년 필자는 싱가폴과 인도네시아등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해기사출신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현재 싱가폴에만 150여명의 한국해기사 출신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해기사 출신이 약 30여명에 이를 것으로 생각되는 데 이렇게 많은 해기사 출신들이 싱가폴에 와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어떠한 연유로 이렇게 많은 해기사들이 싱가폴에서 정착하게 되었는가? 모국인 한국에서 이들을 도울 일은 없는지 또 이들을 통하여 우리 해운업계가 배울 것은 없는지 이들의 활동상이 어떤지 정리하고 싶었다.

싱가폴의 해기사
싱가폴의 한국 해기사 출신들은 크게 세부류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는 선박을 소유 혹은 용선하여 운항을 직접 하는 분들과 이와 관련되어  근무하는 직원들이다. 둘째는 대형 선박회사 등의 주재원으로 파견나온 분들이다. 셋째는 선박운항에 부대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이다.
한국해대 출신은 임정순씨(2기 기관과)가 가장 먼저 1970년대에 싱가폴에 정착하였다. 그는 현지 해운회사 기관장과 선주감독을 시작으로 조선소 공장장을 역임한 후 선박대리점업을 시작하였다. 현재 130여명의 한국해대 출신 해기사들이 활동하고 있다(회장 강준영 33기 기관과=77학번에 해당). 한편, 목포해대출신들은 이영관씨(구명 이복만, 12기 항해과) 및 염동연씨(12기 항해과)가 역시 1970년대 싱가폴에 진출한 이래로 현재 약 20여명이 싱가폴에서 활동하고 있다(회장 김영팔<24기 항해과>). 한국출신 해기사들은 2000년대 최석씨(한국해대 28기 기관과)와 봉세종 씨(한국해대 32기 기관과)를 싱가폴 한인회장으로 배출할 정도로 한인사회에서 영향력이 증대되었다.

좌로부터 한수동 사장, 강준영 동문회장, 봉세종 전 한인회장, 필자, 송현철 본부장, 김민종 서기관, 박태룡 사장등 싱가폴에서 거주하는 해기사들
좌로부터 한수동 사장, 강준영 동문회장, 봉세종 전 한인회장, 필자, 송현철 본부장, 김민종 서기관, 박태룡 사장등 싱가폴에서 거주하는 해기사들
소유 및 운항자=이하 선주
싱가폴에서 가장 성공한 선주로는 김광렬 사장(한국해대 24기 항해과)을 들 수 있다. 현재 7척의 선박을 소유하고 운항하고 있다. 박태룡 사장(한국해대 36기 항해과)은 액체화물운반선에 특화하여 6척의 선박을 운항한다. 그는 한국에 본사와 싱가폴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심경섭 사장(한국해대 41기 항해과)도 1척의 선박을 가지고 영업을 한다.

주재원
싱가폴은 동남아 지역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한국의 선박회사 등은 대개 법인 혹은 지사를 설치하고 있다. 가장 큰 규모인 STX 팬오션 싱가폴 현지법인은 문용운 법인장(한국해대 35기 항해과)이 이끌고 있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SK해운, 흥아해운 등도 법인 혹은 지사를 두고 있고 여기에 파견 나온 해기사 출신들이 있다. 한국선급(KR)에서도 송현철(한국해대 35기, 항해과) 지역본부장이 파견 나와 있다. 기타 미국선급지부, ABS 선급지부에도 해기사들이 일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김민종 서기관(한국해대 38기 항해과)도 해적방지센터에 파견 나와서 공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타 현대중공업, 현대 삼호조선에서도 주재원이 나와 있다.

목포해대출신 30-40대 초반의 젊은 해기사들도 선박운항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배국진씨(현대상선, 목포해대 37기 항해과), 선봉근 포트캡틴(STX 마린서비스, 목포해대 39기 항해과=한국해대 기수로 47기, 91학번에 해당), 최모동씨 (STX 서비스, 목포해대 43기 기관과)등이 대표적이다.

부대산업
부대산업으로는 선원관리업, 선박대리점, 선식업, off-shore 사업 등을 들 수 있다. 선원관리업으로는 Wilhelmsen의 목익수 사장(한국해대 33기 항해과)를 들 수 있다. 선박대리점업으로는 봉세종 사장(한국해대 32기 기관과)이 대표적이다. 봉세종 사장은 한인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싱가폴 지회장으로서 싱가폴 한인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off-shore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해기사 출신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싱가폴은 off-shore 관련 설비를 제작하기도 하지만,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일어나는 off-shore 관련 작업에 필요한 각종 선박을 대여하고 제공하는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off-shore 작업, 해저송유관설치 및 해저전선부설에 필요한 선박 혹은 예인선의 제공, 경우에 따라서는 하청사의 수배, off-shore 기구의 수리 혹은 부속 설치 등의 사업에서 직간접으로 해기사 출신들이 관여한다. 강준영 사장(한국해대 33기 기관과, Far East Offshore), 백채열 사장(한국해대 33기 기관과, GLM Marine & offshore), 곽명재 사장(한국해대 35기 항해과, Tae Hae Offshore), 백용태 사장(한국해대 36기 기관과, Blue Marine offshore), 김용배씨(한국해대 44기, Mosestide), 임승묵씨(한국해대 46기 기관과, 대양 엔지니어링 근무)등이 대표적이다.

STX 싱가폴 법인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대형 캐미컬 화주인 인터캠(InterChem)으로 자리를 옮겨 화주를 위한 용선업무를 담당하는 김선화양(한국해대 항해과 54기)도 해기사로서의 전문성을 잘 발휘하고 있는 케이스이다. 해기사 출신은 아니지만 스탠다드(Standard) P&I 클럽 싱가폴에서 근무하는 심상도씨(한국해대 해사법학과 46기)도 소개되어야 할 분이다.

좌로부터 강정구 사장, 장상규 사장과 필자
좌로부터 강정구 사장, 장상규 사장과 필자
인도네시아의 해기사
싱가폴에 와서 들어보니 인도네시아에도 60여명의 해기사(한국해대출신 50명, 목포해대출신 10여명)들이 해운관련업에 종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현지를 방문하여 탐방한 결과, 위 싱가폴과 같이 네가지 부류로 나누어 설명이 가능하다. 
인도네시아에서 해기사 출신들의 진출과 정착은 1988년 이후로 알려져 있다. 1988년 윤청룡 사장(한국해대 31기 기관과)이 현대상선주재원으로 일하다 현지에 정착하고, 허남승 사장(한국해대 34기 기관과)이 산업기자재 사업에 현지 투자하면서 해기사 출신들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시작되었다. 2000년 이후 해기사 출신의 현지진출이 본격화되어 현재 60여명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선주
2004년에 설립된 JSK(인도네시아 법인)의 장상규 사장(한국해대 41기 항해과)은 인도네시아에서 해운업에 성공한 대표적인 해기사 출신이다. 그는 인도네시아 국내 석탄운송과 광산 채굴업을 중심으로 사업에 성공하였다. 인도네시아 쟈카르타 사무실의 직원만도 120명(한국해기사 13명, 한국해대출신 김홍 이사<41기 기관과> 외 7명 및 목포해대출신 이용복 해사본부장<24기 기관과>/박민철<44기 기관과> 공무감독외 3명)이고 해상 근무직원은 약 350명이다. 그리고 싱가폴과 한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작년 운임 수입 9천만 달러를 달성하여 인도네시아 선주협회에서 드라이 벌크부분 최우수선사로 선정되었고 매입한 광산에서 채굴한 석탄의 판매량도 1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off-shore 부대사업에도 진출하고 있으며 영업범위를 확장하려고 준비 중이다. 인도네시아의 내항운송(cabotage)은 국내법인만이 가능한 바 인도네시아 현지회사를 설립한 영업이 성공한 셈이다.

주재원
STX팬오션,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도 현지에 주재원을 두고 있다. 선박들이 많이 입항하기 때문에 슈퍼카고 혹은 화물감독으로 파견 나온 분들이 많았다. 한국선급(KR)에서도 최근 지부를 두어서 김종우(한국해대 36기 기관과) 지부장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부대사업
2010년에 설립된 JMS의 강정구 사장(한국해대 34기 항해과)(현재 한국해대 동문회 회장)은 장상규 사장의 JSK의 선박 14척에 선원관리업무를 하고 있다. 육상 직원 20명에 해상직원 350명을 관리하고 있다. 임성택 사장(한국해대 42기 기관과)은 기계수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허치슨 한국터미널에 근무하다 허치슨 자카르타 터미널에 와서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창수씨(한국해대 44기 항해과)도 성공적인 사례이다. 김성욱 사장(한국해대 49기 항해과)은 석탄하역작업에 필요한 그랩(grab)을 대여하는 업에 종사한다. 고동완(목포해대 28기 항해과)/황인섭(목포해대 31기)/이재학(목포해대 35기 항해과)사장들은 현지 선원 송출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기타사업
이외에 허남승 사장(한국해대 34기 기관과)과 남석현 사장(한국해대 41기 기관과)은 건설분야에서 크게 활동하고 있다. 한편 이용호 사장(목포해대 23기 항해과)은 수산업에 종사한다.(이 글에 소개된 외에도 소위 개인송출이라고 하여 직접 싱가폴과 인도네시아의 선박회사에 승선하는 해기사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자가 해상생활을 하던 1980년대에는 외국에 있는 해기사들은 주로 선식업에 종사하였다. 그래서 한국해양대학에는 선식과가 있다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2004년 이미 미국의 휴스턴 등지에서 필자가 경험한 바와 같이 한국의 해기사 출신들은 자신의 해상경험을 살려 해운관련 전문직을 찾아 외국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8년전에 비하여(비록 비교하는 지역은 다르지만), 더 많은 해기사 출신들이 해기관련 전문적인 직종(쟈카르타의 김창수씨, 싱가폴의 김선화씨등의 예)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기할 것은 젊은 나이에(30대도 상당히 많음) 가족과 함께 싱가폴과 인도네시아에서 정착하여 일한다는 점이다.

학교에서는 해기사 후보생들에게 바다의 매골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켰지만, 승선경험을 가진 해기사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프론티어 정신을 발휘하여 새로운 업종을 찾아 외국으로 외국으로 진출하면서 한국 해기사의 기상을 세계 만방에 떨치고 있음을 필자는 이번에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더욱 자랑스러운 것은 단순히 현지에서의 생활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한인사회와 그 국가에서도 전문직 종사자로서 상류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중에는 20년~30년 해외에서 어렵게 터전을 닦으신 분도 있고 그 선배들의 음덕으로 쉽게 현지에 정착한 분들도 있었다.

이들이 사업을 통하여 경험한 주재국의 해운업에 대한 국가의 정책, 국민들의 인식, 사업관행 등 장점을 모국인 한국에 소개하는 그런 자리라도 마련하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또 이들이 외국에서 영업을 함에 있어서 본국에서 도와줄 일은 없는지 확인하여 애로를 풀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지구촌 시대에 앞으로 더 많은 해기사 출신들이 외국으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에서 생활하는 한국 해기사 출신들과 네트웍을 형성하여 이들도 보호하고 도와주면서도 이들이 또 한국해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시간이 충분하지 못하고 인연이 닿지 않은 관계로 더 많은 분들을 만나고 확인하지 못하여 짧은 지면에 모두 담지 못한 점이 아쉽다. 언급되지 못한 분들에게는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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