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일본선박투자촉진회사 설립의 배경 △선박투자촉진회사의 주요내용 △일본선박금융의 변천과 최신동향 △일본 해운업의 재무현황 △우리나라 해운정책에 대한 시사점-해운조선정책의 일원화

 
 
선박매입주식회사 설립의 배경
리먼쇼크로 촉발된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해운불황은 일본 해운조선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일본조선업은 신조선 수요의 급감으로 인한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엔고의 장기화라는 외부환경요인의 변화와 함께 벌크선과 탱커 등의 선종에 치중한 생산측면의 문제, 국내선주를 중심으로 수주해 왔기 때문에 국내 선사의 발주량 급감으로 경영환경은 매우 악화된 상태이다.

이러한 위기적 상황을 극복하고자 일본정부는 2012년 4월 일본선박투자촉진회사를 설립, 해운경기 후퇴에 따른 자국선주와 중소조선소의 경영악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해운경기 악화에 따른 신조선 수주의 급격한 감소는 일본조선업, 특히 세토나이카이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중소조선업과 에히메선주라고 불리는 중소선주의 존속을 곤란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해 2011년 7월 발표한 ‘종합적인 신조선정책’에서 수주능력 강화책의 하나로 선박수출을 위한 투자촉진 계획을 제안하였다. 이는 선박조달시에 구매보다는 용선을 주로 하는 해외선주에 대한 새로운 영업방법으로 조선회사에 의한 건조자금 출자와 일본정부가 100% 소유하는 주식회사국제협력은행(JBIC, Japan Bank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 및 민간금융기관의 협조융자에 의한 수출금융을 조합함으로써 일본 조선업의 수주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해운시장에 대한 전망은 우리와 크게 다른 점이 없지만 해운불황에 대한 대책이 우리와 대조적이라는 점에서 정책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최근 일본 선박금융의 주요 움직임을 소개하여 우리나라의 해운정책에 시사점을 제공하는 것이 본 기고의 목적이다.

선박투자촉진회사의 주요 내용
선박투자촉진을 위한 민간회사의 설립은 전술한 종합적인 신조선정책의 제안을 기초로 하여 국토교통성이 조선기업, 종합상사 및 금융기관을 움직여 구체화한 것이다. 이 계획의 배경에는 그동안 일본 국내조선소를 주로 이용해 왔던 종합상사가 일본조선소의 능력부족, 단가 등을 이유로 FPSO 등 고부가가치 선박까지 한국 조선소에 발주하는 등의 최근의 움직임이 있다.
일본정부는 본 계획이 현실화되면 지금까지 일본에서 건조 실적이 거의 없었던 선박, 특히 최근 급속하게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해양개발 분야의 선박이나 에너지효율이 높은 신기술을 탑재한 선박의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나라 조선산업과의 경쟁도 염두에 둔 정책이다.

일본선박투자촉진회사 설립 계획에 의하면, 선박 수주 안건별로 선박보유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이 SPC가 선주가 되어 국책은행인 JIBC 등의 융자를 받아 일본 조선소에 발주하도록 되어 있다. 건조한 선박은 장기용선으로 해외선주에게 용선되고 용선계약기간이 끝난 후에 매각하고, SPC는 이 용선료 수입과 매각차익으로 융자금 상환 및 출자자금을 회수하도록 되어 있다.
일본선박투자촉진회사(Japan Ship Investment Facilitation Co., Ltd.)는 상기의 SPC설립 및 금융조성을 지원하기 위한 조성기관(Facilitator)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조선회사, 금융기관 및 종합상사가 주주로 참여하여 설립하고 안건형성을 위한 접수기간은 3년간의 시한을 상정하고 있다. 동사의 주요 출자자로는 일본의 주요 조선소 14사, 일본을 대표하는 선박펀드전문기업인 앵커쉽파트너즈가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6월 하순에 조선소 6사, 종합상사 및 금융기관에 대하여 추가로 참여하도록 하여 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기존의 선박금융과 다른 점은 국책은행뿐 아니라 앵커쉽인베스트먼트라는 민간 선박펀드가 관여하는 반관반민의 조직이라는 점이다. 선박투자촉진회사의 실질적인 기획자로 알려진 일본의 대표적인 선박투자전문회사인 앵커쉽인베스트먼트(Anchor Ship Investment, 이하 앵커사)에 대하여 알아보자.

동(ASI)사는 해운호황기였던 2007년 5월, 미즈호은행, 다이이치생명보험 등이 참여하여 설립된 회사로 컨테이너선 4척, VLCC 3척, 케미컬 탱커 1척, 자동차전용선 1척, LPG선 1척 등 20여척을 대상으로 약 1500억엔을 투자하여 중고선 12척을 인수하고 12척은 발주 완료하였다. 대부분의 선박펀드가 해운불황기에 투자를 하지 않는데 반하여 앵커사는 투자를 강화하였다. 해운불황기인 2011년 11월,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시장 환경이 악화되고 선박에 대한 투자의욕이 약화된 시점에도 약 2000억엔을 투자하였는데 이는 일본의 선박펀드로서는 사상 최대규모로 총 40~50척을 대상으로 하였다. 1호펀드와 2호펀드의 차이는 일본 국내선주와의 선박공유로 일본선주와의 협력을 통해 앞으로 성장이 예측되는 오프쇼어개발 관련 선박 투자도 행할 예정이다.

동사는 일본기업 특유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영 자세를 취하고 있어 10년 이상의 장기용선계약으로 안정적인 운임수입을 확보하여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해운업계의 업적이나 물동량이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2009년 1호펀드의 배당을 실시하였고, 2010년에도 배당증액을 실시할 정도로 경영실적이 좋다.

일본선박금융의 변천과 최신동향
상기와 같은 선박매입전문기관의 설립에 이른 정책적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 선박금융의 변천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본선박금융을 선박금융 주관기관을 중심으로 구분하면 크게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제1단계는 국책은행 중심의 시기로 1980년대 중반까지, 제2단계는 시중은행 중심의 시기로 2000년대 중반까지, 제3단계는 선박펀드와 같은 새로운 선박금융기관이 출현한 시기로 2000년대 후반부터이다.

제1단계는 정부가 이자를 보전해 주는 정책금융 중심의 시대로 1980년대 중반까지이다. 동 시기는 외화획득을 위한 도구로써 해운업이 중시되었던 시기이다. 자국화물수송에 외국선박을 이용, 귀중한 외화를 유출시킬 수 없고 자국해운기업에 국책금융기관을 통해 시중금리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저리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수주물량확보를 가능케 하여 일본조선업과 해운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시킨다는 일본정부의 정책논리가 그 배경에 있다.

제2단계는 1985년 플라자합의로 엔고가 일반화되고 만성적인 무역흑자로 시중은행도 저금리 융자가 가능해지면서 국책은행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시기이다. 이 시기는 일본 시중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선박금융에 참여하고 이요은행, 에히메은행과 같은 지방은행들도 선박금융에 특화할 수 있게 된 시기이다.

이 당시 일본 시중은행은 선주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선가의 85%정도까지 융자하고 선주는 10~15%의 자기자본만으로 선박조달이 가능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선박금융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이 늘어남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선가의 90%, 때에 따라서는 100%까지 융자해 주었다. 따라서 일본선주는 자기자본이 전혀 없이도 수십억엔이 필요한 선박을 구입 보유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채나 투자펀드도 필요 없을 정도로 외국선사에 비하여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 중에서도 대형 3사의 경우, 가장 유리한 융자조건을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경영체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은행들의 투자자세는 안정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높고 투기적인 선박투자는 타 분야에 비하여 중요도가 낮았고,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3년 근무 후 타 부서로 이동하는 인사시스템하에서 선박금융 전문가 양성이 어려웠다. 이에 대하여 주요 영업지역 내에 많은 중소선주가 소재한 에히메 지역의 지방은행인 이요은행 및 에히메은행은 선박금융에 특화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제3단계는 선박펀드와 같은 새로운 선박금융 전문기관이 출현한 시기로 해운호황이 끝나갈 무렵인 2007년 일본에도 선박펀드가 설립되었다. 2007년 5월 미즈호은행 등이 일본에서는 최초로 선박투자펀드운영회사인 전술한 앵커쉽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였고 이후로 미츠이물산, 부동산펀드 운영회사인 CCM 등이 선박펀드를 설립하였다.

선박펀드가 일본에서 출현한 배경에는 대형선사가 자산보유위험을 회피하면서 선대를 확충하는데 있어 그 동안 유효하게 활용해 왔던 에히메선주를 비롯한 지방선주가 더 이상 선박을 보유할 수 없을 정도로 선복량이 과다해져 재무제표가 한계에 달한 점, 선박보유를 위해 외국에 설립한 특수목적회사와의 연결결산이 의무화되면서 새로운 선박의 소유자가 필요하게 된 점을 들 수 있다.
선박펀드는 지금까지의 일본 선박금융과는 다른 새로운 담당자가 출현하게 되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과거의 시중은행에 의한 100% 융자가 곤란한 시점에 선박펀드는 선주와 공동출자라는 새로운 형태로 선박을 조달할 수 있는 새로운 선박금융 루트가 되었다.

일본의 선박펀드는 투자자에 대한 책임수행과 함께 일본 해운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을 기본방침으로 하고 있고 해운업계와 함께 성장하는 펀드운영을 경영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국책은행이 수행했던 역할을 선박펀드가 일정부분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 선박펀드는 대부분 위험회피를 위해 투자선박의 용선은 재무체질이 탄탄한 일본국내의 대형, 준대형 선사와의 계약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달러가 아닌 엔 표준계약을 주체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금흐름에서 예탁금을 적립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외환리스크 회피책을 강구하고 있고, 1달러 = 70엔 후반대의 수준에서도 어렵기는 하지만 일정이익 확보가 가능한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일본 해운업의 재무현황
일본국내 선주는 서브프라임사태로 인한 영향이 다른 나라의 선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일본은행들이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손실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대출여력이 있고, 일본의 대형 3사를 위시한 일본선사의 재무체력이 198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에 자금조달에 세계금융위기가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경미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토나이카이의 중소선주들은 자금조달을 일본 국내금융기관들이 선주대상의 융자를 축소하게 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선주대상 융자 축소배경에는 세계적인 경기후퇴와 금융 위기라는 외부적 요인이외에도, 선박경비(선원비, 윤활유비, 수선비 등)의 상승으로 인한 수지 악화, 환율의 엔고 경향(초 엔고로 소유선박 실적의 적자화), 미래 해운시황의 불투명감 증대, 중고선가의 저하(고가로 매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맞지 않아 자금계획이 어긋남), 선납기(준공=대출은 3년 이상 앞의 일로 금융기관의 업적에 직결되지 않음), 새로운 대출여력이 부족함(지금까지 선박융자를 계속해와 안정경영을 위하여 더 이상 특정기업에 대한 대출을 할 수 없음), 후계자 및 상속문제(장부가보다 실제평가액이 많아 고액의 상속세가 발생함) 등이 있다.

이는 서브프라임문제, 리먼쇼크와 같은 외부영향요인보다는 선주고유의 사정으로 융자가 축소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중소선주들도 해운호황기에 중고선 시황의 앙등으로 인한 이익을 향유, 고가로 소유선박을 매각하여 엄청난 매선이익(현재는 현금 및 예금)을 얻었기 때문에 기업체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고 일본의 대형 3사와의 정기용선계약에 기초한 안정수입을 확보하고 있어 일부를 제외하고는 경영상에 큰 어려움은 없다는 견해가 많다. 

현재의 해운시장에 대한 전망도 우리와 비교하여 특별히 다르지 않다. 해운 호황시에는 중고선가가 신조선가를 상회하였지만 현재는 타당한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는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으로 일본의 무역량이 감소, 미국의 경기회복이 느린 편이며 유럽경제의 불안이 증가하는 등 세계경제의 회복도 불투명한 상태임에도 중국과 한국의 조선소가 대량의 수주잔량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도 계획대로 선박이 준공된다면 공급과잉으로 해운시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해운업계는 지속적인 엔고의 진행, 연료비상승, 운임하락 등의 해운업계 고유의 문제를 극복하면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고 신형선박 구입을 위한 자금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하여 전술한 바와 같은 관민합동의 선박투자전문회사를 설립하였다.

우리나라 해운정책에 대한 시사점-해운조선행정의 일원화
금번의 일본선박투자촉진회사 설립은 일본정부가 해운불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정책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일본의 해운기업은 대형 및 중소선주 모두 우리나라를 비롯한 외국기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안정적인 경영체질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적극적으로 해운업의 안정적인 발전에 관여해 왔다.

이러한 것이 가능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해운조선행정이 국토교통성으로 일원화되어 있어 해운조선 양면을 동시에 고려한 정책실시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해운조선산업의 복합불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일본선주들에게 일본국내 조선소를 이용한 선복량 확보가 쉽도록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국책은행을 참여시키는 등의 정부노력은 해운조선행정의 일원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렵다.

우리나라도 차기정부에서는 반드시 해운조선행정의 일원화를 이루어야만 할 것이다. 해운조선행정의 일원화는 일본해운이 대형해운기업과 중소선주사의 공생관계를 구축하는데도 유효하게 작용하였다. 해운조선분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관계 구축의 가장 바람직한 사례라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대형선사는 지배선복량의 25~30%를 자사 보유로 하고 나머지 70~75%를 지방선주로부터 용선하는 구조를 구축하여 자산과다보유로 인한 위험을 회피하면서 대형선사뿐만 아니라 중소선주의 지속적 발전을 가능케 하는 토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 이들 중소선주는 일본국내의 중소조선사에 발주하게 되면서 지역적으로는 지역산업인 조선업의 계속적인 발전이 가능해지고 고용이 유지되는 등의 정책효과를 거두었다. 예를 들어 2010년 현재 일본해운이 보유 지배하고 있는 1만총톤이상의 외항선은 약 2600척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서 에히메지역의 선주가 소유지배하는 선박이 약 900척 정도로 일본의 35%에 해당한다. 이는 전세계 선복량의 약 6%에 달하는 수치이다. 이를 척당 30억엔으로 환산하면 자산가치는 약 2조 7천억엔에 달하고, 2011년 현재 발주중인 선박 250척을 더하면 2012년 현재 에히메선주의 소유척수는 매선 150척을 고려해도 1050척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이다. 그리고 에히메 선주가 벌어들이는 연간 용선료수입만도 2,628억엔에 달한다.

이와 같이 시코쿠 에히메현의 인구 30만의 작은 도시인 이마바리시를 중심으로 한 에히메선주의 규모에서 한일해운의 실력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해운국가라고 하지만 에히메선주와 비교해도 아직 그 선복규모나 선박금융에서 뒤떨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서남해를 중심으로 한 중소조선소와 자금력이 약한 중소선주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수년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특별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지나가고 있다. 정책당국도 대형선사까지 어려운 현실 때문에 중소해운업을 위한 특별 대책 수립은 어려웠다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와 가장 강력한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의 노력에서 우리는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하였는지 보다 겸손하게 배울 필요가 있다.
IT산업 등 일부 산업이 일본을 추월했다고 하지만 아직 해운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일본해운을 극복하지 못하면 더 이상 한국 해운업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보다 심도 있는 정책적 벤치마킹을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