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정식 개통, 여객은 비교적 ‘합격’ 물류는 ‘낙제’ / 6개월간 처리량 고작 1,508teu.. “수도권 물류 변혁은 어디에?”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경인 아라뱃길이 부분 개장 6개월여만인 5월 25일 정식 개장했다.
총 사업비 2조 2,400여억원을 투입해 서울 강서구 개화동에서부터 인천 서구 오류동까지 총 18km, 폭 80m, 평균 수심 6.3m의 수로로 건설된 경인 아라뱃길은 주운수로 이외에 경인항으로 지정된 김포터미널과 인천터미널이 구축돼 수도권의 여객과 물류의 중심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지난 10월부터 시범운영 6개월, 드디어 정식개장에 들어간 경인 아라뱃길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정식 개장을 2주일여 앞둔 5월 9일, 경인항 인천터미널을 직접 찾았다.

 

 

인천T 편의시설 완공.. “봄 되자 여객 늘어”
(주)현대해양레저, (주)씨앤한강랜드 1일 4회 유람선 운영
인천시 서구 오류동에 위치한 인천터미널에 가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공항철도를 이용해 검암역에 내리면 인천터미널을 경유하는 77-1번 버스가 30분에 한대씩 운행하고 있었다. 아직 승객은 많지 않은 상황, 향후 터미널 이용객 추이에 따라 증차여부를 고려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객터미널 주변은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과 자전거 이용객들이 눈에 띄었다. 아직 유람선이 정식 개통은 하지 않았지만 (주)현대해양레저와 (주)씨앤한강랜드가 임시로 운영하고 있는 유람선이 하루 4회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 사이를 지난다. 터미널 내부엔 티켓 발권을 위한 데스크와 대합실, 편의점, 푸드코트, 화장실 등 편의시설 등이 갖춰져 있었다. 터미널 내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손 아무개씨는 “날이 풀리면서 주말 이용객들이 늘어났다. 정식 개장이 되고 아라뱃길이 홍보가 확대된다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자원공사에 의하면 현재까지 경인 아라뱃길의 유람선을 이용한 여객인원은 약 13만명으로 특히 날씨가 따뜻해진 4월 이후 하루평균 1,000명 이상이 아라뱃길 유람선을 이용하고 있다. 한 겨울 주운수로 ‘결빙논란’을 겪기도 했던 아라뱃길이 점차 안정적인 운영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이다.

 

 
 


아라뱃길을 운항하는 여객선은 서울 여의도 유람선 선착장, 아라김포 여객터미널, 아라인천 여객터미널, 인천 연안부두 4곳에서 출항하고 있다. 승선요금은 대인기준 1만 6,000원(김포-인천터미널)이며 이작도, 팔미도 등 인천 주변 도서지역으로의 섬 여행코스도 추후 개발될 예정이다.


이제 정식 개장을 맞이한 아라뱃길의 여객사업은 일각에서 제기됐던 ‘우려’에 비해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시범 사업기간 동안 지자체와 수자원 공사에서 동원한 단체 관광객이 많았다는 점, 한여름 장마기간과 한겨울 결빙기간 등 기상 변화에 대한 대처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은 향후 사업성 유지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아라뱃길은 지난 겨울에도 주운수로가 얼어붙어 결항된 사례가 여러차례 발생했다”면서, “막대한 홍보비용과 예산을 투입한 성과를 얻기 위해선 꾸준한 관리와 지속적인 운항 노하우가 필요할 것”이라 지적했다.

 

 

대한통운, 한진해운, 대우로지스틱스,
인터지스 주 1항차 서비스만 겨우 유지
여객사업에 비해 아라뱃길의 물류사업은 아직 ‘낙제’ 수준이다. 인천터미널 전망대에서 바라본 물류단지의 모습은 한산했다. 아라뱃길의 물류사업은 주운수로 양단에 위치한 경인항(김포터미널, 인천터미널)에서 4개 부두운영사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10월 부두운영 계약을 마친 4개사는 대한통운, 인터지스, 대우로지스틱스, 한진해운으로 지난해 12월 인터지스 터미널이 처음으로 개장했고, 올해 1월 1일에는 대우로지스틱스 터미널이, 대한통운과 한진해운은 올해 5월에 정식으로 개장했다.

 

총 16선석 중 한진해운은 컨테이너 부두 3선석(인천2, 김포1)을 운영하고, 인터지스는 철재 2선석을 인천터미널에서 운영한다. 대우로지스틱스는 인천터미널에서 자동차부두 3선석을, 대한통운은 잡화부두를 김포터미널에서 3선석 운영하고 있다. 물류단지도 형성돼 인천터미널에 115만㎥, 김포터미널에는 90㎥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연초 화려했던 운영 계획에 비해 운영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포-제주간 2,000톤급 ‘야나세’호를 투입해 주 1항차를 운영해 3항차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던 대한통운은 5월 현재 부정기선만 운항하고 있는 상황이며, 김포-인천-청도 주 2항차 서비스를 계획 중이었던 한진해운 역시 ‘한서’호를 투입해 주 1항차 서비스만 유지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2월 개최된 ‘경인항 설명회’에서 경인항-청도 주 2항차, 부산-평택-경인항 주 1항차 서비스를 개설한다고 밝힌바 있다. 대우로지스틱스는 인천-일본모지간 자동차운반선 1척을 운항하고 있으며, 인터지스는 인천-부산간 철강운반선 1척을 운항하고 있다. 대부분의 운영사가 계획했던 서비스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6개월간 고작 1,508teu, 3,578톤 처리,
인천항 한달 처리량 0.01%에도 못미쳐
지난 6개월 동안 경인항에서 처리된 물량은 얼마나 될까. 본지 취재에 따르면, 5월 17일까지 경인항에서 처리한 총 물동량은 컨테이너 1,508teu, 일반화물 3,578톤이다. 컨화물만 놓고 비교했을때 인천항의 3월 처리량인 17만 3,000teu의 0.01%에도 미치지 못한 물량을 6개월 동안 처리한 것. 비록 정식 운영 전이라고 하지만 “수도권의 물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던 정부의 홍보가 무색할 지경이다.

 

 

 
 

부진한 물류 실적의 부담은 고스란히 사업자에게 넘어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 터미널의 경우 물량을 끌어오기 위해 화물 운임을 절반 수준으로 덤핑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고유가로 운항비 보전이 힘든 상황에서 물량도 없고 운임까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고 귀뜸했다.

 

다른 관계자는 “물량을 끌기 위해 정부에 추가 항차 개설을 요청하고 있지만 여의치가 않다”면서, “항로라는 것이 개설 초기부터 100% 채워서 운영될 수는 없지만 현 상황은 지속적으로 끌고가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운영 초기인 만큼 상황을 지켜본 후 추가항로 개설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한영 한국수자원공사 경인아라뱃길 사업본부 차장은 “화물선의 경우 올 연말까지 총 10척 정도 추가운항 계획이 잡혀 있다”면서, “올 하반기 한중협력회의, 중국항만과의 MOU, 포트 세일즈 등을 통해 물량유치 및 항로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아라뱃길의 건설로 “인천항의 물류를 분담하고 수도권의 물류 효율을 극대화하는 등 수도권 물류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시범 운영기간의 부진한 물류 성적은 그간 정부가 홍보했던 아라뱃길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과연 경인 아라뱃길이 정부의 바람대로 수도권 물류의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시범 운영기간의 부진한 성적을 만회할만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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