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방 산업간 협력과 공조에 정책적 윤활유 필요하다”

4월 10일, 철강·조선·선주협회 공동 개최
150여명 참석, “동반성장으로 위기 극복” 뜨거운 관심

 
 

“해운·조선·철강이 협력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해운계는 조선사에 배를 발주하고, 조선사가 배를 짓기 위해선 철강이 필요하다. 또 철강과 철광석은 해운업의 주요 화물 중 하나로 해운·조선·철강 산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이렇듯 서로 밀접한 관계인 해운·조선·철강 산업의 상생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4월 10일 서울 포스코 P&S타워에서 개최됐다.

한국철강협회·한국조선협회·한국선주협회가 공동 주최한 ‘2012 철강·조선·해운 동반성장 세미나’에는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전무, 한장석 한국조선협회 부회장, 오일한 한국철강협회 부회장 등 각 산업분야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해 3개 산업의 현황과 동반성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세미나는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의 ‘해운·조선 시황전망과 상생발전’, 김명균 포스코 상무의 ‘세계 철강산업 트랜드와 전망’,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박사의 ‘선박금융 현황과 발전 방안’의 발표로 이뤄졌다. 각 발표자들은 산업별 현황과 전망을 자세히 소개하며 3개 산업이 함께 발전해야 하는 필요성과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자리를 함께한 150여명의 참가자들도 대부분 자리를 끝까지 지키며 발표를 경청하는 등 3개 산업의 상생을 통해 현 위기상황을 극복하자는 의지를 보였다.

 
 
“국수국조는 글로벌 트렌드,
공동투자 등으로 협력관계 유지해야”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첫번째 발표를 맡은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의 해운과 조선시황을 그래프를 통해 설명하고, 조선·해운·철강 산업의 상생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홍 연구위원은 “위기는 대처하기에 따라 기대보다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결정적 시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와 같은 작은 수요도 상대 산업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시기에는 철강·해운·조선 산업의 협력을 모색하고 공조의 역항 메카니즘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측면의 윤활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위원은 우선 해운과 조선산업의 시황을 분석했다. 현재 세계 선복량은 2010년 말 기준을 13.5억dwt이고 벌크선의 선복규모가 가장 크지만 선복의 성장속도는 ‘컨’선이 가장 크다. 금융위기 이후 침체상태에 빠진 해운시황은 지금까지도 계속 부진한 상태로 3월말 기준 BDI는 1,000을 하회하고 있고 HRCI도 500미만, 탱커는 30k의 경우 추세적 상승을 보이고 있으나 50k는 하락세다.  

선종별로 보면 벌크선은 2000년도 이후 선복량이 연평균 6.9%씩 증가해 케이프급은 선복과잉에 의한 운임하락이 심각한 수준이며 유류비 상승으로 선사의 경영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컨선은 2010년부터 감속운항과 시황 개선으로 물량 증가율이 선복 증가율을 초과했으나 초대형선 위주의 발주 증가와 유럽 재정위기로 선복과잉 해소가 다소 지연되는 모습이다. 탱커선은 2010년 기준 물동량 증가율과 선복량 증가율의 차이가 거의 없어졌으나, 누적 선복량에 의한 선복과잉이 아직 존재한다. 그러나 단일선체유조선의 퇴출과 노후선박의 해체가 타 선종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면서 선복 증가율이 타 선종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해운시황은 선복과잉과 글로벌 경제 및 유가급등의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 선가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해상운임이 급락하는 등 특히 벌크선 업계의 유동성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선박해체가 늘어나고 있고 선복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로 평가된다.

한편 조선산업은 후판가격이 하락하면서 저선가로 인한 채산성이 다소 완화되었지만, 선복과잉과 선박금융 위축은 부정적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조선업의 성장과 글로벌 금융위기, 고유가는 조선산업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지만 단기적으로는 세계 경제의 부정적 요소가 잔존하고 있고, 선복과잉의 우려가 지속되면서 밝지 않은 상황이다.

홍 연구위원은 “철강과 해운은 조선산업의 전후방 산업이며 철강산업은 주요한 화주”라며, “작은 수요도 상대산업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위기에는 협력과 공조의 역학 메카니즘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측면의 윤활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 연구위원은 일본의 사례를 들며 “일본 조선업계가 조선불황과 엔고로 큰 위기를 겪고 있지만 해운산업이 자국발주를 통해 조선업계를 돕고있으며, 일본 철강업계는 물량을 자국 해운업계에 몰아주면서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고 전했다.

 
 

홍 위원은 세 산업의 상생방안을 수요와 공급측면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우선 수요측면에서 철강산업은 조선산업의 건조전망을 근거로 수요 강재의 생산계획을 수립하고, 적기조달로 양 산업의 경쟁력을 올려야 한다고 제시했으며, 해운산업은 물동량에 근거한 신조계획을 수립해 조선업계 수주전략에 도움을 주고, 철강업계는 원료 도입물량 전망을 해운업계에 제공해 안정적인 수익기반 창출을 도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해양플랜트 및 EEDI(에너지효율설계지수), EEOI(현존선 에너지효율운항지수) 등 환경 규제 등의 대응전략을 공유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측면에서 홍 위원은 ‘국수국조’를 강조했다. 홍 위원은 글로벌 기조에 맞춘 협력 지침을 수립해 세 산업이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산업은 원료 수입에 국내선사를 활용하고 장기용선을 추진해 해운업계의 수익기반에 도움을 주고, 해운업계는 최소한 국내 선박펀드로 건조하는 선박은 국내에서 건조하는 등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조선산업은 선박건조에 소요되는 강재를 국내에서 조달하고 장기구매제도 등을 활용해 철강업계와 상생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홍 위원은 세 산업이 전후방 부문에 대한 공동투자를 통해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홍 위원은 “철광과 조선은 서로 지분투자를 통해 실질적 공동 경영전략 방향을 모색할 수 있으며, 철강과 해운은 장기 용선망을 구축하거나 선화주 합작선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조선과 해운은 선박펀드에 대한 조선부문의 투자를 추진하고 해운부문의 조선부문 자본참여를 통해 원활한 수급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명균 포스코 상무
김명균 포스코 상무
“美 셰일가스 개발, 석탄 해상물동량 늘어날 수 있다”
김명균 포스코 상무
이어 철강산업 분야의 발표를 맡은 김명균 포스코 상무는 철강산업의 이슈를 조강능력 공급과잉, 원료문제, 기후변화로 요약했다.
김 상무는 세계 철강업은 한중일 3국이 견인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중국의 철강산업이 급상승해 이젠 중국을 빼놓고 철강산업을 논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반면 한중일 철강업체의 경영상태는 날로 악화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조강능력의 공급 과잉이다. 2011년 기준 한중일의 철강수요는 약 7억 4,400만톤인데 비해 조강능력은 10억톤을 초과하고 있으며, 2013년이 되면 7억 9,000톤의 수요에 비해 공급능력은 11억톤으로 그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도와 중동 북아프리카의 조강능력도 증가되고 있어 전체적으로 과잉설비에 대한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상무는 또한 철강의 원자재인 “철광석의 공급이 Vale, Rio Tinto, BHP billiton 등 3대 메이저에 의해 집중 공급되고 있으며 이들의 시장지배력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1년 세계 물동량의 70%를 이들이 점유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85%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것. 이에 따라 김 상무는 “철광석 시장에서 수요보다 공급사에 의한 가격 및 공급 조절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제철용 석탄의 경우 약 10억톤 미만의 소비량을 보이고 있으며, 이 중 해상물동량은 3억톤 수준이다. 김 상무는 해상물량이 낮은 점에 대해 중국산 석탄을 이유로 들었다. 중국 석탄이 가격과 품질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중국의 자체 수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도 중국의 석탄 수입물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예측이다.

한편 국내 철강사들은 포스코 FINEX와 현대제철 3고로 증설 등 메이저 철강사의 생산설비가 확장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국내 선철 생산이 5,000만톤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며, 철광석 및 석탄 수입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철강산업의 향후 전망에 대해선 수요가 둔화하고 생산설비 과잉이 지속되면서 철강산업의 저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상무는 “2012년 세계 강재수요가 2~3%에 그칠 가능성이 있으며, 철광석 메이저의 시장지배력 강화로 철강사들의 저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원자재의 해상물동량에 대해서는 철광석과 제철용 석탄 모두 공급 부족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김 상무는 “철광석의 경우 철강 생산 증가에 따른 철광석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2015년까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겠으나 2016년부터는 어느정도 균형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철용 석탄에 대해선 “철광석과 마찬가지로 철강 생산 증가에 따른 원료탄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러 변수가 있다”며, “최근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은 미국 에너지가격의 하락을 일으키고 있으며 석탄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셰일가스가 더욱 활발히 개발된다면 미국산 석탄이 남을 것이고 이 중 상당량은 유럽이나 아시아로 수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박사
양종서 수출입은행 박사
“유럽계 파트너-
국내 민간은행-공공은행 합쳐 해외 합자은행 설립 필요”

양종서 수출입은행 박사
선박금융 분야의 발표를 맡은 양종서 수출입은행 박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국내 선박금융 활성화와 해운·조선·철강산업의 동반성장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양 박사는 유로존의 재정위기로 선박금융이 위축되면서 선사와 조선사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난해부터 해양플랜트 등 해양설비의 붐과 유럽 양적완화의 영향으로 차츰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히며, 전반적으로 유럽계 은행의 선박금융이 축소되고 아시아계와 미국계 은행의 선박금융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 박사는 “양적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리스크가 있고 유로존 정상들의 미진한 대응과 남유럽과 북유럽 간의 재정수지 및 성장률 차이가 여전히 있어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해양설비 중심의 선박금융이 중대형 이하 선주들을 소외시키고 있고 유럽 재정위기의 근본적인 해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 박사는 “국내 선박금융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하며, 공공자금을 활용한 펀드 조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 박사는 “바젤3의 시행으로 민간은행의 선박금융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며 동 분야에 대한 전문인력과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공성 펀드 조성과 사모펀드 및 MEZZANINE 등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좌측부터 김영무 선주협회 전무, 오일환 철강협회 부회장, 함장석 조선협회 부회장
좌측부터 김영무 선주협회 전무, 오일환 철강협회 부회장, 함장석 조선협회 부회장
양 박사는 “현재 선박투자공사 설립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지부진하다”면서, “WTO 보조금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고 공사의 수익성,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추진에 무리가 있다”고 말하며, 해외 합자은행 설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양 박사는 선박에 특화된 유럽계 유수 파트너와 국내 민간은행, 공공은행이 합자해 싱가폴 등 선박금융에 유리한 도시에 합자은행을 세우는 방안을 제시하며, “해외에 세우면 우선 남북한 리스크가 해소되 신용등급에 유리하고, 초기 위험요소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가스공사 등 원화수입이 있는 선주들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원화 선박금융을 시도해 이를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양 박사는 정상훈 한국기술평가 팀장이 제안한 이슬람 금융법의 활용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소개하고, 무엇보다도 원화 금융을 도입할 수 있는 방안과 법조 인력을 비롯한 선박금융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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