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무역분쟁, ‘중재’로 해결한다

국제상사중재원, 전문중재인·단심제 vs 국가상사중재법원, 지정판사·3심제

대한상사중재원과 법무법인 율촌이 주최한 ‘러시아 무역 및 투자진출상의 상사분쟁과 대응방안 세미나’가 4월 16일 대한상공회의소 의원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가스공사, 한국수출입은행을 비롯해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건설, POSCO A&C, LG CNS, 롯데쇼핑, 범한판토스, 기아자동차 등 민간업체와 공기업, 그리고 금융권 관계자 약 80여명이 참석했다. 동 세미나의 발제는 김광수 대한상사중재원 본부장의 ‘러시아와의 무역 및 투자진출상의 분쟁과 해결절차’와 이화준 법무법인 율촌 러시아 변호사의 ‘러시아 상사분쟁 중재사례 및 대응방안’으로 진행됐다.

 
 
상사중재원 지난 12년간 한-러 중재신청건수 13건,
양국기업 ‘중재합의’ 계약조항 있어야 신청 가능
소송대비 “신속처리, 경제적 비용 강점”
대한상사중재원은 중재법 법률 제1767호에 의거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써 국내외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발생된 분쟁을 중재, 조정, 알선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강제집행이 보장되는 분쟁해결제도는 크게 소송과 중재 두가지로 구분돼 있으나 중재는 그 절차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동안 소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제도는 아니다. 또한 중재는 반드시 중재합의가 있어야만 신청이 가능하다. 김광수 대한상사중재원 본부장은 “원칙적으로는 기업분쟁 발생시 중재에 의해 해결하기로 한 업체 당사자 간의 합의를 계약서상에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로 해결한다’는 조항을 통해 명기해야 중재분쟁 절차가 이뤄질 수 있지만 분쟁이 발생한 후에도 당사자 합의를 통해 ‘중재합의서’를 작성할 경우 중재신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의 한-러 양국 기업의 중재·알선현황에 따르면, 국내에 중재법이 제정된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의 중재건수는 총 13건, 알선현황은 25건으로 집계됐다. 중재는 소송과 달리 단심제로 운영되는 장점이 있어 분쟁발생시 신속한 해결이 가능하고 기업의 영업비밀 등을 존중해 비공개로 진행되며 중재인이 판사가 아닌 공무원 등 법조계, 학계, 실업계 등 각계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소송에 비해 비교적 비관료적인 방식의 변론기회가 보장된다.

중재비용은 중재신청 금액에 따라 달라지는데, 분쟁금액이 클수록 중재비용은 줄어든다. 분쟁금액이 2억원 이하인 경우는 법원의 1심 소송비용보다 최고 약 60%가량 낮아 중재방식을 잘 활용한다면 분쟁해결을 위한 비용절감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2009년 국내의 한 굴삭기 배관 납품업체 A사가 러시아 현지업체 I사를 대상으로 신청한 계약이행청구를 통해 해당업체가 미화 7,450달러 계약금 지급 및 계약물품 인수과정시 발생한 분쟁에서 A사는 정부에서 40만원의 국가보조금이 지원돼 4만 5,000원만 부담한 사례가 소개돼 소송대비 중재비용의 경제적 효과가 확인됐다.

국제상사원을 통한 러시아의 분쟁해결 중재절차와 관련, 한국기업과 러시아 기업이 계약서에 중재를 하기로(중재합의)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방이 상대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시 피고가 1차까지 양자 중재합의서를 입증하면 원고의 서류는 직소금지로 처리된다. 또한 중재결과 판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패소자가 중재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피신청인의 예금통장을 가처분할 수 없는 경우에는 러시아 중재법에 따른 강제집행이 허용된다. 대한민국중재법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분쟁에 대해서는 국내에서의 처리가 원칙이지만 앞서 언급된 러시아 중재법 집행가능 항목에 해당하는 경우는 국내법적 기준에 따른 중재해결이 진행될 수 있다. 한편 국내 중재법에서는 러시아 중재법과 달리 ‘노동’이 아닌 ‘권리’부분을 중재대상 열외 사항으로 지정하고 있어 러시아의 중재영역이 더 포괄적이다. 김 본부장은 “국내에서는 권리중재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며 한-러 권리분쟁해결 접근의 차이를 숙지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상사중재법원 3심제 객관판정, 행정수수료도 없어..
“러시아 현지 합작법인 소는 인정 안돼”
중재법원 법정 수수료 (자료제공: 법무법인 율촌)
중재법원 법정 수수료 (자료제공: 법무법인 율촌)
국제분쟁발생시 양국의 법률구조를 먼저 파악하면 큰 도움이 된다. 러시아는 법률에서 외국인과 외국법인은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피소하는 과정에 있어 러시아 국민과 러시아 법인과 동일한 권리를 가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화준 법무법인 율촌 러시아 변호사는 발표자료를 통해 “러시아는 기업간 분쟁을 심리할 수 있는 특별소송제도로서 중재법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기업과의 상사분쟁 발생시 러시아 국가에서 마련한 국가상사중재법원을 이용하는 것이 국제상사중재원을 이용하는 것보다 사실상 더욱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중재지방에서 분쟁소송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에는 모스크바에 소재한 최고중재법원에 항소할 수 있으며 러시아 상공회의소에 의한 중재도 상사분쟁 해결을 위한 유력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러시아연방 상공회의소는 일찍이 공산체제에서도 국가적으로 상사분쟁위원회를 설치해 분쟁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대응태세를 이어왔다. 때문에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소송재판과 비교해 볼 때 러시아의 민사소송절차는 진행과정에서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다. 따라서 러시아의 상사분쟁해결은 분쟁의 양 당사자간 합의사건 속성 및 양당사자의 법적 성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화준 변호사는 “일단 소를 제기하면 중재법원에서는 판사가 지정되지만 국제상사중재원에서는 중재원을 분쟁당사자가 직접 정하고 있기 때문에 중재인 선정에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분쟁해결에 있어 중재인 선정은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재인 선정에만 보통 한달 정도의 시간을 소요하기도 한다며 이같은 문제가 사실상 중재법원을 통한 해결보다 당사자의 수고가 더 필요로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러시아어에서는 중재원과 중재법원의 영문표기가 “arbitration"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하라고 덧붙였다. 그는 ‘international arbitration russia federation’으로 명기될 경우는 국제상사중재원으로 이해하면 되지만 혼동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어 원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제상사중재원의 소송비용 (자료제공: 법무법인 율촌)
국제상사중재원의 소송비용 (자료제공: 법무법인 율촌)
국제상사중재원에서는 단심으로 끝나기 때문에 중재인이 상사분쟁사안에 대해 전문지식이 부족할 경우 합리적인 중재결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중재법원의 3심이 단순한 법률처리 기간면에서는 신속성이 떨어져 보이지만 합의심을 통해 세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국가중재법원을 통한 분쟁해결을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판결문을 받으려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는 우스갯소리를 통해 분쟁의 최종목적인 원활한 거래계약 이행에 도달하는 최적의 방법은 국가중재법원에 따른 가압류라고 밝혔다.

그러나 단순 물품거래 계약건이 아닌 합작지분법인을 통한 영업과정의 분쟁발생은 러시아 법원이 해외 조인트 벤처 어그리먼트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어 국제상사중재원을 판정 관할기관으로 선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지금까지는 러시아 중재법원의 실질적인 판례에서는 조인트 어그리먼트를 인정한 사례가 없다. 러시아가 시장경제를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러시아 상법이 민법에 규정돼 있고 유한회사나 주식회사는 해당법이 상당부분 분쟁해결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러시아 현지회사와의 합작회사 건립할 경우는 조인트 어그리먼트를 인정하고 있는 중재원을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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