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회사 거래상대방 선정 모범기준’ 7월 시행/ 물류·시스템 등 거래실태조사, 물류부문 내부거래 비중 83%로 최고

대기업의 2자물류 자회사 일감몰아주기 관행에 제동을 거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됐다. 지난달(4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독립 중소기업의 시장참여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거래상대방 선정에 관한 모범기준’을 제정해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토록 권고조치했다.


대기업 계열사간 부조리한 내부거래 관행이 보편화되면서 각 대규모집단 소속업체의 과·독점 심화 등 폐쇄적 시장질서가 형성됨으로 인해 역량있는 독립중소사업자는 사업참여는 물론 성장기회가 제한된 실정이다. 이에 공정위는 이번 모범기준을 통해 사업거래 상대방 선정시 △계열사 등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금지 △비계열 독립기업에 대한 사업기회 개방 △거래상대방 선정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등의 3대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경쟁입찰 활성화 △비계열 독립기업에 대한 직접발주 확대 △내부거래위원회 설치·운영 등을 세부기준으로 수립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물류·광고·시스템통합 등의 부문의 경쟁입찰 확대를 촉진토록 했으며 수의계약의 경우 긴급성, 보안성, 효율성 등 경영상 필요한 경우를 제한하고 대기업 계열사의 대규모 수의계약 체결시 내부거래위원회 또는 감사부서 등에서 사전에 계약내용을 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또한 비계열 독립기업의 발주확대를 위해 중소독립업체의 직접발주 활성화가 필요한 특정 분야를 지정하고, 직발주 가능성을 적극 점검토록 권고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대기업집단 계열사 20개사(물류, 광고, 시스템통합 부문 등)를 대상으로 벌인 거래실태 조사에서 각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88%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같은 실태조사는 물류를 포함한 3개 업종에서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간의 일감몰아주기로 인해 역량있는 비계열 독립기업들의 사업참여 기회가 제한된다는 비판이 불거지면서 실시됐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상기 3개 분야의 자산총액 기준 상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각 소속업체 총 20개사(△물류부문 4개사:현대글로비스(주), 삼성전자로지텍(주), 하이비지니스로지스틱스(주), 롯데로지스틱스(주) △광고부문 8개사:(주)제일기획, (주)이노션, (주)에스케이마케팅앤컴퍼니, (주)에이치에스애드, (주)대홍기획, (주)한컴, (주)재산커뮤니케이션즈, (주)오리콤 △시스템통합부문 8개사: 삼성에스디에스(주), (주)엘지씨엔에스, 에스케이씨앤씨(주), 현대오토에버(주), 씨제이시스템즈(주), 대림아이앤에스(주), (주)포스텍, 한화에스앤씨(주))를 대상으로 내부거래 현황 및 사업자선정 방식 등을 중점 점검했다. 그 결과, 2010년 기준 이들의 총 매출액 12.9조원 중 9.2조원이 계열사간 내부거래 금액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내부거래 비중도 71%에 달해 2008년 69%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업종별 내부거래 비중에서는 특히 물류분야가 83%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매출액 기준으로 금융감독원의 공시자료에서 물류사업부문의 대기업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은 2010년 총 3조 7,748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4조 5,512억원 가운데 83%를 기록해 같은 기간 각각 64%와 69%대 수준인 시스템통합과 광고사업분야 보다 현저한 격차를 벌이며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물류분야 내부거래 비중이 타 사업부문에 비해 월등히 높게 집계된 것에 대해 당시 공정위 측은 보도를 통해 “모회사에서 물류서비스 부문이 분리·설립돼 완전자회사 성격을 갖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자 선정방식에 있어서 역시 대기업소속 조사대상 20업체의 계열사 거래액은 2010년 8조 846원에 달해 전체 거래금액(9조 1,620억원)의 88%를 기록한 반면 동종 업체간 경쟁입찰액은 1조 774억원 수준으로 불과 12% 남짓 차지하는데 그쳤으며, 물류사업부문의 수의계약 비중은 무려 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2010년 기준 현대글로비스(주), 삼성전자로지텍(주), 하이비지니스로지스틱스(주), 롯데로지스틱스(주)등 4개 물류부문 조사대상 업체가 각 물류자회사로부터 수주한 금액은 총 3조 7,748억원으로 이 가운데 3조 7,226억원이 수의계약형태로 사업체결이 이뤄졌다.

 

또한 이 가운데 일부 업체가 계열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수주한 업무를 다른 중소업체 등에 그대로 위탁하는 사례도 조사됐다. 공정위의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A사가 계열사 B사로부터 수의계약을 통해 부품운송을 33억원에 수주한 후, 30억원에 중소기업 C사에 하도급한 사실이 전해지고 있다.


한편 공정위의 이번 모범기준 마련에 대한 중소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인 목소리를 띄고 있다. 동 권고 법률안의 실효성과 관련, 세부항목 기준들이 구체적인 대응책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소업체의 구체적인 경쟁입찰 확대방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노상섭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총괄과 과장은 민간업체의 사업활동에 대해서는 공정위 소관이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그는 “경쟁입찰 경쟁력은 오히려 기본적으로 거래당사자 입장의 중소업체 스스로 갖춰야 되는 문제 아니냐”고 회답했다. 또한 공정위 측의 모범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세부기준의 시행원칙이 추상적으로 기술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모범기준에서 공정위는 경쟁입찰 확대를 위해 수의계약의 적정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선결적으로 수의계약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기준부터 밝혀져야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의 이번 모범기준은 그동안의 대기업 2자물류 일감몰아주기 관행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킨 효과를 거두었다. 동 기준안의 실효여부에 대해서는 7월 1일 이후 업계당사자들을 통해 검증될 것이다. 부조리한 대기업 힘겨루기 싸움에 경쟁력 있는 중소 독립사업자들의 사업반경이 향후 어떠한 양상을 보일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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