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조선일보의 Weekly BIZ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있는 Linda Hill교수 연구실을 찾아가 인터뷰한 내용을 노관택 전 서울대학병원장이 다시 요약하고 책에서 보충한 것이다.
린다 힐 교소는 △1957년 출생 △브라이언모어 대학교 심리학과(최우등 졸업) △시카고 대학교 석·박사(교육심리학 및 행동과학) △1984년~현재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HBS) HBS 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교수 △현재 HBS 내 ‘하버드 리더십 이니셔티브’ 의장 겸 Quarterly Leadership 편집위원으로서 △저서 ‘보스의 탄생(Being the boss)’이 월스트리트저널의 2011년 經營分野 5대 必讀書選定 된 바 있다.

“노력하지 않는 보스는 누구나 악당이 될 수밖에 없다. 무거운 물체가 그냥 물 위에 떠있을 수 없는 것처럼 리더 역시 지속적인 향상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부하들과 조직으로부터 무능력자로 낙인 찍힌다.”
Linda Hill 교수는 좋은 보스의 첫째 덕목으로 ‘직원들과의 솔직한 feedback 주고받기’를 꼽았다. ‘열린 소통’이야말로 최고의 관리자로 이르는 왕도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유능한 보스의 3대 원칙은
▲자기 자신을 관리하라. Manage Yourself
▲인맥을 관리하라. Manage your Network
▲팀을 관리하라. Manage your Team
이를 달성하는 방도로 ‘준비→실행→평가’의 3단계 실행법칙을 제시했다.
1) 효과적인 관리는 자기 자신과 자신의 역할을 바라보는 관점, 상사로서 직원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 특히 직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등을 관리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한다.
2) 거미줄에 걸리는 파리가 되지 말고, 거미줄을 만들어 자신의 인맥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거미가 되어야 한다.
3) ‘자신의 팀을 관리하라’는 말은 개별 구성원들이 모인 집단을 넘어 ‘High Performance Team’을 구축하라는 말이다.

앞의 1), 2)에서 조직관리의 대인관계 측면, 즉 상사나 동료, 부하직원과 일대일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하는 측면을 고려했다면 여기서는 더 나아가 목표, 목적, 역할, 관습, 가치, 기대, 피드백 체계 등 효과적인 조직관리를 위한 ‘비대인적 체계’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관리자와 팀원들 간에 비대인적 가치체계가 자리를 잡을 때, 비로소 유능한 팀이 구축된다.
Linda Hill 교수의 보스학은 당위론을 따지는 고담준론식 이론이 아니라 ‘21세기 처세술’과 같은 실전형이다. 그는 “개인으로서 아무리 휼륭한 성과를 냈어도 리더십은 전혀 개별능력”이라며 “훌륭한 보스는 일상 속에서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서만 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관리자는 리더로서 성격적인 장단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양면적인 특성은 모두 자기 개발과 훈련을 통해 바뀔 수 있다.”

Hill 교수는 “많은 관리자들이 어떻게 해야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는지 방법을 몰라서 자신의 뜻을 펴지 못하고 직급만 관리하는 ‘상사’에 머물다가 시들고 있다”며, “자기 자신·인맥·팀을 관리하는 3가지 행동원칙을 지속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리더로 거듭날 수 있다”고 했다.

왜 솔직한 피드백이 중요한가?
직원들의 피드백이 없다면 관리자의 의도가 실제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 알 수가 없다. 누구나 자신의 의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자기 마음속에 있는 거니까. 하지만 이 의도가 실제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경험됐는지 알 도리가 없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휼륭한 사람들이 상관으로 만나면 악당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직원들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한다.
온 세상의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물며 그 사람이 자기 보스라면 더욱 그렇치 않을까. 직원들이 솔직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관리자들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솔직한 피드백을 받는 방법을 공부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직원의 업무능력을 평가한다든지, 적성을 찾아낸다든지 하는데에는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관리자들조차 직원들에게 평가를 받는 데는 익숙하지 않았다.
자신을 관리하는 것은 감정을 통제하고 자신의 스트레스를 다른 직원들에게 불필요하게 전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보스가 되려면 직원들로부터 ‘우리 보스는 감정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얻어야 한다. 가끔은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 리더십은 감정의 공유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업무를 추진하는 기술을 얘기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직원과 보스의 사이에는 감정적인 유대(emotional tie)가 있다. 당신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보스에 대해 생각해보라. 처음 떠오르는 생각이 뭔가? 그 사람과 일할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부터 떠오를 것이다. 감정이다. 단, 관리자의 감정변화에 직원들이 눈치를 보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관리자는 항상 침착하게 있으면서, 최소한 침착한 척이라도 해야 한다. 리더의 감정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팀의 분위기가 되기 때문이다. 리더는 자신의 기분조차 직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고취하고 사무실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도구로 써야 한다.

외향적이거나 카리스마적인 사람들이 휼륭한 관리자가 되기 쉬운가?
외향적인 사람은 대화를 즐기니까 더욱 쉽게 좋은 관리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외향적이라면 곤란하다. 낄데 안 낄데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서 일을 망쳐버릴 수 있으니까. 반면 내성적인 사람도 얼마든지 뛰어난 매니저가 될 수 있다. 매일 조금씩 혼자만의 시간을 내서 내면을 충전한 후에 다시 사람들을 만나러 가면 된다.

좋은 보스는 타고난 사람보다 노력형이 대다수다. 모든 일을 자기중심적으로 따져서 팀의 공적을 모두 자신에게 돌리는 사람.  항상 앞에 나서고 싶어 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매니저로서 부적절하다. 하지만 이들 역시 적절한 멘토로부터 배워서 자신의 단점을 고쳐나간다면 휼륭한 관리자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신에 대해 파악하고 지속적인 수정을 통해 관리자로서 자질을 갖추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독점한다든지, 지나치게 내성적이어서 다른 사람과 의견교환조차 못한다든지, 부하직원의 말을 못 듣고 자신의 의견만 고집한다든지, 다름 사람을 모욕한다든지. 이런 사람들은 관리자가 돼선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성격은 조직생활  자체에 부적합한 성격 아닌가. 관리자에게 특별한 재능이 필요없는 까닭은 그의 일이 ‘관리’이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결과를 내는지에 맞춰 자신을 조정하면 된다. 일은 조직 안에 있는 직원들이 하는 것이다.

관리자에게 약점이 있다면, 자신의 약점을 감싸줄 수 있는 팀을 만들면 된다. 관리자가 할 일은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방향을 제시하고 우선순위를 알려주는 것이다.
보스로서의 능력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경험과 다름 사람의 조언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항상 학습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일을 시켜서 결과가 좋다면, 혹은 결과가 안좋다면 일단 그 이유를 들어봐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경험을 살릴 수가 있다. 온종일 일하면서도 배우는 게 하나도 없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배운 게 뭘까’ ‘이걸 다음에 어떻게 쓸 수 있을까’란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업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배우는 게 없을 수 있다.
다시금 “휼륭한 리더란 자신을 가꾸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고 Linda Hill 교수는 강조했다. 대다수 관리자가 “내가 어떻게 조직을 이끌까”만 생각하지, 자신을 어떻게 바꿀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뛰어난 보스가 되려면
-나에게 뭔가를 가르쳐주고 회사 안에 소식을 알려주고 솔직한 조언을 해줄 ‘나를 위한 이사회’를 갖춰라.

▲특별히 필요한 재능은 없다
아이디어를 독점하거나 다른 사람을 모욕하는 사람은 조직생활 자체에 부적합…보스만의 결격 사유는 아니다.

▲대다수 관리자들의 한계
어떻게 조직을 이끌까만 생각하고 자신을 어떻게 바꿀 지는 고민하지 않는 경우 많다.
 ‘대학’에 나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표현과 내가 말 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본질은 같다. 항상 자신을 관리하고 인간관계를 관리하고 팀을 관리하는 것이다.
실제 관리자들이 좋은 덕목을 갖추기 위해서 추천하는  방법은 금요일에 업무를 마친 후 다음 주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아주 잠깐이면 된다. ‘다음 주에는 누구랑 일할까’ ‘지금 계획은 누구에게 알려줘야 할까’ 등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멘토(mentor)를 얻을 좋은 인맥
인맥 또한 좋은 보스가 갖줘야 할 기본 요건이다. Linda Hill 교수는 관리자들에게 ‘자신을 위한 이사회(personal board of directors)’를 갖추라고 권한다. 단 1명의 멘토가 아니라, 스스로의 업무와 발전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의 집단을 마련하라는 얘기다. 회사에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있고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있는 것처럼, 뭔가를 가르쳐 줄 사람, 회사 안의 소식을 알려줄 사람,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방패막이가 돼 줄 사람 등이 필요하다. 좋은 멘토를 얻기 위해서는 ‘스승에게 도움이 되는 제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뛰어난 보스들은 좋은 멘토·멘티(mentor-mentee) 관계란 항상 ‘주고받는 것’(give and take) 이라고 말한다. 보통 사람들은 멘티가 멘토에게 받는 것만 생각하지만 돌려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 멘토도 사람이다. 일방적으로 이용당한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당신을 도와주겠는가. 또 완벽한 멘토를 찾기 전에, 스스로 완벽한 멘티가 되라고 권해주고 싶다. 다른 사람이 기회를 주고 싶은 사람이 되라는 말이다.
한국 직장인들이 가족 같다는 얘기를 나도 들어봤다. 부모 같은 리더십의 문제는 관리자들이 직원을 과보호하는 거다. 그러나 사사건건 부하들을 보호하고 제시를 하다 보면 직원들이 경험을 감수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까지 없어진다. 만약 어떤 팀이 한 가족 같아서 모두가 똑같이 생각한다면,  혁신이 일어날 수가 없다.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동등한 성인들이다. 여기서 관리자가 부모를 자처하고 나선다면 팀원들의 의견은 무시된다. 아이들이 부모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워, 팀원들 역시 팀장의 뜻에 맞춰주게 된다.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경직시키는 것이다.
 

<유능한 Boss의 자질평가>

원칙 1: 스스로를 관리한다.
① 권한을 함부로 행사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권한을 직원들에게 위임한다.
② 직원들과 인간적으로 교류하고 있으며 서로 두움을 주고 받는다.
③ 부하직원이 아니라 다른 팀의 입장을 배려해 업무를 추진한다.

원칙 2: 인맥을 관리한다.
① 조직안팎에서 내게 필요한 인맥을 찾아내 활용한다.
② 적극적으로 인맥을 구축해 관리한다.
③ 인맥을 되는 대로 만들지 않고 전략적으로 만든다.
④ 인맥을 통해 자원을 확보하고 부하직원들을 보호한다.
⑤ 인맥을 활용해 팀 목표를 달성한다.

원칙 3: 팀을 관리한다.
① 팀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현실에 맞춰 개선한다.
② 팀원들과 직무·업무방식·팀 문화·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
③ 팀원 개개인을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관리한다.
④ 일상적인 업무 속에서 관리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지금 이 시대의 관리자들이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은 ‘혁신’이다.
혁신은 절대 우연히 생겨나지 않는다. 혁신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에서만 등장한다. 애플과 구글은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재능있는 사람들이 일하고 싶은 업무 환경을 구축했고, 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혁신적인 회사가 된 것이다. 혁신적인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가치’를 줘야 한다. 뛰어난 직원들은 그저 돈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회사가 창출해내는 가치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 똑똑한 사람이 머리를 써서 일하게 하려면 직원들이 동참할 가치가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자기 평가 결과 해설
Linda Hill 교수는 “스스로 지속적인 훈련을 쌓지 않은 매니저는 1~2개 항목에서만 4~5점을 맞고 나머지 질문에서는 보통 3점미만을 받는 게 정상” 이라며 “대부분 질문에 4점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은 자신을 속이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힐 교수는 “총점 몇 점을 맞았는지 보다 낮은 점수와 높은 점수를 가감 맞은 부분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개인의 강·약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모든 면에서 점수를 높이기보다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메워주는 방향으로 자신을 개발해 나가는게 좋다”고 말했다. 예컨대 인맥 관리를 잘하는 관리자의 경우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더 보완해 노력하면 금세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힐 교수는 “좋아하는 일에만 집중하다가 다른 능력 개발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싫어한다고 생각하던 일도 의식적으로 신경 써 잘하게 되면 생각이 바뀔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노관택 前 서울대학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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