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 글은 해양수산부의 의뢰로 KMI가 추진중인 ‘도선사운영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진행과정을 지켜본 여수항 도선사 이종열씨가 ‘도선사와 관련업무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을 밝힌 글입니다. 따라서 본지 편집부의 입장과는 무관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지난 2006년 초 해양수산부의 의뢰에 따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측의 연구진이 “도선사 운영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진행하였다. 이의 일환으로 2006년 9월 천안에서 관계연구원과 도선 이용자, 도선사 대표, 본부 및 각 지방해수청의 도선관계 공무원들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현재의 도선사 운영제도에 대한 모든 사안에 대하여 문제점을 털어놓고 의견을 교환하고 개선책을 강구해 보는 워크샵이 열렸으며 10월 30일에는 동 연구용역의 중간보고회가 해양수산부에서 열렸다.


9월에 천안에서 열렸던 워크샵에서는 도선사 운영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라기보다는 도선사 성토대회라 여겨질 정도로 도선사에 대한 외부의 공격이 거세었다. 당시에 각 관계자들이 제시한 여러 의견 중에는 우리 도선사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의견도 다수 있었지만 많은 부분에서 도선사 또는 도선에 대해 몰이해한 나머지 일방적으로 편협한 자기주장만 하는 경우도 많았고 일부 주장은 현재의 도선사들에게 적용되어야 할 내용이 아니라 내일의 도선사 자원인 일선에 계시는 선장들에게 적용되는 사항도 있었다.


아울러 여기에 제시된 많은 주장들은 이번 기회에 새삼 처음으로 언급되는 사항이 아니라  과거부터 외부의 도선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사석에서 기회만 되면 자주 언급되던 사항들로서 우리 도선사들도 여기에 대해 침묵만 할 것이 아니라 도선사로서의 입장피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이번의 워크샵과 중간보고서 발표과정에서 제기되었던 “도선사 운영제도 개선방안”에 대하여는 이번의 이러한 과정과 내막을 잘 모르는 측에서는 이후에도 반복해서 제기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므로 차제에 그 당시의 참석자들 뿐 아니라 우리 도선제도와 관계되는 모든 분들 그리고 현재의 우리나라 도선사 제도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관계인에 대해 이해를 돕고자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도선사의 한사람으로서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도선사의 도선행위는 늘 면책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지난 9월 워크샵 진행시에 관계 연구원이나 선사관계자 등 도선사를 제외한 거의 모든 발표자들이 “도선사는 도선사고를 발생시켜도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리고 이러한 기본전제가 그들의 모든 주장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KMI의 초기 연구용역 보고서에도 “도선사의 도선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고 면책된다”고 기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워크샵에 참석한 외부의 관계인들도 여기에 편승하여 “왜 도선사는 도선사고를 발생시켜도 책임을 지지 않는가?”라고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대단히 큰 유감을 표하고 있었다.


도선사가 도선중 사고를 발생시킨 때에는 1차적으로 해경에서 조사를 하며 그 손해 및 과실정도에 따라 “선박 손괴죄, 교통방해죄” 또는 “해상오염 방지법 위반죄” 그리고 인사사고가 동반된 때에는 “업무상 과실 치사상죄”등이 적용되어 벌금형으로부터 구속, 금고형에 이르기까지 일반인과 똑같이 형사처벌을 받고 있다.


 

두 번째로 상기의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해양사고 처리 및 심판법 (구 해난 심판법)”에 따라 조사 및 심판을 받으며 또한 과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정도에 따라 “견책, 면허정지, 면허취소” 등에 이르는 행정처벌을 받고 있다.


 

세 번째로는 도선법 제 9조의 규정에 따라 과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면허정지 또는 면허취소”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일반적인 육상에서의 교통사고 처리 시에는 교통사고 특례법이 적용되어 과실자에 대한 처벌이 단순화되지만 이와는 달리 도선사가 도선중에 도선사고를 발생시킨 때에는 해경에 의한 형사처벌, 해난 심판법에 의한 행정처벌, 도선법에 의한 행정처분 등 2중, 3중으로 가중 처벌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민사상 책임에 있어서 도선사의 민사책임 한도액은 해당 도선료를 한도로 한다는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관습이다. 이는 도선사가 승선하지 않은 선박에서 해양사고가 발생된 때에 해당선박의 선장에게, 비행기 조종사나 고속 버스기사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된 때에 해당조종사나 기사에게 사고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민사책임을 직접 지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만약 도선사에게 도선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민사적 손해에 대해 해당도선료를 상회하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배상책임을 직접 지운다면 그 배상액수가 너무 커서 도선제도 자체가 붕괴될 것임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예를 들어 30만 DWT급 VLCC 유조선이 만재한 상태에서 도선 중 해양사고가 발생했다면 그 피해액은 기본적으로 원유가액 약 1억 2천만불 (200만배럴 × 60불) + 선가 약 5천만불 + 기타 오염사고 처리비용등이 될 것인데 그 천문학적인 손해비용을 과연 도선사가 직접 감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지?  그리고 현재의 도선료가 그에 합당하게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인지?


도선사가 도선 중 사고를 발생 시킨 때에는 앞에서 설명한 대로 형사적 처벌이나 행정적 처벌은 2중, 3중으로 되고 있는데도 단지 민사적 책임만 해당 도선료 범위 내에서 제한되는 것을 두고 “도선사는 도선 중에 도선사고를 발생시켜도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문제이다”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그렇게 주장하는 주장자들이 ‘책임’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형사적 책임이나 행정적 책임은 책임이 아닌가?

 

도선사 시험제도의 개선 및 도선사의 실무 영어회화
능력 향상 요청에 대하여
현재 우리나라의 도선사 선발은 첫째, 원양대형선(6,000GT이상) 선장으로서 최소 5년 이상의 기본 해상경력을 갖추고 해상 교통법규에 관한 전문지식, 선박의 운용과 조선에 관한 전문지식 및 외국인과의 의사표현 능력의 우수여부를 파악하는 영어 과목 등에 관한 필기 평가시험을 거쳐 도선수습생을 선발한 다음, 두 번째로 6 개월간 총 200회 이상의 실무도선 수습을 거쳐야 하며, 세 번째로 최종 면접시험과 시뮬레이션 시험을 통해 합격한 자를 도선사로서 실무에 배치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도선사 선발과정은 본인의 실력이외에는 그 어떤 요소도 개입될 수 없는 대단히 엄정하고 공정한 과정이다. 국가에서는 도선사 양성을 위한 예산이 거의 없는 실정이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양질의 기본기량을 이미 갖추고 있는 대상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좋은 여건 하에서 좋은 기량을 갖춘 도선사를 매년 선발할 수 있는 나라는 아마도 세계에서도 희귀할 것이며 현재까지는 이 같은 우리나라의 도선사 선발제도는 우리 실정에 맞는 아주 좋은 제도임에 틀림이 없다고 여겨진다.

다만 각론으로서 도선사 선발을 위한 필기시험 기간 중에 일선의 선장들이 시험을 위해 휴가를 한꺼번에 요청하는 경우를 피하고 또한 도선사들의 영어 구사능력을 실무 회화능력 위주로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도선사시험 응시자격에 추가하여 일차 도선수습생 선발시험 응시 대상자를 토익 일정점수 이상자 등으로 제한하는 것은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질있는 도선사 확보를 위해 ‘도선사 적성 및

인성검사’를 실시하자는 주장에 대하여
무릇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을 제일 잘 할 수 있는 적성을 갖추고 또한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을 선발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요구할 수 있고 또한 실제로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이상적인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도선사 자격에 대한 적성 측정방법이라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존재하느냐?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더욱이 최종적으로 도선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여 해운계 대학을 졸업하고 20여년의 선상생활을 거쳐 마침내 도선사시험 응시자격을 얻었으나 시험에 응시해 보기도 전에 도선사 적성 및 인성검사에 불합격되어 영원히 도선사 시험에 응시할 기회조차 박탈된다면 그 당사자는 과연 이를 순순히 수긍할 수 있을 것인가? 당사자든 비 당사자든 아무런 이의제기를 할 수 없는 완벽한 도선사 인성 및 적성 측정방법이 과연 있을 수 있는가?


도선사 선발에 ‘도선사 적성검사와 인격검사’를 도입하자고 하는 문제는 그렇게 쉽게 여길 문제가 아니라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아직은 이상론에 치우친 탁상공론으로 여겨진다.


개인 의견으로는 외항선 선장으로서 무사고 5년 이상의 경력이면 일단 도선사로서의 기본 적성과 인성은 갖춘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며 적성이나 인성이 도선사 업무에 맞지 않다면 도선사가 되고 난 후에도 스스로 도태될 수 있다고 본다.

 

도선사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도선사 정기 재교육을
강화하자는 주장에 대하여
도선사 업무의 객관적 평가는 외부인이 평가할 수 있는 성질의 업무가 아니다. 의사의 의료행위의 적정성 여부는 같은 의사가 판단해야 하고,  비행기 조종사의 훌륭한 비행술 여부도 같은 조종사가 판단 할 일이며, 변호사의 변론 내용도 같은 변호사나 판사, 검사 등 같은 법조인이 판단해야 정확하고 공정한 판단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도선사의 도선행위도 훌륭하고 성공적인 도선이었는지 아니면 졸렬한 도선이었는지의 여부도 같은 도선사만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외부에 의한 도선사의 도선기술 평가가 굳이 필요하다면 해당 도선사의 도선행위가 대단히 졸렬하여 사고를 발생시켰거나 또는 아차사고(near-miss)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 한하여 바로 해당선장으로 하여금 보고서를 제출하게 한 후 즉각적으로 도선사가 포함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평가를 받도록 하면 될 것이다. 아울러 도선 중 도선사고가 없었으면 그것으로 평가가 된 것이고, 사고가 있었더라도 선박의 기관·조타기의 심각한 고장 등 외부요인으로 인한 것이었는지의 여부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KMI의 보고서가 제시한 이용자 단체를 통한 사후의 앙케이트 조사방식은 도선자체를 잘 모를 뿐더러 또한 도선현장을 직접 보지 못한 사무실 근무자의 즉흥적인 기분에 좌우되는 응답방식으로 이루어 질 것이므로 신빙성이 대단히 결여될 것이다.


한 선박의 도선이 끝난 후 즉석에서 행해지는 본선 선장의 현장평가가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도선현장을 전혀 보지 않는 사무실 근무자에 대한 앙케이트 조사방식 보다는 훨씬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도선사 정기 재교육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음의 내용이 포함되도록 하여 현재와 같이 전문기관에 의한 도선사 재교육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새로운 선박, 새로운 기기의 출현에 대비한 익숙화 교육
둘째, 도선사고 또는 아차사고의 사례수집 및 재발방지를 위한 정보공유
셋째, 선진국의 도선제도 변화와 대응
넷째, 대 고객위주의 서비스 강화 및 자질강화 방안 등


그러나 이를 국가에서 강제로 시행하는 것보다는 현재와 같이 협회 자율적으로 4년 또는 3년에 1회, 2-3일 정도의 일정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도선료 및 도선선료의 산정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근로자의 임금은 사용자 대표와 근로자 대표가 노사협상 테이블에서 협상으로 결정하는 방식이지만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도 아닌 서비스요금인 도선료와 도선선료를 서비스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가 테이블에서 협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은 세계에서도 우리나라의 도선료 산정방식 외에는 아마 그 예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의사나 변호사의 진료비나 수임료를 제공자와 의뢰자가 테이블에서 협상으로 결정하지 않듯이 도선료와 도선선료도 과거와 같이 신고제로 하여 해양부의 인가사항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도선료의 원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변호사 수임료나 의사의 진료비 또는 배우나 탤런트의 출연료가 간단히 원가를 계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또한 대학이나 KMI와 같은 연구소 등에서 수주한 연구용역비도 그렇게 간단히 원가를 설명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적인 업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 것임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와 전혀 다르지 않은 업무성격인 도선료와 도선선료의 원가를 왜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KMI의 보고서 및 여러 관계자가 주장하고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선사대표를 도선사협회의

비상임 이사로 선임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일부 상장기업에서 사외이사를 자사에 참여시키는 것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영진이 바른 경영과 바른 결정을 하고 있는지를 보기위한 것이고 일부 공기업이나 공공 단체에 외부인을 이사로 참여시키는 것은 그 단체나 공기업이 국민의 세금이나 공적인 자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경영에 보다 투명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선사협회는 국민의 세금이나 공적인 자금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는 개인사업자가 모인 단체이며 외부에서 참여한다는 외부이사도 도선사들의 이익 극대화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이들이다.


그리고 동 보고서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도선사 측에서도 “선주의 고충을 도선사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장치”라고 주장하면서 도선사 대표도 선주협회에 비상임 이사로 참여하여 선주협회의 주요 의사 결정과정에 동참하겠다고 하면 선주협회에서도 과연 이를 타당한 주장이라고 하면서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라고 되묻고 싶다.


도선사협회에 도선사가 아닌 선주대표가 이사로 참여하여 남의 살림과 정책결정에 간섭하고 의결권까지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한 변호사협회나 의사협회 또는 전국 교원조합 등에도 일반국민이 이사로 참여해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본다.

 

도선 제한기준의 확보
대형 위험물 적재선 및 VLCC급 광탄선의 심야 접·이안, 강조류, 제한시계, 황천상황 등의 도선 제한기준에 대해서는 이미 각 항만별로 오랜 시행착오 끝에 정립된 기준이 있으며 이 기준은 지방도선 운영협의회를 통해 도선 이용자들도 잘 인식하고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여러 관련단체들이 모여 후속대책을 협의하고 안전대책을 수립하여 지키자고 합의하였으나 수년이 흐르면 각 당사자들도 바뀌면서 이런 타당한 과정을 거쳐 수립되어 있는 기준을 무시하고 경제성 운운하면서 안전을 뒤로 두려고 시도하는 일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


합의하여 정해놓은 기준과 절차를 적극적으로 지키고 따르려고 하기보다는 개개인의 사정(私情)에 호소하고 인정에 호소하는 우리특유의 환경과 빨리빨리의 욕구 때문에 이러한 기준이 종종 무시되고 있고 또한 도선사도 이러한 행태에 동참하기를 늘 강요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현실이다.


우리는 아직도 경제성 우선이냐? 안전 우선이냐?고 하는 후진국적인 의제(擬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효율성 위주의 경제논리를 앞세우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항만에서 도선사는 안전에 대한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며 도선사가 안전과 타협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항만의 안전이 어떻게 지켜지게 될지 심각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당시의 상황에서 도선이 가능한지 여부는 도선사가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지 도선을 직접 하지 않는 VTS 요원이나 해당 선박의 선장으로 하여금 도선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도선사 지명제 또는 자유 계약제
도선업무는 공익업무로서 안전을 우선으로 하며 경쟁을 하는 업무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기에 각국이 경쟁도선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도선업무에 대해 경쟁을 도입했을 때 파생될 수 있는 문제는 ① 도선제한 기준(시정악화, 황천 등)에 어긋나는 위험한 도선 ② 자신의 신체의 피로도나 건강을 살피지 않는 무리한 도선 ③ 촉박한 스케줄에 쫓기는 양보사절, 과속유발 등 무모한 도선 등이 이루어질 공산이 대단히 많으며 이는 바로 사고 발생확률의 증대로 이루어질 것이며 사고로 이어질 경우 해당 선사에만 피해가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항만전체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도선사 지명제나 자유 계약제는 대형선을 주로 운영하는 대형 해운사 위주로 도선요청에 응하게 될 것인데 이는 1만 GT급 이하 선박들을 주로 운영하는 중소형 해운사는 도선사 배선의 지연으로 인해 입·출항 순서에서 늘 후순위로 밀릴 공산이 다대(多大)하며 이로 인해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게 될 우려가 농후하다.


 

또한 이는 서비스 강화보다는 불필요한 오해(리베이트 문제 등)를 불러올 소지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추가비용은 부담하기 싫고 도선사 지명제만을 요구하는 것은 중소형 선사를 무시하는 대형선사 위주의 대단히 이기적인 발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공동도선제(Co - pilot제)의 폐지 요구
대형선에 공동도선제(Co - pilot제)를 도입한 것은 첫째, 선박의 비상시 및 응급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도선사도 사람인 이상 비록 희박한 확률이라고 하더라도 도선중에 자기 신체에 이상이 올 수 있으며 또한 판단에 실수나 착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즉시 응급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바로 대형 해양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나 대형선과 위험물 적재선은 그 피해 규모라던가 항만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소형선과는 비교할 수 없이 판이하게 큰 것이다. 이를 위한 2중의 안전대비책으로 공동도선제를 도입한 것이지 공동도선제가 도선기술 전수만을 위해 도선사를 위해 시행하는 제도는 전혀 아니다.

 

기타
1) 도선사 유니폼 착용요구
우리나라 공무원 및 대부분의 일반기업도 자유복장이며 심지어 일반인이 동사무소 또는 해양수산부등의 민원실을 방문할 때에도 누가 민원인 인지 누가 업무담당 공무원인지 혼동되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유니폼 착용을 폐지했다.


그런데 유독 도선사에게만 외국인에 대한 예의 또는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첫인상 제고 등을 이유로 유니폼 착용을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군정시대도 아닌 오늘날의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동떨어진 주장이며 이런 주장이야말로 도선사의 자율에 맡길 전형적 사안이다.


그리고 우리 도선사들도 이런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 도선 중에는 가능한 정중한 복장을 갖추고 있으며 아울러 민간외교관으로서 국위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무척이나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이참에 밝혀둔다.

 

2) 도선배정 스케쥴의 타이트함과 불친절함
우리 도선사들도 요즈음 과거와는 달리 본선에 대해 고압적인 자세는 거의 없어졌다고 보며(그런 자세가 통하는 세상도 아니기에) 아울러 도선업이 서비스업임을 명심하고 눈이오나 비가오나 바람이부나 항상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리고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극히 일부 도선사의 도선현장에서 어쩌다 발생하는 불친절함까지 완전히 없어졌다고 하지는 않겠다. 다만 그 경우의 그 도선사도 변명 같지만 마냥 이유 없이 불친절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는 sub standard vessel 과 sub standard manpower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으며 대리점 직원이나 외부 도선 요청자 들이 ①사전에 도선사에게 해당 선박의 정확한 입·출항 시간을 통보했고 ②선박이 접안 전에 적절한 선석확보가 되었는지도 확인했으며 ③예선 및 선박줄잡이 수배 등 자신의 업무를 정확히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도선사가 아무 이유 없이 불친절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여기서 새삼 우리나라 선박회사 현장관계자나 대리점 직원 또는 내·외국적선의 선장이나 선원들의 업무능력 또는 업무태도 문제를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내 경우만 하더라도 도선사 경력 5년 넘는 동안에 도선현장에서 대리점이나 본선측의 준비미비로 인해 짜증스러웠다는 얘기를 선·후배 도선사들로부터 어떤 때는 하루에 몇 차례씩 지금도 듣고 있는 실정이며 지금까지 들었던 기억을 제대로 다 정리했다면 아마도 두꺼운 대학노트 수권 이상의 분량은 충분히 될 것이다.


도선사의 타이트한 배정과 주요 불친절 원인과 관련한 여러 관계자들의 불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개선안을 제시한다.


① 도선사가 도선요청 시각보다 늦게 승선하면 이를 과태료화 한다.(예를 들어 10분당 10만원)
② 마찬가지로 해당선박의 입·출항이나 준비가 도선 요청시각보다 늦어지면 이를 과징금화 한다.(예를 들어 10분당 10만원)
“나의 시간이 중요하면 상대방의 시간도 중요한 것”이며 또한 “내 일이 중요하고 어려우면 남의 일도 중요하고 어려운 것이다”라는 상호인정의 자세 아래서 “내 할 일을 해놓고 상대방이 해 줄 것을 기대해야 한다”라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지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무조건 친절할 것만을 주장하는 것은 상호 평등과 호혜의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3) 도선료 수준에 대한 조견표 작성 및 제시 요구
현재의 도선료 계산은 각 항만별로 거리에 따라, 각각의 도선구간에 따라 기본료가 책정되어 있으며 해당 선박의 총톤수 및 흘수에 따라 그리고 접·이안 유무, 주야구별, 위험화물 유무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계산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용자들이 계산이 용이하지 않다고 하여 알아보기 쉽도록 도선사 측에서 조견표를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0총톤 단위로, 10센티 흘수 단위로, 각 항만별로 그리고 각각의 도선구간 별로 위험화물 유무, 주야 구별, 접·이안 유무, 공동 도선 유무 등 이러한 제 요소를 고려한 도선료 조견표를 만든다면 아마도 백과사전 1질 분량도 더되는 방대한 양이 될 것이며 또한 해당 선박에 대해 이를 조견하는 것이 어쩌면 직접 계산해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번거롭고 복잡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사용자들의 요구가 있기 훨씬 이전부터 도선사회 측에서는 도선 이용자들의 업무 편의를 위해 각 지방 도선사회, 즉 각 지회의 홈페이지 해당란에서 해당 선박의 도선료를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도록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컴퓨터의 인터넷상에서 클릭 몇 번으로 일분 이내에 해당선박의 예상 도선료 산출이 가능한 서비스를 우리 도선사회에서는 진작부터 제공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도선료 계산방법이 어렵다고 하여 또다시 도선료 조견표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디지털방식이 어려우니 아날로그방식으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에 다름 아니거나 아니면 도선업무에 무지한 어느 초보 업무담당자의 요구를 확인 없이 그대로 옮긴 주장이 아닌가 여겨진다.

 

결 론
이번 KMI 연구진에 의한 연구용역보고서는 도선운영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①도선사 선발시험에 도선사 적성검사와 인성검사를 추가해야 한다 ②도선사 영어구사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회화능력 테스트 위주로 선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③도선사의 외부 평가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④도선료 산정근거를 공개해야 한다 ⑤선사 대표를 도선사협회의 이사로 참여시켜야 한다 ⑥추가비용 지불 없이 도선사 자유계약제 또는 도선사 지명제가 실시되어야 한다 ⑦현행의 도선료 및 도선선료 결정체계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⑧도선사 재교육 문제 등등 많은 제안사항에 대해 정책결정시에 반영하도록 해양수산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도선사 당사자인 내가 보기에는 위에서 살펴 본바와 같이 그 중 몇몇 제안에는 구체적인 타당성과 객관성이 결여한 부분이 많고 또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동시에 제기되지 않고 탁상공론적인 선언적인 제시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에도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동 보고서는 이용자 단체의 의뢰가 아니라 해양수산부의 의뢰에 따른 연구용역이라는 점에서도 도선제도와 관련된 이용자 단체의 의견뿐 아니라 직접 당사자인 도선사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되어야 할 것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지난 9월의 워크샵이 있기 전까지는 전국 어느 지방 도선사회에서도 KMI측 연구진에 의한 의견조회나 하다못해 그 흔한 앙케이트 조사 한번 있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한 채 이러한 중요한 정책건의 사항이 포함된 연구보고서가 도선사의 의견은 전혀 배제된 채 도선 이용자의 일방의견만을 수렴하여 일방적으로 제시되었다고 하는 점에서도 심히 유감스럽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번 KMI의 보고서나 워크샵에서도 보았듯이 외부 관계인들이 우리 도선사에 대해 많은 염려와 지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 항만전역에서 도선사를 이용하는 선박은 일일 대략 500척 이상은 될 것으로 여겨지는데 도선사고는 매일 한척도 없을 뿐더러 1년을 통틀어도 1~2 차례로 그치고 있으며 오늘까지 한결같이 우리나라 항만의 안전이 잘 지켜지고 있고 또한 항만이 효율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은 많은 부분 우리 도선사의 역할인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도선사들은 일선 도선현장에서 가끔 여러 도선관계자들의 실수나 성의부족으로 인해 도선 중에 다소의 불편함이 발생하더라도 가능한 이를 이해하고 늘 원활한 도선이 되도록 노력해 왔다. 또한 이런 불편사항에 대한 책임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여 비난 하는 일은 삼가 해왔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와 워크샵 내용에 따르면 항만 관계자 전원이 도선불편 사항 전부를 도선사로부터 기인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도선사 비난에 앞장서고 있음은 심히 유감스런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는 것이 지울 수 없는 솔직한 심경이다.


 

우리 도선사에게 최고의 도선기량, 최대의 서비스 정신과 훌륭한 민간외교관으로서의 자질과 함께 최상의 인격까지 갖춘 전능한 인격체이기를 기대하는, 어떻게 보면 과분하기까지 한 이용자들의 기대와 요구사항을 우리 도선사도 어느 정도는 수긍하고 전체적으로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도선사회도 사람이 모인 단체이고 도선사도 사람인 이상 늘 완벽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도선기량에 있어서도 도선사별로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도선사 수준은 외국 어느 나라의 도선사 수준과 비교하더라도 기량은 물론이고 그 외의 부분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그러한 긍지를 내내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끝으로 본 연구용역에 관계한 KMI 연구원을 비롯해서 이번 워크샵에 참가한 도선 관계자 전원에게 도선사들의 일선 도선업무 현장에 진지하게 한번 임석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본 조사용역을 진행하면서 제기된 우리 도선사들에 대한 외부의 질타나 과분한 이용자들의 기대는 우리 도선사에게 그만큼 많은 애정과 기대를 가지고 있고 그리고 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의 제도개선을 위한 진심의 충고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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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기에 제기된 의견은 도선사협회의 공식견해가 아니라 필자의 개인의견이며 아울러KMI 측의 연구진에 의해 11월 말에 발표될 예정인 본 연구용역의 최종 보고서에는 도선사협회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어쨌던 워크샵 진행과정에서나 중간보고서 발표과정에서 이용자측에서 제기한 요구나 의견에 대해 서로 이견(異見)의 폭을 줄여보고 그리고 다시 한번 상호 생각해 볼 여지를 가지기 위해 본 글을 쓰게 되었음을 첨언합니다.
 그리고 보고서의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KMI 보고서가 제시한, 어쩌면 우리 도선사에게는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미래의 도선사 수요산정에 관해 언급한 내용에 대해서는 그 내용자체가 너무 방대하고 복잡하여 이번 기회에서는 의견표현을 생략했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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