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의 선별적 항만개발 절실

운영사 실무자 “무분별한 지역 항만 난개발정책 수정해야”
업계 “원스톱 서비스, 항만인력 상용화로 효율성 확보”


세계 항만물류 정세가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가까운 중국의 거대한 항만개발계획, 일본

의 중추항만개발정책 등 주변국은 동북아 물류중심국이 되기 위한 물량 선점 경쟁에 한층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아래 정부도 물류 중심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항만개발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시설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이런 관심을 반영이라도 하듯 각종 정부정책 설명회와 국회의원 주최 토론회가 ‘국내 항만물류 경쟁력’이라는 주제로 개최되고 있다. ‘국내 항만물류의 경쟁력 강화방안’이라 하면 얼핏 보기에는 방대하고 막연한 주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주제일수록 다양한 시각으로 업계의 실무 종사자 또는 학계, 정부 관계자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급변하는 국제물류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의견들을 제안하기 위해 설문을 실시했다. 보다 폭넓고 소속된 위치에 구애받지 않는 예리한 의견 개진을 위해 설문 응답자 전원을 익명처리했다.


항만개발정책 분야
국내 항만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역별로 난립한 항만개발 및 계획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10월 박승환 의원 주최로 개최된 토론회를 계기로 국내 항만물류가 급변하는 세계 물류환경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각계의 의견을 듣고자 본지는 항만관련 실무자 및 학계, 정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응답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가 국내 항만개발의 현황을 지역별 난개발로 진단하고 일본의 실패한 항만 정책을 그대로 답습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역이기주의를 벗어나 국가 전체적인 견지에서 대표항만을 육성하고 선석당 장비 확충 및 현대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 등이 고려되어야만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객관적 자료 근거한 항만개발 필요”
터미널 운영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동북아 각국은 중심항만 개발을 위해 대대적인 항만개발정책을 추진중이며 특히 중국 양산항은 2020년까지 52개 선석을 개발해 동북아 지역의 환적화물을 흡수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심항만 개발보다 지자체 및 정치논리에 의한 항만개발로써 향후 5~10년 후에는 일부 항만을 제외하고 물량부족으로 항만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향후에는 급변하는 항만 환경변화를 반영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심항만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권역별로는 배후단지의 지원항만으로서 객관적인 물동량 예측에 의거해 항만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현재 국내 항만 상황을 진단했다.


이처럼 치열해지는 항만간 경쟁에도 불구하고 국내 항만은 정확한 수요예측에 의한 개발보다는 지역논리 등 비합리적인 사항에 따라 개발규모 및 시기가 결정되고 있어 자칫 일본의 실패한 항만정책을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한국의 대표항만 집중 육성해야”
정부의 전체적인 항만개발정책에 대해서는 응답자 대다수가 변화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특히 주요 의견으로 관련 업·단체 및 정부기관 관계자 모두가 현 국내의 항만개발은 합리적인 기준이 아닌 지자체나 정치권의 영향을 받은 무분별한 항만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문제로 삼았다.


설문에 응답한 업계 관계자는 “항만개발은 세계 주요선사의 간선로에 인접해야 하고 편리한 연계수송망 및 물류인프라가 갖추어져야 한다. 그러나 부산신항 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별로 방만하게 초과되는 항만시설을 건설하여 잉여시설로 인한 투자비 회수가 어렵고 한정된 물량유치전에 따른 터미널간 경쟁으로 국부의 손실이 우려된다. 그러므로 정확한 물량예측과 이를 바탕으로 추가 항만건설의 타당성을 검토해야 하며 선박의 대형화에 따른 각국의 허브포트 정책을 감안해 한국을 대표하는 항만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항만의 기능은 현재 단순 환적화물과 수출입 화물 처리에 한정돼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화물창출형 항만으로 육성하고, 장기적으로는 대륙간의 물류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연계시키는 대륙중계형 항만으로 도약해야 한다. 또한 민자개발 항만은 해운선사, 하역업체와 같은 항만이용자가 아닌 건설회사가 주축이 되어 추진되고 있는 점과 정부가 과도하게 항만운영적자를 보전해주는 점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장기적인 거대자본의 투하라는 항만개발의 특성상 시장논리만을 따르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초기에 설립된 정책이 환경변화에 따라 수정 필요성이 생기면 정책 입안자는 과감하게 개발계획의 수정을 추진해야 한다. 과오를 정당화하기 위해 또다른 정책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학계에서는 항만정책의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소모적인 내부갈등을 종식시키고 국가경제활동과 직결되는 항만은 실질적 이용주체인 국내외 해운항만 관련 민간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며 항만개발 분산정책 전반에 대해 냉정한 재평가 분석을 통해 정책의 혁신을 이루어야 할 것”이라고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항만정책에 대해 질타했다.

 

항만효율성 분야
“노무인력 상용화로
인적자원 현대화”

항만효율성 부분에서는 인센티브제도 개선, 항만하역의 원스톱 서비스체계 구축, 인적자원의 현대화, 항만노무인력의 상용화 등 많은 의견이 있었다. 특히, 항운노조 인력의 상용화를 통한 인적자원의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대다수가 응답했다.


운영사의 한 관계자는 “항만의 효율성은 장비의 현대화 및 운영시스템의 현대화와 함께 인적자원의 현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사정은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노조의 상용화를 통해 일부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터미널간 과도한 하역료율 경쟁에서 벗어나 서비스 향상을 통한 공정한 하역료율 체계를 확립해야 하며 서비스 향상을 위해 터미널 종사자의 역량부족 등은 해외 항만을 벤치마킹 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해양부의 관계자는 “항운노조가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현행 노무공급시스템은 효율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항만경쟁력의 향상은 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현재의 민간투자에 의한 항만개발이 활성화되고 있으나 운영사가

아닌 건설사 위주로 사업자가 선정되고 있어 항만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즉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서 정부 재정지원을 최소화 하고 무상사용기간을 단기간으로 설정해 사업계획을 제출하고 있어 항만개발 후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과도한 수익을 겨냥한 운영으로 항만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투자법에 의한 사업자 선정시나 정부 개발부두의 운영사 선정시 지자체 및 정부기관 등의 참여를 배제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항만현대화를 통한 항만서비스 개선을 위해 항운노조 상용화 및 항만운송사업 허가제 전환 등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학계에서는 국내 항만의 열악한 물류구조를 지적했다. 특히 “선박 입항과 관련해 이루어지는 줄잡이, 검수, 하역, 급유, 급수 등 약 25개 이상 항목의 계약·지출과정이 행정기관과 민간부문 두가지로 나뉘어 처리되고 있다”면서 국내 항만서비스를 저해하는 물류구조를 한탄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제반 항만물류서비스가 한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역, 급유, 선용품 서비스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일괄서비스 뿐만 아니라 선석당 시설 증대, U-port 시스템을 통한 통합물류정보시스템 구축 등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난 거시적인 서비스 향상을 노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신항과 북항 관계정립안

“부산 북항·신항은
서비스로 경쟁해야”

내년 개장하게 되는 부산신항에 대해서 부산 북항과는 선의의 경쟁을 통한 물량 확보 및 특성에 맞는 신규 화물을 창출해야 하며 이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중간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터미널 운영사의 한 관계자는 “부산신항은 각국의 대대적인 항만개발정책에 대응해 개발하는 항만이다. 때문에 인근 국가의 환적화물을 대상으로 신규 물동량을 확보해야만 중심항만으로 발전이 가능하다. 부산신항이 현재 부산 북항에서 처리하고 있는 화물을 단순히 이전해 처리한다면 부산신항의 개발목적이 퇴색되고, 기존 북항과의 가격경쟁이 불가피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운영수입이 감소되는 등 국가 경제에도 손해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부산신항은 부산 북항에서 취급하고 있지 않은 화물을 대상으로 물량을 확보하도록 제한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화물을 확보했을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인근 국가와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북항에서 신항으로 물량전이가 일어나게 된다면 코스트 다운 등 하역료 출혈경쟁이 예상되므로 최소한 경영압박이 없도록 정부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하역료 하한제를 설정하는 방법 등으로 무분별한 요율경쟁을 통제하는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상호 보완 차원에서 생산성 향상, 고객서비스의 일류화 등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환적화물 증가를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산 신항은 신규물량 창출해야”

또한 “신항은 화물을 신규 창출하는 항만이 되어야 한다. 기존 북항의 화물이 단지 이동만 한다면 북항과 신항 양항만이 동시에 몰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양 항만은 서비스로 경쟁하는 게임룰을 지켜야 한다. 정부나 BPA는 신항의 화물창출을 위한 행정적 지원, 특히 배후부지에 물류단지를 조성해 환적화물을 유치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고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부산신항 개장 이전의 초기 물동량 평가는 부산항 내부 경쟁보다는 기존 부산 북항 운영사의 민간부문의 역할에 의해 지배되므로, 부산 신항과 북항과의 관계는 그다지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북항의 항만요율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부산신항과 북항은 선의의 경쟁이 이루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부산 북항의 경우, 부산신항의 단계적인 개발에 따라 1, 2, 중앙, 3, 4 부두가 시차를 두고 친수공간으로 탈바꿈하기로 되어 있으나, 신선대, 자성대, 감만 부두와 같은 컨테이너 전용부두는 계속 운영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 경우, 부산 신항과 부산 북항은 항만 서비스의 질, 비용 등과 같은 부문에서 선의 경쟁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항만이용자에게는 가장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타 항만물류 경쟁력 확보 방안
“항만전문가 양성으로
조기 확충 시급”
기타 우리나라 항만물류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제시한 업계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BPA의 한 관계자는 “우선 항만전문가의 교육이 시급하다. 지금까지의 항만은 폐쇄적이고 위험하며 전형적인 3D 업종에 속해 있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민의 항만에 대한 저변확대를 위해 업계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또한 업계 종사자의 세계 지향적인 국제화수준이 요구된다. 외국어는 물론이고 다양한 세계 항만관련 정보를 접하고 분석해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 등 항만관련 공적기관 종사자의 능력배양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정부의 요직이나 국내 항만기업에 세계적인 항만전문가를 초빙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며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항만의 경쟁력은 생산성 증가와 저렴한 코스트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장비 및 운영효율의 극대화를 통한 국제수준에 맞는 생산성을 유지해 항만의 고객인 선사와 화주의 물류비 절감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 등 주변국가의 항만경쟁에 대비해 자동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및 물류회전률을 높이는 등 가격경쟁력으로 화물을 유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항만하역 및 부대서비스가 터미널에 의해 일괄적으로 이루어짐으로싸 고객의 불편사항을 해소하고 항만입출항 절차 간소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만물류업체에 대한
정부지원 필요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선사의 출현과 외국 항만물류업체의 국내 진출 등으로 항만물류분야의 경쟁이 대내외적으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항만물류업체는 이들에 비해 자본력이나 운영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항만물류업체의 대형화 유도 및 세제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빠른 물류시스템 구축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혹자는 이러한 터미널 회사에 대한 지원이 특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게 보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항만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이 될 수 있다. 직접적인 국내 수출입물량과 환적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항만으로 특화해야 된다. 이 경우 터미널의 성격에 따라 주변 지원시설의 성격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적정 터미널 유지를 통해 서비스의 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관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고 경쟁력 개선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부산과 인천에 설립된 항만공사(PA)가 주축이 되어 항만개발 및 운영 등을 총괄하고 있는데, 이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실제 항만 터미널의 운영과 관련해서는 공사의 역할이 기존 해양수산청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아 오히려 관리관청이 하나 더 있는 듯한 느낌이다. 공사가 수익창출을 우선시한다면 물류비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가 될 것이며 항만관련 실무자로서 이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선사유치를 위해서는 현재 터미널 운영사의 역할 뿐만 아니라 다국적 선사에 대한 정부차원의 영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에서 영업중인 허치슨社나 PSA社와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고 터미널 운영사 실무자는 조언했다.

 

항만개발 중심은 ‘선택과 집중’
이상 관련업계의 의견들을 종합해보면, 세계의 항만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건설이라는 정부의 진정한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한정된 국가재정을 소요시키는 동시다발적 내부 항만개발보다는 나라밖 경쟁을 위한 선별적 집중투자의 항만정책 혁신이 필요하다. 바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항만개발이 필요하다는 것.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항만수요자의 목소리 또는 외국 항만전문가의 제대로 된 항만정책 진단을 통한 항만개발 정책 등 우리나라 항만정책의 혁신만이 우리나라 항만물류의 차별화를 도모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제시된 의견은 대부분 틀에 박힌 듯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다. 그러나 이러한 원론적인 문제조차 선결하지 않고서 외국과 비교해 한단계 앞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